[기고]1991년생 권석현 씨 “희귀 난치병도 이겨 낸 힘… 두려울 건 없다”
[기고]1991년생 권석현 씨 “희귀 난치병도 이겨 낸 힘… 두려울 건 없다”
다시 뛰자 - 양띠 포부
  • 권석현
  • 승인 2015.01.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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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석현 씨
[굿모닝충청 권석현 기고]2014년이 청마의 해라고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청양의 해란다. 시간은 왜 이리 빨리 흐르는지 어느덧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다른 해보다 유독 빠르게 흘러간 지난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해 초에는 서울시립대 로스쿨에 합격해서 새로 만난 선배들과 동기, 교수님들에게 적응하느라 바빴고, 물밀 듯 밀려오는 어마어마한 공부 양에 적응하느라 또 바빴다.

학교를 다니며 더욱 바빴던 이유는 정기적으로 병원도 가야했기 때문이다. 나는 선천성면역결핍증의 일종인 만성육아종질환을 앓고 있다. 이 병은 균을 잡아먹는 백혈구가 살균물질을 만들어내지 못해 신체의 면역력이 약해지는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난치병이다.

합병증이나 항생제로 인한 장기손상 때문에 대부분 스무 살을 넘기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4년간을 살면서 항상 내 골수와 맞는 기증자를 찾아다녔지만, 매번 실망의 연속이었다.

골수이식은 3번의 검사를 모두 통과해야 가능한데, 언제나 2차 또는 3차 검사에서 불일치가 나왔다. 1차 가능자를 찾았다는 연락에 희망을 가졌다가 불일치로 절망한 적이 무수히 많았다. 게다가 중국에서 3차 모두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았지만, 기증을 희망하지 않아 다시 한 번 희망이 산산조각 나기도 했다.

수 백 만원에 이르는 검사비 때문에 부모님들의 경제적 부담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괴로웠다.
그러던 중 2013년 여름 한국에서 일치하는 기증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2차, 3차 검사 결과 모두 일치했다.

하지만 수술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식에 실패해 다시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버킷리스트를 모두 채우기 시작했다.

동기들과 제주도 여행도 가고, 서울 구경도 하고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그렇게 8월, 평생 고대하던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회복기에 있다. 청마의 해였던 지난해 정말 청마처럼 열심히 달렸다.

올해는 청양의 해, 91년생인 나의 띠동갑들의 해다.
청양의 해는 행운을 상징하는 양과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청색의 의미가 더해져 운세가 제일 좋은 해라고 하던데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휴식기를 거친 뒤 오는 9월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올해 나에게 가장 큰 목표가 있다면 잘 회복해서 학교에 복귀하는 것이다.
이제는 공부할 때 매번 발목을 잡던 건강상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학업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다.

또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 혹여나 급작스럽게 아프진 않을까하며 미뤄왔던 여행이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국제교류도 참가해 볼 요량이다. 꾸준한 목표와 계획으로 일주일에 한권 씩 책 읽기와 운동하기, 영어공부 등도 세웠다.

나에게 건강이라는 존재는 항상 너무도 멀리 있어 잡을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손을 조금만 더 뻗으면 잡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다시 태어났으니 게을러지거나 나태해지는 것 등을 조심하면서 전보다 더욱 많은 것을 이루는 것을 넘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는 청양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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