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그 끔찍한 현장 알아요?
‘성매매’ 그 끔찍한 현장 알아요?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대전서 집담회
  • 천지아 기자
  • 승인 2013.05.09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지아 기자] 성매매에 대해 너무나 무성한 말들, 업소에서 어떤 성착취와 감금을 당해도 인격을 얘기할 수 조차 없었던 사람들, 돈을 위해 몸을 팔았다고 손가락질 당하고 세상에서도 낙인찍힌 여성들….

8일 오후 2시 코레일 대전충남본부 5층 회의실에 여성·인권단체 관계자 80여명이 하나둘 몰려왔다. 과거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던 여성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서다.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인 ‘뭉치’ 회원들이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대중과 나누는 집담회 ‘무한발설’을 대전에서 개최했다. ‘뭉치’는 ‘뭉쳐서 안되는 게 어딨니’라는 의미를 담은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다. 이들은 2006년 첫 만남을 가진 뒤 성매매 현장의 진실을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며 집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집담회는 서울, 전주, 대구에 이은 네 번째로 여성인권티움이 주최했고, 여성인권티움 부설 느티나무 상담소가 주관했다.

과거 성매매 현장에서 일했던 4명의 뭉치 회원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성매매 현장에 유입됐고, 그 곳에서 어떤 경험과 아픔을 당했는 지 성매매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풀어놓았다.

주인공은 지음, 창호, 바닥, 가닥(모두 가명). 모두 30대 여성들로 10대에 성매매 현장에 유입돼 10여 년간 성매매 여성으로 살다 5-10년 전 그곳을 나왔다.

◇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과연 선택이 있을까?
지음 씨는 “성매매 현장에 자발과 비자발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철없던 10대에 가출을 했다. 거리를 전전하고 밥을 굶고 있을 때 따뜻한(?) 손을 내밀며 반겨줬던 곳이 유흥업소였다. 어린 시절 별다른 고민도 해보지 않고 업소에 들어갔고, 들어 가 보니 성매매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철저히 더 고립되고 갇히게 되면서 세상과 단절됐으며, 사회에 나가 어떤 꿈을 가져야겠다는 희망도 사라졌다고 한다.

▲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당사자네트워크인 '뭉치'의 집담회가 8일 대전에서 열렸다. 주관단체인 여성인권티움 느티나무 상담소의 손정아 소장이 인사말을 하고있다.
지금 생각하면 소위 2차 때 모르는 남성을 따라가는 1대1 상황이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때는 주변에 다들 그런 여성들이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밖에 나와 성매매 종사자들과 얘기하다 보니 대부분 두드려 맞고, 죽다 살아난 경험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지음 씨는 “세상 사람들이 성매매를 두고 자발-비자발을 얘기하는 데 완벽한 선택은 없다”며 “성매매 여성들에게 선택의 기회란 2차를 하러 어디로 갈까에 대한 선택밖에 없었을 정도로 현장의 착취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 매일 당하는 성폭력도 성매매라는 이유만으로

창호 씨는 “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성폭력을 피해서 성매매 현장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고, 안타깝게도 그 업소에서 엄청난 성폭력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창호 씨는 15살 때 성매매로 유입됐다. 어린 나이에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동네 사람들은 피해자인 그녀 뒤에서 “행실이 바르지 못하니 그런 일 당하지”라며 손가락질 했다. 그래서 정든 고향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그런데 노숙생활을 하고 있을 때 밥을 사주고 잘해주는 삼촌들(나중에 알고보니 알선업자)이 있었다. 그들을 따라 집결지로 갔고, 업주한테 “나는 미성년자다”라 얘기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 때문에 3개월 동안 햇빛도 못보고(적발을 우려해) 갇히게 됐다.

자신을 넘겨 준 알선업자는 그 자리에서 250만원을 챙겨갔다. 그렇게 자신의 빚이 250만원이 됐다. 여기에 업소에서 사용할 용품들을 사니 빚이 더 늘었다.
15년 동안의 업소 생활은 끔찍했다. 몸 이곳저곳에 주사를 꽂는 등 다이어트를 강요받았다.
돈을 제 때 주지 않는 업주들이 많았다. 생활비가 없어서 발급해 준 카드로 깡을 해 돈을 받아썼다. 몸이 아파 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카드로 결제하고 하루를 쉴 수 있었다. 그렇게 카드 빚은 2006년 1억으로 불었고, 결국 파산했다.

창호 씨는 “그곳에 있는 여성들은 거부 할 수도 없고 성폭력을 인지하지도 못한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성매매의 불합리한 고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돈을 주면 맘대로 해도 된다’는 남성들의 잘못된 성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성매매’라 쓰고 ‘성착취’라 읽는다.
16살에 성매매 집결지로 온 바닥 씨.
세상 밖으로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심장이 마구 뛰고 온 몸에 닭살이 돋는다. 성착취에 대한 후유증 때문이다.

하지만 매를 맞고, 돈을 뺏기고 인간으로 감당하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것이 착취인지 깨닫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나 이런 성착취 당했어요”라며 말도 못했다. 돈을 주고 즐겼던 남성들마저도 자신들을 향해 손가락질 했다.

바닥 씨는 “세상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지금 성매매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성매매 종사자들의 사연이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집에서 때리지 않았다면, 아버지와 친척, 주변 동네사람들에게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 세상이 보호해 주었더라면 그녀들도 세상 속에서 사람처럼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밝히거나 더럽거나 불쌍하거나
가닥 씨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가슴 아프다.
유흥업소를 탈출한 지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가슴이 조마조마 하다. 지금도 힘이 든다. 결혼을 하려고 해도 누군가가 구매자였을까봐 두렵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나 옛날에 성매매 했었어”라며 고백 할 수도 없다.
용서가 안 되는 일이었다. 돈을 받았고 성매매를 했기 때문에….

넘치는 색기를 주체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지는 여자, 사람들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여자. 그게 자신이라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세상 사람들은 성매매를 섹스로만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많은 사람과 돈 받고 하니 좋겠다’라며 비웃는다. 하지만 선택 당하는 순간 거부란 존재하지 않았었다. 매일매일 그렇게 성매매를 하고도 남는 건 빚밖에 없었다. 쉽게 그곳을 탈출하기도 힘들었다. 쫓기고 쫓기다 겨우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가닥 씨는 “이젠 세상 속에서 제대로 살고싶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이러한 발설행위를 ‘뭐가 자랑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냐”며 비웃겠지만 성매매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용기를 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뭉치’ 회원들은 소망한다.
“성매매 여성을 말하는 세상의 잣대들은 왈가왈부 많다. 세상에서 가장 손가락질 받는 일, 나도 나를 사랑할 수 없는 일을 했다. 하지만 난 어느 누구도 해치지 않았다. 나도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나에게 세상의 조그만 빛을 줄 순 없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