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보문산을 ‘화수분’으로 만들겠다는 대전시
[김선미의 세상읽기]보문산을 ‘화수분’으로 만들겠다는 대전시
개발 타당성‧ 정당성 내세우려면 제대로 된 생태자원 조사부터 이뤄져야
코로나19 사태를 빼닮은 영화 '컨테이젼'이 주는 자연파괴에 대한 경고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6.0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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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아찔한 높이의 전망대와 산등성이를 휙휙 달리는 탈 것들은 대전시민에게 1인당 428만원 이상의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인가. 또 관광경쟁력 최하위 도시에서 탈출해 '관광대박' 도시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인가.

보문산에 전망대와 곤돌라 혹은 모노레일을 깔기만 하면 관광 대박은 떼놓은 당상이다. 대전시는 지금, 그렇게만 되면 보문산 이름의 유래이기도 한 재물이 끝없이 나온다는 ‘화수분’처럼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넘쳐날 것이라며 보문산 개발 의지를 다지고 또 다지고 있다. 

전망대와 곤돌라 모노레일을 깔기만 하면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되자 보문산을 찾는 이들이 빚어내는 풍경이 점점 다양해졌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중심이던 산에, 전에 보기 어려웠던 아이들 손을 잡고 온 젊은 부모들이 크게 눈에 띄었다. 평상복에 커피잔을 손에 든 젊은 데이트족도 심심치 않게 마주쳤다. 

우리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보문산 방문객의 변화다. 도심 가까이에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전염병과 일상을 떠나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는 쾌적한 숲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것은 숲이 주는 커다란 선물이었다. 

지난 27일 보문산 활성화 민관공동위원회는 ‘보문산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굳이 이런 요식행위가 필요했나 싶다. 

전염병과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숲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지난해 7월, 허태정 시장이 내놓은 ‘보문산 도시여행 인프라 조성사업’ 계획에서 바뀐 부분도 진전된 변화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용역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논란이 됐던 연계 이동수단에 대한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1년 전이나 다름없이 찬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보문산 도시여행 인프라 조성’은 총 사업비 1144억원을 투입, 테마형 놀이시설 조성, 곤돌라, 모노레일 등 이동수단 설치, 보운대를 대체하는 새로운 전망대를 구축하겠다는 보문산 관광개발 계획이다. 

대전시는 6월 중에 이날 토론회 의견과 그동안 민관공동위에서 논의됐던 내용,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보문산 도시여행 인프라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연계수단도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엇을 근거로 기본계획을 확정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생태적 가치 구체적 자료 없어 자연파괴 논란쯤은 무시하겠다는 것인지

무엇보다 가장 당혹스럽고 황당한 부분은 대전 도심의 대표적이고 상징적 산을 개발하겠다면서 정작 제대로 된 생태적 접근과 분석이 없다는 점이다. 보문산을 여가 관광 레저사업의 관점으로만 접근을 했지 생태, 환경 보존은 상대적으로 도외시 되고 있는 것이다. 

보문산 관광개발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이 개발에 따른 자연파괴 논란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은 대전시가 자연파괴 논란쯤은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보문산 활성화,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보문산은 무엇보다 대체가 불가한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현재 보문산의 생태·자연도는 2등급이다. 보문산은 최근 삵이 발견되는 등 생물종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로 알려졌다. 

곤돌라 케이블카는 포화상태, 근거없는 개발 환상 더 이상 부추기지 말아야 

기후위기,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발생 등으로 숲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생태계가 좋아지고 있는 보문산을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만들지는 못할망정 거대한 시설물들로 채우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개발의 타당성과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보문산에 대한 제대로 된 생태자원 조사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다. 

관광 여가에 대한 흐름도 바뀌고 있다. 곤돌라 케이블카 모노레일 등의 시설은 이미 다른 도시들에서 운영 중이다. 그중 몇 개나 성공하고 수익을 내는지, 대전시는 설치만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환상을 더 이상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보다 정직한 행정이 필요하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 2018년 기준 221조원, 1인당 연간 428만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2018년 기준 22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민 1인당 연간 428만원의 공익적 혜택을 받는 셈이다. “아낌없이 주는 숲”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한 선물인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조사인 2014년과 비교하면 기준 평가액과 국민 1인당 혜택이 무려 70% 이상 훌쩍 늘어났다. 자연을 파괴하고 설치한 보문산의 대규모 시설들이 산림이 주는 공익적 가치를 능가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와 놀랍도록 닮아 있어 역주행한 영화 <컨테이젼>의 배경이 되는 공포의 팬데믹의 시작도 서식처인 숲을 잃은 박쥐 한 마리에서 시작됐다. 개발 신화에 대한 무조건적 환상에서 벗어나 생태적 가치에 더 많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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