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보문산, 드라마 ‘우영우’에 출연시켜야 하나
[김선미의 세상읽기] 보문산, 드라마 ‘우영우’에 출연시켜야 하나
보문산에 아파트 60층 높이의 고층 전망대 세우겠다는 민선8기 대전시
스토리와 특징 없이 크기와 높이만으로는 대체불가능한 경쟁력 없어
대전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커녕 처치 곤란한 콘크리트로 남을 수도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2.08.0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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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습하고 무더운 여름날,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한적한 농촌 마을의 나무 한 그루를 전국적인 ‘스타’로 등극시켰다. 

창원시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에 위치한 수령 500년의 팽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시대착오적이고 상상력의 빈곤이 낳은 랜드마크 경쟁 애물단지로 전락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마을을 두 동강 내는 도로 건설을 놓고 소송으로까지 번진 ‘소덕동’의 당산나무로 등장했다. 

주민 50여 명의 조용하던 농촌 마을은 ‘우영우 팽나무’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들며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스토리를 담은 노거수 한 그루가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하며 관광자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열풍을 타고 강원도 정동진역 앞의 ‘고현정 나무’가 그랬듯 말이다. 드라마에서는 재판을 통해 마을의 상징인 팽나무를 지켜낸다. 

하지만 현실은 과연 그럴까? 십중팔구는 아무리 세월을 간직한 노거수라 할지라도 경제적 논리와 주민 편의를 앞세운 개발의 광풍을 막아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현실은 세월을 간직한 노거수라도 개발의 광풍 막아내기는 쉽지 않아

보문산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비명을 지를 일이다. “제발 나 좀 가만히 나둬!”라고 말이다. 대전시장마다 보문산을 건들이지 못해 안달이다. 소속 정당을 가리지 않는다. 

민선 8기 이장우 시장 역시 전임 시장 때 결정돼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는 안을 뒤엎으며 보문산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목조전망대 건설을 비롯 기존에 계획됐던 내용을 전면 수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 시장은 보문산에 기존 목조전망대 보다 3배나 높은 150m짜리 고층 전망대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려 아파트 60층 높이다. 해발 197m의 산 높이까지 계산하면 120층 정도의 건물이 나무들이 울창한 산속에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예산만 해도 250억 원에 달한다. 고층 전망대로만 끝나는 것도 아니다.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을 설치해 대전을 외지 관광객이 몰려드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비명지르는 보문산, 시장마다 관광개발 내세우며 건들이지 못해 안달

보문산 전경. 자료사진.
보문산 전경. 자료사진.

고층 전망대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현재 계획된 50m 높이의 목조전망대로는 대전의 랜드마크로 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산림청의 반대로 고층 전망대 설치가 여의치 않으면 확보된 65억 원의 국비 반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한 푼의 예산이 아쉬운 판에 국비 65억 원을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의지’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환경단체를 비롯해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산속 고층 타워는 ‘구시대적 발상’이자 ‘대전 시정 파탄의 신호탄’이라며 반대에 나섰다. 시민단체의 비난과 반대를 이장우 시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도솔산에 고층아파트를 건설하려던 월평근린공원 갈마지구를 지켜내고 시민 품으로 돌려준 것도 시민단체와 대전시민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이다.

국비 반납도 불사, 150m 짜리 구조물 기어이 설치하겠다는 대전시장

다양하고 독창적인 그 많고 많은 랜드마크 중 왜 하필이면 고층 개발인가.

랜드마크(landmark)는 땅과 이정표의 합성어다. 통상 건물이나, 조형물 등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물을 말한다. 

지역을 대표한다고 해서 반드시 크거나 웅장하거나 화려할 필요는 없다. 지역주민이 다 아는 동네 슈퍼마켓, 빵집도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낯선이에게 우리 동네를 설명할 때 하나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고 건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지만 우리나라 지자체들은 올림픽 경기도 아닌데 아직도 ‘더 높고 더 큰 것’의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경쟁하고 있는 전망대, 출렁다리, 케이블카 등이 한 예이다. 

랜드마크 바라보는 시선 바뀌고 있으나 지자체들 높이와 크기에 강박 

한때 최고를 자랑하던 시설이나 건물도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는 것처럼 마냥 최고, 최초의 자리를 지킬 수는 없다. 

구름같이 몰려들던 관광객도 더 높고 더 큰,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수익성은 고사하고 적자에 허덕이며 자치단체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랜드마크도 부지기수다.

스토리와 특징없이 크기와 높이 경쟁만으로는 매력있고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아직도 높이와 크기 타령을 하며 국비 반납까지 무릅쓰며 고층타워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상상력의 빈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자연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다

보문산 고층 타워, 독선이 가져온 정책 실패 예산 낭비 사례 되지 않기를

한 시절 인기를 끌었으나 운영난으로 철거된 보문산 케이블카를 기억해 보시라. 

세계, 아니면 아시아 최고는 물론 국내 최고도 못 되는 고층 구조물 하나로 구름 같은 외지 관광객을 모을 수 있을지 말이다. 보문산 고층 타워가 관광자원으로서 대체불가능한 경쟁력이 있는지 말이다.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에 매몰돼 자연생태계 훼손이 불을 보듯 뻔한 150m의 보문산 고층 전망대는 대전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는커녕 자칫 처치 곤란한 콘크리트로 남을 수 있다. 

대전의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보문산에 설치하려는 고층 타워가 단체장 한 사람의 독선이 가져온 정책 실패와 예산 낭비의 사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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