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인사이트] 영화 ‘한산’과 이 시대의 이순신 리더십
[컬처 인사이트] 영화 ‘한산’과 이 시대의 이순신 리더십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7.29 15: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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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용의 출현' 스틸. 사진 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 '한산:용의 출현' 스틸. 사진 제공=롯데 엔터테인먼트

[굿모닝충청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영화 ‘한산-용의 출현’은 영화 ‘명량’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순신의 말이 대폭 줄었다. 영화 ‘명량’의 이순신은 자신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따라 뭔가 의미 있는 말을 많이 남기려고 한다.

명량 대첩을 앞두고 휘하 장병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심기일전을 독려할 수 있는 말이 필요했다. 하지만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이순신은 말이 거의 없다. 영화 ‘명량’의 이순신처럼 우락부락하거나 거칠지 않다. 오히려 무장(武將) 같지 않고 선비 같은 풍모를 지녔다. 이순신과 어린 시절을 보내고 지지 후원한 서애 류성룡은 그의 저서 ‘징비록(懲毖錄)’에서 ‘(이순신)은 말과 웃음이 적고, 얼굴이 단아하고 근엄하게 생겼으며 마치 수양하는 선비와 같은데 속에는 담기가 있었다’라고 적었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박해일 표 이순신은 영화 ‘명량’의 최민식 표 이순신과 달리 류성룡이 묘사한 이순신과 같다. 어떻게 보면 광화문에 서 있는 잘못된 무장 이미지의 이순신 동상과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

광화문 동상은 1968년 4월 27일 박정희 지시로 만들어졌고 좌대 높이 12m, 동상 높이가 9m에 이른다. 성웅(聖雄)의 이미지다. 이를 통해 박정희의 의도는 구현했지만, 이런 이순신 이미지는 무수한 콘텐츠의 원형이 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본래의 이순신과 매우 거리가 멀었다. 이를 영화 ‘한산’이 원래 이순신 풍모로 복원해주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이순신은 문무(文武)를 다 갖춘 하이브리드(Hybrid) 리더십의 소유자다. 그는 본래 문과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가세는 이미 기울었는데 두 형의 과거 준비에도 벅찬 살림살이였다. 따라서 스무 살이 훌쩍 넘어 무과 시험으로 방향을 튼다. 보성 군수 출신의 무장 방진의 데릴사위가 되어서 말이다. 지금 아산의 이순신 생가는 장인어른 방진의 집이다. 풍부한 경서 이론에 더해서 실제 전장에 쓰이는 병법과 지략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었다.

이순신은 지장과 덕장의 리더십 풍모를 보인다. 지장이란 지혜롭고 항상 공부하는 장수이다. 공자는 ‘지자 요수(知者樂水)’라고 했으니 이순신이 왜 해전에서 특히 혁혁한 공을 세울 수 있었는지 짐작이 가며 이는 내포 물길의 환경에서 성장한 덕분일 것이다.

덕장의 풍모는 영화 ‘명량’보다는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강조된다. 한편, 5월 사천 해전에서 이순신이 다치게 되는데, 이때 그를 쏜 자가 준사(俊沙)라고 한다. 이순신이 부하를 살리기 위해 직접 활을 쏘는 모습을 보고 감화를 받는다. “이 전쟁은 어떤 의미입니까.”, “의와 불의의 싸움이다.” 준사는 자신의 상관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 부하를 방패로 세웠다며 이순신에 투항한다. 준사는 한산 대첩에 혁혁한 역할을 한다.

물론 사천 해전 부상과 준사의 투항은 맞지만 시기에서 이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난중일기’에 따르면 준사는 한산도 대첩이 있던 7월 8일 이전이 아니라 이후인 7월 10일 안골포 해전에서 투항한다. 어쨌든 이순신의 직접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솔선 리더십과 덕장의 풍모가 진하게 묻어나는 장면 설정임에는 분명하다.

이순신은 유능하면서 인품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사천 해전 때 부상으로 상당히 고통을 당하고 한산 대첩에 임할 때도 고통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이순신은 꿋꿋하게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지혜와 덕이 결합하여 있었기 때문이다. 인자하면서 무능하면 유지될 수 없다.

이순신은 유능하고 지혜가 풍부한 실질적인 해법을 알고 있었고 이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고 전투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순신에서 또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경청의 리더십이라는 점이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도 문초 받는 준사가 지껄이고 욕설을 하는 말들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범상치 않은 자이니 목숨을 살리라고 하여 마침내 그의 마음을 열게 한다. 잘 듣는 이들은 옳고 그름을 판별할 역량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안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대안 모색 방식은 세종을 닮았다. 작전을 수립하고 승리하기 위해 이순신은 수많은 회의를 주최했다. 난중일기에서도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다. 각 장수와 참모들의 경험과 지혜를 모으고 헤아리는 자리였다. 일방적인 의사결정이라면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 흔히 전통사회의 무장들이 보일 수 있는 독단적인 리더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영화에서도 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기보다는 주변 제장(諸將)들의 의견을 묵묵히 듣는 태도를 보인다. 항상 고민하고 번민하는 모습이 더 잘 주목받을 뿐이다. 특히 어영담 현감이나 정걸 수사의 경험과 지혜를 잘 반영한다. 그런 면에서 수평적 리더십을 잘 보여주었다. 당시 원균, 이순신, 이억기는 같은 수군절도사의 신분이었다. 잘 아우르는 리더십이 중요했다. 그것이 없었다면 한산 대첩 등의 승리는 있을 수 없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순신은 대첩이 끝나고 다른 리더와 다른 면모를 보인다. 부하들의 업적을 상세하게 기록해 장계에 올렸다. 다른 리더들은 모두 자기가 공을 세웠다고 묶어서 장계를 올릴 뿐이었다.

이순신은 어느 부하 장수가 구체적으로 몇 척의 배를 완파나 반파, 혹은 침몰했는지 상세하게 적었다. 또한, 전투 상황에서 보이지 않게 고생하는 격꾼(노젓는 사공)들의 처지에 마음을 쓰고 아파했다. 오늘날 배의 엔진에 해당하는 그들이 격한 노동과 질병에 시달리는 상황에 항상 마음이 쓰였다. 둔전을 개척하고 지속성이 가능한 미래 대안을 마련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이순신이 이런 리더십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지방에서 난관 끝에 과거 시험에 합격하고 명문 귀족 자제들이 편하게 중앙에서 근무할 때 변방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실제 상황들을 겪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지도자가 백성을 이끌 때 민생이 편안하고 국난은 극복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나라를 이끄는 국정 리더는 어떠한 사람인가? 과연 그들은 두루두루 지역과 민생을 경험했을까? 수도권 중심이 반도체 학과 신설만 해도 그렇다. 전혀 그렇지 않기에 당연히 국민의 신망을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수평적인 태도는 물론이고 최소한 경청을 해야 할 것이다. 변방이 살아야 중앙도 산다. 특히 지역 민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그것이 한산대첩이 오늘날에 국정에 주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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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국봉 2022-07-31 19:52:26
굿 분석!!

김방구 2022-07-29 19:04:53
지도자의 이상과 덕목을
뭉가넘 가기전에 제시 했어야죠.
지금와서 때늦게 뭘 어쩌자고
나라는 빚더미에 올라 앉았고
내로남불이 판치고
훈련안한 군대는 엉망이 됐고
정치는 불신이 지배하고
나라꼴이 이지경인데 버스 지난뒤에
손드는건 좀 아니지 않소?
지금 민주당의 당권을 놓고 두사람의 무리들이
싸우고 있소 거기에 대해서 한마디 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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