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지난 2월 9일이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상돈 천안시장과 함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김태흠 충남지사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정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천안 성환 종축장 국가산업단지 선정에 대해 기재부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416만9000㎡(약 127만 평)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기재부의 입장에서는 충남도와 천안시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지사는 특유의 직설적이고 저돌적인 화법으로 추 장관을 설득해 나갔고, 결국엔 ‘오케이’ 사인을 받은 뒤 곧바로 정부세종청사로 향했다.
국가산단 선정 권한을 가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서다. 국토부로선 토지 소유주인 기재부가 반대할 경우 국가산단 지정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는데 선결 과제를 해결한 만큼 이 사실을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원 장관으로부터 또 다른 ‘오케이’ 사인을 받은 김 지사는 다시 정부서울청사로 올라가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국가산단 문제 해결을 위해 승용차 기준 왕복 300km에 가까운 길을 오간 것이다.
김 지사는 당선인 시절부터 성환 종축장 개발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다고 한다. LH에 개발을 전적으로 맡길 경우 산업용지는 5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공동주택단지를 건설하게 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해당 부지에 대한 산업용지 확대 방안을 지시했고 약 71%까지 끌어올려 중앙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밝혔듯이 국유지에 대해 광역지방정부 수장이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김 지사는 세종시 소재 충남산림자원연구소 부지와의 교환 카드까지 꺼내는 등 중앙정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다고 한다.
김 지사는 추 장관과 원 장관을 5, 6차례 가까이 만났고, 담당 국장들과 수시로 통화하는 등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정치력을 발휘해 왔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 지사의 폭넓은 인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예산군 삽교읍 일원 165만㎡(약 50만 평)에 내포 농생명 그린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군 역시 국가산단 지정에 도전했으나 농지가 82%에 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강력 반발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 지사는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대안 사업을 이끌어냈고, 해당 지역에 약 3940억 원을 들여 스마트팜과 그린바이오, 6차산업화단지 등을 조성키로 했다. 지역 여건에 맞는 개발 방식를 채택하게 된 것이다.
홍성군 홍북읍 대동리 일원 235만6000㎡(약 71만 평)에 조성되는 내포신도시 미래 신산업 국가산단과 함께 3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이 역시 도청 소재지인 내포신도시를 지역 발전의 핵심 축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김 지사의 강력한 의지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16일 “기재부는 처음부터 성환 종축장에 대해 ‘정부 땅을 왜 지방정부가 간섭하느냐?’는 인식이 강했다. (김 지사께서는) 글로벌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발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끝내 관철시킨 것”이라며 “기재부의 입장을 돌려놓은 것은 지사님 정치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선정된 전국 국가산단 후보지) 15개소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하면 14개소다. 이 가운데 충남이 2개소”라며 “자랑은 아니지만 알짜배기로 새롭게 시작하는 건 충남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