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에 들어서는 서민들의 깊은 한 숨을 달래주는 친근한 벗으로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만, 이제는 서민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귀하신 몸’이 됐다. 오죽하면 “(담뱃값 4500원 시대인)내년부터는 흡연 여부가 부의 척도가 될 것”이라는 농지거리가 술자리의 안주가 될까.
이 같은 사회현상에 편승해 ‘담배를 끊는 사람이 독한 사람이 아니라,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이 진짜 독한 사람이다’라는 말이 이제는 진리처럼 들린다.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폐해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담배값 인상 논란은 ‘부자감세, 서민증세’ 등과 맞물려 사회적 이슈로 이어져 왔다. 그만큼 담배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인간사 깊숙이 자리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담뱃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게 되면서 애연가들의 끽연 권리는 무색해지게 됐다. ‘서민증세’라는 비난을, ‘국민건강 보호’라는 명분이 뒤덮었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정책을 대신하려했던 노력은 여러 차례 있었다. 이명박 정부 초기 담뱃값 인상안을 만지작거렸으나, ‘부자감세, 서민증세’ 논란이 일며 무산된 적이 있고, 2010년에는 ‘친서민 정책’이 발목을 잡았다.
담배 예찬론자이면서 “강토의 백성에게 베풀어 혜택을 함께하고자 한다”며 흡연 정책론까지 펼친 정조 임금과, 하루 200개비의 줄담배를 피우고 결혼식 주례를 서면서도 담배를 놓지 않았던 공초 오상순, 술·담배와 함께하는 담론을 즐겼던 수주 변영로, 소설가 김동인, 천상병 시인 등과 같은 지독한 애연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반면 흡연의 폐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달갑지 않다.
흡연의 폐해는 1954년 미국 의사 쿠퍼가 담배 연기에서 ‘벤조피렌’이란 발암 물질을 발견하면서부터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브라질,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담배회사와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잇따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8년 담배를 ‘유일한 합법 살인 상품’이라 칭하기도 했다.
정부는 국민건강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담뱃값을 인상한다. ‘서민 증세’ 등 비난 여론과의 사이에서 진정성을 보이려면, 보다 진일보한 금연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세금을 왕창 늘려 담뱃값을 올리는 식의 금연 유도는 국가정책으로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강을 생각해 이참에 끊어보자는 것인지, 주머니 사정 때문에 ‘억지 춘향’ 식으로 결심하는 것인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평생 잘 참아’내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