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나들이] 동양의학의 위대한 결론 ‘오장육부’
[한의학 나들이] 동양의학의 위대한 결론 ‘오장육부’
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5장6부의 균형이 무너지면 병이 나타난다”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12.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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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100세 시대’라고 불릴 만큼 의학이 발달했으나 지금은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세상, 이른바 워드 코로나 시대에 직면했다. 누구나 장수를 꿈꾸지만 삶은 질병과의 끝없는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 중의 한 가지로 한의사가 직접 들려주는 ‘한의학 나들이’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정다래 청주 청심한의원 원장] 동양의학에서는 병과 병 아닌 것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이 점이 특이하다. 그리고 동양의학에서 내린 결론을 살펴보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동양의학에서 병이란, '오장육부의 균형이 무너진 것'으로 규정한다. 모든 병은 장부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의 개념도 간단하다. 무너진 오장육부의 균형을 바로잡는 모든 수단이 치료 방법이 된다. 약, 침, 뜸은 물론, 마사지나 운동 요법까지 치료 방법의 범주에 든다. 그리고 이런 방법들은 병이 나타났을 때만이 아니라, 병이 나타나기 전에도 효력을 낸다는 점에서 ‘예방의학'이라면 동양의학을 따라올 것이 없다. 

너무 전문 영역으로 넘어갈까 봐서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지나칠 수 없는 개념이 있다. 동양의학의 결론이 오장육부라니, 최소한 이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음양 개념으로 보자면 5장은 음이다. 간, 심, 비장, 폐, 신장을 말한다. 6부는 양이다. 담, 소장, 삼초, 위, 대장, 방광을 말한다. 이 11가지가 서로 균형을 이루어서 몸의 건강을 유지한다는 말이고, 그 균형이 무너지면 병이라고 말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5장6부의 불균형과 균형을 어떻게 알아보고 의원들은 처방을 내렸을까? 이 점이 현재의 서양의학과 큰 차별성을 보이는 영역이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동양과 서양은 완전히 다르다. 이에 대한 오해 때문에 병에 관한 규정도 다르고 치료법의 범주도 다르다. 현재의 서양의학에 크나큰 발전의 계기를 제공한 것은 ‘해부학’이다. 몸을 해부하여 기계처럼 이해하고 병의 근원을 찾아서 고치는 방법이다. 이런 태도는 물질의 근본 구성 요소를 찾는 과학의 ‘실체론’과 같은 맥락이다. 서양의학이 철저하게 실험과 실증에 바탕을 두고 발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양의학에서는 옛날부터 환자가 호소하는 아픔과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보고서 병에 관한 판단을 한다. 증상을 보고 판단하는 ‘증상학’이 한의학의 바탕이다. 이런 증상들이 5장6부 간에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을 알아내려는 것이고, 이런 방법은 5장6부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병의 실체를 찾는 게 아니라 장부 간의 관계를 가늠하는 일에 집중한다. 그래서 동양의학은 실체론이 아니라 ‘관계론’에 바탕을 두고 발전해온 의학이다. 5장6부 간의 상호관계. 실험과 실증에 바탕을 둔 서양의학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예컨대, 살갗에 나타나는 갖가지 병이 있다. 아토피, 여드름, 알레르기 같은 각종 피부병은 심장의 열이 폐로 전이되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동양의학에서 피부는 폐가 지배하는 영역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피부에 발진이 일어나면 폐의 상태를 눈여겨보고, 심장의 열이 폐로 건너간 것으로 보아, 심장의 열을 먼저 꺼뜨리는 처방을 한 뒤에 폐를 다스린다. ‘화염성 홍반’이라는 피부병이 있다. 이것을 실체론으로 접근하여 피부의 문제로 보면 피부과에서 레이저로 박피 수술을 하는 처방을 하게 된다. 이것을 관계론으로 보면 심열을 내리게 하고 폐의 기능을 복구하는 처방을 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판단하는 데는 경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증상들을 오장육부로 귀납할 할 수 있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 철학은 춘추전국시대에 추연이 제창한 ‘오행론’이다. 이 철학 때문에 중국의 고대 의학은 인도 같이 인구가 비슷한 다른 지역의 의학과 구별되어 동양을 대표하는 의학으로 자리 잡는다. 의학에 방법과 철학이 없다면 단순한 민간요법에 그치고 만다. 그것을 넘어선 계기가 바로 철학인 음양오행론이다. 앞서 피부의 문제를 심열이 폐로 건너간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도 바로 이 오행론에 의한 것이다. 모든 다양한 병의 증상들을 재빨리 오장육부로 귀납시키고, 그런 뒤에 다시 그 전의 경험방에 의존하여 치료 방법을 연역해내서 환자에게 적용시키는, 귀납과 연역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철학’ 때문에 한의학은 동양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독특한 발상이 한의학의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마치 피가 흘러다니는 핏줄처럼 온몸에 기운이 도는 통로가 있다고 가정을 하고 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리(혈)들을 선으로 이어 치료에 응용한 것이다. 침과 뜸에서 쓰는 경락(經絡)이 그것이다. 실체론으로 보자면 이 경락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동안 몸을 다스리는 강력한 수단으로 쓰여왔다. 없는 존재가 효과를 낸 세월이 2,000년 넘게 이어온 것이다. 실체론에선 확인이 안 되지만, 관계론에서는 정말 훌륭하게 입증되는 존재이다. 발목 삔 것을, 손목이나 목에 침놓으면 싹 낫는다. 심장이 약하거나 심장 수술한 사람이 자주 발목을 삔다는 사실은 동양의학에서 벌서 2,000년 전에 알아낸 사실이다. 

실체론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서양의학에서 다루기 힘들거나 까다로운 병이라면, 또 다른 방법인 관계론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가 한의원에 발걸음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밑져야 본전이다. 그런 생각이 난치병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준다. 난치병은 말 그대로 고치기 힘든 탈이다. 실체론으로 고치기 힘들다면, 관계론으로 실마리를 풀어보자. 한의학은 그 끄나풀이자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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