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시론》 의사 파업에 대한 개인적 의견
《김두일 시론》 의사 파업에 대한 개인적 의견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8.23 18:32
  • 댓글 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두일 시론》 의사 파업에 대한 개인적 의견

-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한중 IP 전문가, '검찰개혁과 조국대전'의 작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사진=복지부 제공/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사진=복지부 제공/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어제 약속한 글을 이제 올린다.

1.
오늘은 두괄식으로 결론부터 말하겠다.

파업의 본질: 밥그릇 싸움

내 생각 하나: 밥그릇 싸움이 나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내 생각 둘: 의사들의 누적된 불만이 이해된다. 정부의 의료정책에도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런데 누적된 불만이나 정부의 정책이나 모두 20년간 누적된 것이지, 지금 정부가 당장 벌인 문제가 아니다.
내 생각 셋: 의사들, 특히 젊은 전공의들이나 어린 의대생들은 투쟁의 대상을 잘못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식도 대단히 잘못되었다.

자, 이제부터 본격인 내 의견을 밝히겠다. 꽤 긴 글이 될 것이다.

2.
현재 의대 정원을 늘이는 것에 대해 정부와 의사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다른 부분은 ▲의사 수 부족 ▲대도시와 지방간 의료서비스의 차이 ▲비인기과 의사 수 부족에 대한 해결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첫번째에 해당하는 의사 수 문제는 OECD국가 중에서 우리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팩트이니 내가 굳이 추가로 이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두 가지 쟁점인 낙후된 지방 의료서비스와 비인기과 의사 수 부족에 대한 해결방안을 언급하려면, 필연적으로 의료보험 ‘수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서두에 이야기한 이 싸움의 본질이 ‘밥그릇 싸움’이라고 정의한 것과 의사들의 누적된 불만은 결국은 이 ‘수가’에서 비롯된다.

3.
‘수가’란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의 합계이다.

치료원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인건비, 기타 의료기관의 운영비를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최종 결정되지만, 수가의 인상률은 각 가입자단체와 건강보험공단이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수가 인상은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되고, 건강보험공단 입장에서는 재정부담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 협상은 단 한번도 순탄치 않았다.

4.
국민 개개인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가 인상된다는 것은 선출직 정치인들에게는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극도로 민감하다. 유시민이 보건복지부 장관시절 건강보험료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가 여론에 의해 박살난 적도 있었다. 유시민이니까 그런 말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어떤 정부이건 의료 수가에 대한 인상률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보다는, 대체로 병원과 의사들을 누르는 방식으로 수가를 유지했다. 심지어 어떤 수가는 20년 동안 물가 대비 거의 올라가지 않은 것도 많다.

의사들의 누적된 불만이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5.
나는 ‘수가’에 대한 부분만큼은 기본적으로 의사들 입장에 동의한다.

한국의 의료시장은 공공서비스의 영역이고, 국민들이 저렴하고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공공의료보험에서 비롯되었다.

수가를 올리려면 공공의료보험비용을 올려야 하고, 어떤 정부나 그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틀어막고 있으니, 이런 부분들이 의사들 입장에서는 합당하지 않다는 누적된 불만에 나는 공감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의 공공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거나 혹은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보험료를 올린다고 해도 나는 찬성한다. 

6.
물론 일반 급여소득자는 월급이 오르지 않아 죽겠다고 외치고, 자영업자 입장에서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이 지옥같은 상황에서 ‘왜 의사들의 수익만 보존해야 하는가?’

혹은 ‘타 직종에 비해 그래도 의사들은 고소득 전문직이 아닌가?’라는 반론에도 동의한다. 맞다. 다 같이 힘든 세상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의사가 고소득 전문직이 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우선 의대에 진학을 한다는 것부터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노력과 비용을 동시에 투자해야 가능하다.

그렇게 진학을 하면 예과 2년, 본과 4년 총 6년의 학교 과정을 거쳐 의사국가고시에 합격을 해야 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고 이후에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전문의시험 합격까지 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7.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쳤다고 바로 고소득 전문직의 의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우선 직접 개인 병원을 차리기 위해서는 큰 돈이 필요하다. 의사들에게는 금융권 대출의 한도가 매우 높지만, 결국 고소득 전문직이 된다 하더라도 상당기간 대출을 갚아 나가야 하고, 그 사이 병원 운영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대학병원이나 다른 병원에 취직을 해야 한다. 대학병원에서 일을 하려면 펠로우(임상강사)로 2년 정도 적은 돈을 받고 일해야 한다. 남자들의 경우는 중간에 군 문제까지 해결을 해야 하니, 36개월간 군의관 근무까지 해야 한다.

중간에 휴학이나 유급없이 한 명의 의사가 만들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15년 정도이다. 그리고 그 수련기간은 수험생처럼 늘 처절하고 빡빡하게 살아야 한다. 때문에 의사들은 취미가 별로 없다. 즐길 시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의사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처럼 전문직 고소득자로 여유 있는 삶을 누리려면, 적어도 마흔 살은 넘어야 한다. 솔직히 별로 부러운 삶은 아니다.

8.
자, 그런데 서두에 이야기한대로 의료 수가는 거의 오르지 않는다. 수가는 보험에서 지원을 해 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보험 진료, 후자는 비보험 진료라고 한다.

물가 대비 거의 올라가지 않는 수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우선 필수적인 치료 외에는 비보험 진료와 입원비, 식비, 주차비 등에서 비용을 올려 받는다. 일종의 편법인데, 이 부분은 정부에서도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그래야 병원 경영이 유지가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건 그나마 양호한 것이고, 수가가 조정되지 않는 탓에 어떤 특정 질환의 경우는 잘 치료가 되어도 본전 아니면 적자가 된다. 그러니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꺼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이국종 교수의 사례를 생각하면 된다.

9.
이 대목에서 인기(진료)과와 비인기(진료)과가 나뉘게 되는 것이다. 보험이 적용되는 것은 비인기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진료 과목들이다.

병원에서는 이런 비인기 진료과목을 개설해 보아야 적자만 쌓이니 기피를 하는 것이고, 때문에 해당 과목의 의사들은 자리를 구하기도 힘들고 대우도 안좋고 근무환경 마저도 열악해 지는 것이다. 

의사입장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다는 사명감으로 그 길을 선택하기에는 15년 넘게 고생해서 힘들게 얻은 대가 치고는 미래가 불투명하니, 당연히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과목들은 모두 비인기과로 전락하는 것이다.

10.
응급의학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감염내과, 비뇨기과 등 비의료인이 보기에도 중요하게 보이는 진료과목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심지어 서울 소재 종합병원에도 이런 과목들은 전공의 없이 교수가 직접 진료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의료시스템에 필수적인 진료 과목들인데 이미 의사들이 기피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령 금요일 밤 맹장염 진단을 받아 터져서 복막염에 걸려도 주말에 환자를 보낼 곳이 없어 월요일까지 버텨야 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이런 필수적인 항목들을 진료하는 병원이 적고 의사들이 없기 때문인데, 이는 근본적으로 수가 때문이다. 수가를 아끼고 국민 의료 보험을 줄이는 것이 이어지면 공공 의료시스템이 결국 위험해 지는 것이다.

11.
정리하면, 현실적이지 않은 수가 문제는 우리 의료시스템에 다음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

첫째, 의사들의 불만을 누적시켜 왔다.

둘째, 우리 의료시스템에 필수적인 진료항목들을 비인기과로 만들었고, 해당 전문의들을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만들었다. 반면 성형외과, 피부과 등 비보험 미용 관련한 과목들은 성업 중이다. 심지어 다른 전공의나 기존의 다른 과 전문의들도 이쪽으로 많이 넘어간다. 돈 문제이다.

셋째, 병원들이 경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혹은 의사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비보험 진료과목들을 자꾸 늘려갔다. 이는 사용자인 환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진료는 싸게 받는 것 같지만 결국 엉뚱한 곳에서 과도한 청구서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12.
그래서 나는 수가 조정을 현실적으로 해야 ,이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서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 정서와 정치적인 이유로 20년 동안 전혀 하지 못한 부분이지만, 그래도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기 전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사실상 의사들 주장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나는 대부분 동의한다.

13.
의사가 되는 과정의 어려움과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맡고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그들의 밥그릇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야 우리의 의료시스템도 더 건전해 진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참고로 내 가족이나 친척 중에 의사는 없다. 따라서 의사들의 밥그릇은 내 밥그릇과는 전혀 무관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의사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방식에 대한 비판을 하려고 한다. 의사들은 대단히 어리석은 방식으로 투쟁을 하고 있는데, 특히 두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지적하고자 한다.

14.
그 중 첫번째는 의사들을 대표하는 리더로 최대집을 뽑았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치명적이다.

최대집이라는 사람은 지금 전 국민의 '공공의 적'으로 등극한 전광훈과 우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의 극우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의료계의 전광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거친 말투와 행동 그리고 혐오스러운 퍼포먼스는 그가 기사에 한번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의사들에 대한 신뢰도를 까먹는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최대집은 박근혜의 열혈 지지자이자 지난 총선에는 미래통합당을 위한 선거운동까지 했다. 황교안도 자주 만났다.

이런 최대집이 의사들을 대표해서 주장한 파업 협박 일지를 살펴보자. 이는 모두 언론에 보도된 것들이다.

15.
2018년 3월: 비급여 전면급여화 강행시 최대규모 총파업
2018년 4월: 문케어 바로잡기 토론회에서 ‘의사 총파업’ 재천명
2018년 5월: ‘문케어 저지’ 내건 최대집 취임, 의료파업 예고
2018년 10월: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총파업 계획 발표
2018년 11월: 총파업 준비 비상실무단 100명 구성, 1~2주내 총파업 계획 발표
2019년 2월: 응급실 폐쇄 등 파업 예고
2019년 3월: 총파업 필요성 강조 최대집 “굴복하지 않겠다”
2019년 7월: 전국의사총파업 및 건보 거부투쟁
2019년 8월: 총파업불사,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투쟁 고려
2019년 8월: 무기한 총파업 강조, 옥중투쟁각오 피력
2019년 12월: 의협 ‘총파업카드’로 정부 압박
2020년 3월: 의사파업 무죄판결 나자 “집단행동 활용하겠다”
2020년 4월: 문케어 강행시 총파업 강행
2020년 4월: 총선 직후 총파업 꺼낸 최대집 “왜 하필 지금”
2020년 6월: 첩약 급여화 강행시 총파업

16.
내가 찾은 것이 이 정도이고 사실은 더 많을 것이다.

그는 의사협회장이 된 이후 항상 ‘의사 총파업’을 입에 달고 살았다. 국민들은 의사들이 파업을 하겠다는 이유도 거의 모르고 그의 혐오스러운 모습과 행동만 기억한다.

그가 드물게 얌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황교안, 나경원 등 미래통합당 관련 인물들을 만났을 경우이다. 황교안의 단식투쟁장소를 찾아 위로를 하기도 했고, 총선 전에도 황교안을 만나 ‘코로나는 정부 탓’이라는 발언을 반복해서 하기도 했다.

지난 광화문 집회에 나와 생화학 테러에 가담했던 이동욱 경기도 의사협회장도 최대집과 함께 황교안을 만났다. 최대집 주변에는 자신과 똑같은 인물들만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의사들을 대표하는 것이다.

난 인정도 안되고, 이해는 더더욱 못하겠다. 다른 국민들도 비슷할 것이다. 

17.
또한 최대집의 파업선언은 철저하게 정치적인 목적의 선동 구호였다. 의사협회가 일반 노조들보다 더 많이 파업을 하겠다고 외치는 것은 절대로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

나는 상기에 언급한대로 의사들의 누적된 불만이 이해되고, 그들의 주장도 분명 합당한 지점과 동의되는 부분이 꽤 있지만, 일단 최대집이 나오는 순간 불쾌함이 앞선다.

최대집은 의사들을 대표해서 단계적이고 합리적인 개선을 협상하기 보다, 자신의 일방적 주장만을 내던지고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을 하겠다고 협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최대집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받아주면 댕큐인 것이고, 안 받아줘도 정부와 국민을 곤란하게 만들어 정부여당의 지지율만 낮출 수 있다면,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집권을 위해 의사들을 이용하는 의사협회장과 무슨 의료계 현안을 논의한다는 말인가?

18.
반면 만약 현 정권이 박근혜 정권이라면 최대집은 정말 의료계에 치명적인 정책이 나와도, 지금과 같은 총파업 유도는 고사하고 정권에 적극적인 협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들은 정부와 현실적인 수가에 대해 협상하고 국민들에게 의사들의 고충을 알리기 위해서는 우선 최대집을 끌어 내려야 한다. 최대집이 의사협회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의사들의 모든 주장은 정치적 구호로 받아 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전광훈이 개신교가 극우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면, 최대집은 의사들 성향이 극우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데 앞장섰다는 것을 의사들은 깨달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도 메신저에 따라 내용이 전혀 다르게 전달된다. 하물며 국민건강보험과 관련된 민감한 이야기를 최대집이 한다면, 이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19.
지금 ‘거꾸로 챌린지’ 같은 지극히 '일베'스러운 행동을 하면서 의기양양한 의대생들도 결국은 최대집 같은 의사를 롤모델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전공의들이 파업 찬성에 동의하는 부분보다, 의대 학생들의 이런 행동이 더 위험해 보인다. 이는 의사라는 직업의 고충이나 밥그릇과도 무관한 순수한 악에 근접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정작 의대생들은 코로나가 창궐하는 동안 어떠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의료진들을 향한 ‘덕분에 챌린지’는 의대생들이 아니라 일선에서 헌신하는 의료진들을 향한 감사의 표현인데, 그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자신들을 향한 것이라 단정하고 그것을 조롱했다.

20.
이러한 행동은 학생 신분임에도 그들이 벌써 권위주의와 신분주의에 도취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의료진에 대한 헌사를 반대 형태로 만들어 조롱한 것인데, 그렇다면 그들이 훗날 전공의 혹은 전문의가 된다면 '히포크라테스 선언'은 고사하고 환자를 무시할 가능성이 높은 나쁜 의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극우 의사 협회장 밑에 '일베스러운 의대생들'이 국민들을 조롱하는 것이다.

21.
심지어 그들은 시험거부에 대한 찬반투표도 실명으로 하고, 거부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조리돌림 하던데, 이 또한 지극히 위험스럽고 일베스럽다.

아무런 의미없는 서울대 의대생들의 가운 벗는 퍼포먼스나, 의사 면허증을 찢는 퍼포먼스도 국민에 대한 협박 말고 아무런 효과가 없다.

나는 파업에 동조하겠다는 전공의들보다, 이들의 ‘거꾸로 챌린지’ 행태에 가장 분개했다. 일베의사가 될 가능성이 많은 의대생들…. 나는 이들을 '최대집 키즈'라고 호칭하고 싶다.

22.
의사들의 두번째 치명적인 실수는 지금 코로나로 인해 국민 건강이 그 어느 때보다 위협을 받고 있을 때 파업을 하겠다는 점이다. 즉, 파업 시기의 문제를 말하고 싶다.

나는 기본적으로 밥그릇 싸움은 주권 행사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자신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 행동에도 원론적으로는 동의한다.

다만 의사는 일반 노동자들과 달리 파업도 노동법이 아닌 의료법에 제약을 받는다. 그리고 현행 의료법에 의하면 전공의들의 파업은 어떤 형태로든 불가능하다.

23.
의료법 59조 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지자체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하여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응급의료기관장으로부터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명령을 받게되면 이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면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면허정지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24.
코로나 감염예방법(감염병의 예방및 관리에 관한 법률 5조)에 따르면 의료인과 의료기관장은 정부나 보건당국, 지자체장의 행정명령에 적극협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에 벌금형을 받게 된다.

즉, 이 파업은 법리적으로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의사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방식이 정부를 대상으로 투쟁해서 파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주도하는 최대집은 정말 나쁜 사람이지만, 거기에 따르는 전공의들도 그렇기 때문에 어리석다고 말하는 것이다.

25.
파업이란 이해관계에 놓인 노동자들의 주권을 얻기 위한 투쟁의 수단이지만, 사용자들의 불편을 담보로 발생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명분 싸움이 정말 중요하다.

90년대 지하철 파업에 국민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응원을 보내는 것은 그 명분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또한 파업은 자신들의 생명(일자리)을 담보로 투쟁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사들의 파업은 비록 자신들의 일자리를 담보로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소방관들이 불 났는데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불을 끄지 않거나, 혹은 강도가 나타났는데 경찰이 파업 중이라 무시한다면 호응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같은 코로나 확진 위험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파업을 강행한다면, 불구경 하는 소방관이나 강도를 모른척하는 경찰관과 다를 바가 없게 되는 것이다.

26.
때문에 나는 (최대집의 의사협회 말고) 일선 전공의들과 그들을 지도하는 의대교수들에게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싶다.

26일 전공의 파업은 철회하라!

이런 비상시국에 파업을 강행한다면, 의사들은 개신교 목사들이나 검사들에 비하면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단번에 그들과 동일한 수준의 '공공의 적'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광화문 집회로 인해 개신교 목사들이 대부분 전광훈처럼 취급받는데, 26일 전공의 파업을 강행하면 이후로는 ‘모든 의사의 최대집화’가 될 것이다. 최대집을 좋아하는 의사들이라면 상관없지만, 최대집을 혐오하는 의사들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라.

27.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의사들의 고충도 이해하고 수가 현실화에 대한 주장에도 동의한다.

다만, 제발 그 전에 최대집을 의사들이 나서서 좀 어떻게 해 봐라. 그래야 제대로 의사들의 목소리가 국민들에게 전달된다.

의대 교수님들은 파업을 하겠다는 전공의들을 독려하면서 정부를 탓하기 전에 최대집 문제를 먼저 언급했어야 한다.

28.
정부에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당장 수가 현실화를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국민 정서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해야 한다. 적어도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것은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의료서비스 낙후 지역이 지방 의사 양성하겠다고 내 놓은 정책은 내가 보기에도 졸속처럼 보이기는 했다. 이미 20대 국회에서 계류하다가 폐기된 법안 아닌가? 그것을 보건복지부에서 다시 그대로 들고나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비인기과에 대한 정원을 늘이는 것은 충분히 논의가 가능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의료서비스 낙후 지역에 정부예산으로 공공의료기관을 짓고, 그 지역에 지원하는 전문의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라. 아마 지원자가 쇄도할 것이고, 효과도 더 빨리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9.
그리고 국민 입장에서는 의료보험의 현실적 반영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싸고 맛있는 식당은 없다. 가격대비 맛이 괜찮은 식당 즉, 가성비가 괜찮은 식당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가성비도 현실적으로 감수해야 할 인상분은 필연적으로 있다.

의료서비스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보험진료 수가만 틀어 막으면, 위에서 언급한 비보험 진료 장난질로 결국 똑같이 환자가 돈 쓰는 것은 매 한가지다.

비보험 진료과목을 개선해야 하고, 보험진료과목도 현실적으로 조정이 되도록 사용자인 국민들도 의료보험에 대한 부담도 감수하는 설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0.
이상 의사도 아니고, 주변에 의사 친구도 없으며, 병원도 거의 안 가면서 보험료만 납부하는 평범한 사람이 이번 전공의 파업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훌륭한 공공의료시스템이 유지가 되는 것은 의사들의 많은 양보를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고마운 마음이 있고, 특히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의료진(의사, 간호사, 의료공무원 등)들의 헌신은 존경의 마음까지 있다. (다만 그 존경심을 깬 의대생들의 행동에는 진심으로 분노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업만큼은 하지 마라. 그것은 국민들을 위하는 마음도 있지만, 의사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최대집 말고 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할 진짜 스피커를 양성해라.

여기까지 초 장문의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검찰개혁과 조국대전2, 검찰 쿠데타》가 서점에 정식적으로 발매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꾸준하게 책은 판매되고 있습니다. 3권에 해당하는 《조국 트릴로지》도 완성될 수 있도록 많은 호응 부탁 드립니다.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44117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성진 2024-02-21 12:46:26
윤석열 정권의 성공 여부는 의사들과의 싸움에서 결정된다.
이번에도 의사협회의 파업에 굴복해서 의대 정원 증원에 실패하면 앞으로 언제 다시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우리가 파업 기간에 겪는 고통이나 피해보다 의대 정원을 늘리지 못해서 국민이 겪게 되는 피해나 고통이 훨씬 클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의사제라는 제도는 입학생의 성적이 크게 떨어짐을 우려하고 있는데, 반에서 20등, 30등 하는 학생을 의대에서 뽑게 된다는 말은 말도 안 되는 변명에 불과하다.
현재의 정원에서 필요한 인원을 차점자 순서로 더 뽑는 것인데 어떻게 공부 성적에서 차이가 그렇게 크게 날 수 있냐는 것이다.

아쉽네 2020-08-28 00:37:06
글도 그럭저럭 괜찮고 동감하는 부분도 많지만 정작 글쓴이도 정치적 입장에서 벗어나지를 못 했네...

ㅊㅣㄹㄱㅗㄴ 2020-08-25 18:50:13
이분, 진짜 논리적이고 글도 잘쓰고.. 훌륭한 정치가로 나가시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개원의 2020-08-25 09:23:45
동감합니다. 최대집이 선장이 된순간부터 반은 지고 들어간 싸움인데 이 시국에 파업에 비호감 짓거리 까지 하니 아무리 전문가적으로 억울해서 바른 소리를 해도 먹힐수가 없죠

황영석 2020-08-24 23:33:24
잘 몰랐던 의료계의 정치화된 현실을 , 알 수 있게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비윤리적인 파업은 없었으면하고, 한다면 강력하게 처벌해야합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