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진구 "〈미디어오늘〉 기자, 취재의 ABC도 모르는 완장찬 권력"
    강진구 "〈미디어오늘〉 기자, 취재의 ABC도 모르는 완장찬 권력"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8.0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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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 사건에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한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비판한 '미디어오늘' 보도를 반박하고 나섰다. 사진=SBS/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 사건에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한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비판한 '미디어오늘' 보도를 강 기자가 반박하고 나섰다. 사진=SBS/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지난달 20일 〈미디어오늘〉은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 사건에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한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의 보도를 카카오톡 대화를 ‘짜깁기’한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가짜미투' 의혹을 지적한 28년차 경력 노동탐사전문 기자의 2년여에 걸친 탐사 보도를, 수년차에 불과한 후배기자가 '가짜뉴스'를 만들어 사기를 쳤다고 한방에 깔아뭉갠 것이다. 그 한방을 예리(?)하게 파헤친 기자는 〈미디어오늘〉의 김예리 기자. 먼저 그가 지난달 20일 보도한 기사내용부터 살펴보자.

    "기사는 피해자와 동료작가 사이 카카오톡 대화를 한날한시 주고받은 문답처럼 보도했으나, 실상은 한 달여에 걸쳐 오간 발언 가운데 가해자에게 유리한 발언을 골라 순서를 뒤집고 화자(피해자와 동료작가)도 뒤바꿔 제시했다. 성추행 피해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은 이 과정에 누락됐다.
    각 대화는 강 기자가 인용한 ‘성평등시민연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한날한시에 오간 것으로 표현됐지만 실상은 △2018년 1월30일 밤 △2월26일 밤 △ 2월27일 새벽 △3월5일 저녁에 오간 발언을 이른바 ‘짜깁기’한 결과다. 이 과정에 대화 순서가 뒤섞였고, 화자도 뒤바뀌어 표시됐다. 실제 대화 원문 속에선 앞뒤로 나온 발언 맥락과 내용은 모두 제거됐다."

    강 기자가 철저히 '가짜미투'를 입증시키기 위해 가해자(박 화백)에게 유리한 발언만을 골라, 발언순서도 뒤집고 화자(話者)도 뒤바꾸며 '가짜뉴스'를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김 기자의 보도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온전히 피해자 이OO 작가의 주장을 받아적는 데 충실했다. 철저히 '피해자 중심주의'를 따맀다.

    이씨가 “아, 솔직히 판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 되고만 그걸 못하네”라고 쓴 내용은 SBS가 후속 보도한 2018년 3월5일 오간 대화의 일부다.
    기사 속 발언은 앞뒤 맥락과 일시를 빠뜨려 박씨를 대상으로 한 것처럼 보이지만, SBS 보도에 등장한 2차 가해자에 대한 말이다. SBS는 원수연 웹툰협회장 등 박씨 측근이 SNS상 2차 가해를 이어가자 이를 후속 보도했다. 이씨는 한국만화가협회가 이들을 징계해야 한다며 이같이(“아, 솔직히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 되고만 그걸 못하네”) 말한 것이다.

    이에 강 기자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Respect my existence, or expect my resistance.'
    김예리 기자의 카톡 프샤에 적혀 있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왜 그토록 고집스럽게 박재동 화백 가짜미투의혹을 제기한 내 기사에 반감을 가지고 접근했는지 막연하지만 뭔가 느낌이 왔다.

    그는 "최대한 정중하게 말걸기를 시도했다"고 전제한 뒤, "내가 기사 출고 전 카톡대화의 주인공인 이OO 작가를 상대로 확인취재를 거쳤냐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김 기자의 상상력인지, 아니면 이OO 작가 측의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기사를 읽는순간 몹시 당혹스러웠다. 만약 그런 의도를 가지고 기사를 쓰려고 했다면 나에게 그 부분에 대해 반론을 요구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 왜냐하면 이OO 작가는 나와 전화인터뷰에서 ‘판은 내가 다 깔아줬고, 자기는 춤만 추면 되는구만’에서 ‘자기’는 박 화백과 갈등관계에 있었던 만화협회장 윤OO 씨를 말하는 것이고, 카톡대화의 의미는 징계위에 회부된 박 화백을 빨리 제명시키라는 것이라고 털어놨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3~4번에 걸쳐서. 따라서 굳이 내가 2018년3월 카톡대화를 박 화백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려고 2018년1월 대화와 합치는 꼼쑤를 쓸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는 "다만 이OO 작가가 나하고 인터뷰때와 달리 김 기자에게 2018년3월 ‘판은 내가 다 깔아줬어’는 박 화백이 아니라 2차가해세력을 겨냥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을 수는 있었다"며 "김 기자가 이OO 작가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 결과적으로 부당하게 나를 공격하는 기사를 내보낼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라고 추정했다.

    강 기자는 이후 카톡을 통해 김 기자와 주고받은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2018년3월 카톡대화가 박 화백이 아니라 2차가해세력이라고 판단한 것은 앞뒤 문맥을 보고 판단한 것인가요, 아니면 이 작가 상대로 취재를 통해 확인된 것인가요?”(오전 11시21분 강진구)
    “자료 검증과 취재 결과물입니다. 강 기자님께서도 직접 알아보시면 확인 가능할 겁니다.”(오후 12시44분 김 기자)
    “제 질문요지를 파악하지 못하신 모양인데 그럼 다시한번 묻죠.  2018년3월 카톡대화가 박재동이 아니라 2차가해세력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는 건 이 작가로부터 들은 애기인가요, 아닌가요?”(오후 12시48분 강진구)
    “강 기자님, 제게 확인하지 마시고 직접 취재해 보세요. 저는 그렇게 확인했습니다.”(오후 1시8분 김 기자)
    “나는 이 작가로부터 직접 확인취재했습니다. 이 작가는 제게 문제의 카톡발언은 박 화백의 제명을 요구하는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김 기자는 이 작가에 대해 확인 취재 없이 기사를 작성한 겁니까?”(오후 1시14분 강진구)

    그는 "이 작가에 대한 확인취재 없이 기사를 작성한 것이냐’는 내 질문에 김 기자는 한참동안 답변이 없었다"며, 이후 우여곡절 끝에 〈미디어오늘〉 사장과 편집국장을 거쳐 김 기자와 직접 통화가 이뤄진 사연을 덧붙여 소개했다.

    그는 "김 기자는 그제서야 '이 작가가 2018년 3월 카톡대화는 박 화백이 아니라 2차가해자를 겨냥한 것이었다는 말을 해줬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결국 이 작가가 거짓말로 김 기자를 속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하지만 김 기자의 답변이 가관이다. 강 기자는 “'거짓말 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죠. 그건 이 작가에게 물어보세요'라고 김 기자가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강 기자가 "내가 속임수 짜깁기를 한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만큼, 최소한 반론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했고, 김 기자는 이에 "나는 이 작가 얘기를 듣고 앞뒤 문맥을 참고해서 기사를 쓴 것이니 따지려면 이  작가에게 따지세요”라고 대꾸했다. 순간 김 기자의 이런 태도에 강 기자는 버럭 화가 치밀었다.

    요컨대, 김 기자 자신은 이 작가로부터 들은 얘기가 사실이니 기사는 고칠 필요가 없고, 이 작가가 강 기자한테 거짓말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자신이 알 바 아니니 궁금하면 강 기자가 직접 따지라는 식의 답변을 툭 내뱉은 셈이다.

    자신이 보도한 기사에 반론을 제기하면 이를 정중히 경청하고, 진실추구를 위해 그에 따른 보완취재가 지극히 당연한데도, 취재기자로서의 ABC마저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상대가 30년 가까이 취재 하나로 살아온 전문기자인데도 말이다.

    강 기자는 "김 기자 사례는 다시한번 진실추구를 외면한 맹목적인 미투의 폭력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며 "피해자중심주의가 진실추구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맹목적인 미투는 경향신문 ‘후배권력’만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씁쓰레했다.

    특히 "2018년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고발로 시작된 미투운동은 심하게 뒤틀려 가고 있다"면서 "가짜미투는 없다는 맹목적인 믿음이 진실을 추구하려는 기자를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며 비감에 젖었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장탄식을 내뱉었다.
    "‘Respect my existence, or expect my resistance’에서, 인간의 아름다움 대신 '완장찬 권력'의 무서움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일일까."

    자신의 존재와 주장이 존중 받기를 원하는 만큼 타인의 지적에 대해서도 겸허하게 경청하는 자세가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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