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핀란드 청년은 세계평화 걱정…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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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연구원: 팬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⑧ 윤흥식 인하대 교수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1.04.19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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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대표 인터넷언론 <굿모닝충청>은 충남연구원 그랜드비전 연구단의 ‘팬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포럼을 총 12회에 걸쳐 지상 중계한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충남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기 위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윤흥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일 오후 공주시 소재 충남연구원(원장 윤황)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펜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포럼에서 ‘성공의 덫에서 탈출하기: 우리가 꿈꾸는 복지국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윤흥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일 오후 공주시 소재 충남연구원(원장 윤황)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펜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포럼에서 ‘성공의 덫에서 탈출하기: 우리가 꿈꾸는 복지국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핀란드 청년들은 기후 위기와 세계평화를 걱정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청년들은 어떤가? 이런 사회 구조가 정상적인가?”

윤흥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일 오후 공주시 소재 충남연구원(원장 윤황)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펜데믹시대 희망을 말한다’ 포럼에서 ‘성공의 덫에서 탈출하기: 우리가 꿈꾸는 복지국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며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윤 교수는 약 1시간 가까이 진행된 특강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거론하며 바람직한 복지국가의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복지국가의 핵심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임을 강조한 뒤 “여러분은 과연 (핀란드의 청년들처럼) 기후 위기와 세계평화를 걱정하며 밤잠을 설친 적이 있나?”라며 “우리가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인가? 아니면 북유럽 사람들이 이타적이기 때문인가? 이것은 사회 구조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 문제를 복지국가의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흥식 인하대 교수 “불평등 사회 문제 충분히 넘어설 수 있어”

윤 교수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GDP 등 우리나라 경제력이 일본을 넘어설 거라고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 윤 교수는 “지금 우리가 성공을 얘기하는 이유는 역사적인 과정을 보면 더 어려운 일도 해결해 왔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불평등 사회 문제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 공무원은 일본이나 파키스탄으로 연수를 갔다. 과연 지금 파키스탄으로 가라고 한다면 뭐라고 하겠나? 엄청난 변화”라며 “해방 이후 40년 넘게 독재를 경험했지만, 2021년 이코노미스트 평가 결과 200개 국가 중 23개 국가만 완전한 민주주의가 이뤄졌다고 했고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굉장히 고도화 됐다”고 말했다.

윤흥식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 공무원은 일본이나 파키스탄으로 연수를 갔다. 과연 지금 파키스탄으로 가라고 한다면 뭐라고 하겠나? 엄청난 변화”라고 강조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윤흥식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 공무원은 일본이나 파키스탄으로 연수를 갔다. 과연 지금 파키스탄으로 가라고 한다면 뭐라고 하겠나? 엄청난 변화”라고 강조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혁신지수 역시 독일과 1-2위를 다툴 정도로 상당한 역량을 갖췄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최근 ‘미나리’(감독 정이삭)와 BTS에 이르기까지 문화강국으로서의 기량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윤 교수는 “지인이 자녀들을 데리고 스웨덴에 갔는데 과거에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줄 알았던 반면, 요즘은 한국 학생과 친해지려고 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놀라운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전 세계 식민지였던 나라들 중 지배국을 앞질렀던 경우는 흔치 않다. 한국과 아일랜드 정도”라며 “일본에 앞선다면 200년 만에 역전이 이뤄지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역사의 최정점에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엄마 찾아 3만리’라는 이태리 만화가 있다. 마르코라는 아이가 엄마를 찾아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르코의 엄마는 너무 가난해서 아르헨티나에서 가사 도우미를 했다. 마르코의 아버지는 의사였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은 이를 훨씬 넘어섰다. 기적 같은 경험을 한 나라가 한국이다.”

“세대보다는 계급 문제가 더 중요…소수의 사람들이 특권 세습”

“아톰과 독수리5형제, 마징가제트, 원더우먼, 육백만불의 사나이 등 저희는 만화는 일본 것, 드라마는 미국 것을 보고 자랐다. 2020년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100개 콘텐츠 중 10개가 한국 것이다. 놀라운 사실이다. 문화적인 혁명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처럼 한국의 고성장과 국제적 위상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출산률 급락 등 성공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어두운 지표들을 거론하며 “이 역설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윤흥식 교수는 이처럼 한국의 고성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면서도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출산률 급락 등 성공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어두운 지표들을 거론하며 “이 역설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충남연구원 제공)
윤흥식 교수는 이처럼 한국의 고성장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것을 당부하면서도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과 출산률 급락 등 성공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어두운 지표들을 거론하며 “이 역설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충남연구원 제공)

“세대보다는 계급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윤 교수는 “586 세대인 저 때는 4년제 대학에 가는 사람은 20% 수준이었다. 지금 특권을 누리는 것이 그 때 대학에 간 사람들 중 아주 소수에 해당한다. 그 사람들이 대를 이어 특권을 세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는 지역과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좋은 대학을 가느냐가 결정되고 있고, 한국의 사회적 유동성은 극히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윤 교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부모를 선택하는 일”이라는 해외 석학의 발언을 설명한 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국가는 선택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다. 북유럽의 경우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지위와 노동시장 진출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러분들이 어떤 국가에서 살고 있는지,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북유럽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자녀 노동시장 진출 결정하지 않아”

윤 교수는 “혼란스러운 것은 국가는 굉장히 부유하고 성공했다고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는데 우리 각자의 마음에는 불안과 두려움,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도대체 뭘까?”라며 “여성들의 경우 사회적 차별이 굉장히 심하다. 한국에서 여성이 출산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또 GDP 중 복지비 지출이 1~3%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가 오히려 줄어든 점을 거론한 뒤 “불평등을 줄인 것은 복지가 아닌 성장이었다. 성장이 일자리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일자리가 불평등을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장시간 일하고 그 소득으로 저축을 하고 집을 사서 자식을 키운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국가가 해 준 게 뭐냐?’고 여긴다. 여러분 모두가 공무원이 되고 싶지만 많은 세금이 ‘철밥통’ 공무원에게 투입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까워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옆 사람과 함께 손잡고 국가를 통해 해결한 경험이 많지 않다. 세금과 복지국가에 대한 여러 부담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흥식 교수는 “여러분들이 어떤 국가에서 살고 있는지,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윤흥식 교수는 “여러분들이 어떤 국가에서 살고 있는지,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충남연구원 제공)

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980년대 초반까지 정점을 찍었다가 계속 감소하고 있음을 설명한 뒤 “과거와 같은 성장은 불가능하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면 당연히 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저성장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인은 이 기간 동안 성장을 통해 불평등과 빈곤을 완화했던 경험이 있다. 우리에게는 사회적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없다. 그러다보니 자꾸 성장을 갈망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연대 통한 문제 해결 경험 없다보니 성장 갈망”

윤 교수는 “이대로 가면 2030년이 되면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노동자는 다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19세기처럼 기계파괴운동을 할 순 없다”며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신경영 전략을 통해 노동조합을 최소화 시켜 왔다. (반면) 독일은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확대하고 임금을 높여왔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한국은 자동화기기를 관리하는 엔지니어 중 경쟁을 통해 최고의 점수를 얻은 상위 계층을 끄집어내고 있고 교육제도 역시 그렇게 돼 있다”며 “갈수록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먹고 살려면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취업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일자리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그게 되는지도 의문”이라며 “(롯데월드 타워의 경우) 주요 기술은 스위스와 캐나다,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 가져왔다. 한국이 한 일은 시공이다. 성장의 상당수는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우리의 성장이 중소기업과 함께 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복지국가가 보호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정규직”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위험과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 준 경험이 없는 까닭에 사람들은 세금을 적게 내는 대신 그 돈으로 부동산 등 사적 재산을 축적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상황 속에 덴마크와 스웨덴, 핀란드 등이 특별한 재정 지출 없이도 국민을 훨씬 더 잘 보호하고 있음을 강조한 뒤 “북유럽의 투자 대비 성공률은 20~30%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98%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일에 투자한 것이고 북유럽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더라도 투자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서 혁신이 나올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윤흥식 교수는 “유럽 사람들에게 물으면 ‘국가는 내가 쓰러져 있을 때 일으켜주고 등을 두드려주는 내 친구’라고 말한다”며 “국가는 그래야 한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흥식 교수는 “유럽 사람들에게 물으면 ‘국가는 내가 쓰러져 있을 때 일으켜주고 등을 두드려주는 내 친구’라고 말한다”며 “국가는 그래야 한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만들어야…국가의 역할은 의자 늘려주는 것”

윤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튼튼한 복지국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러분의 운명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공동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공유할 때 가능하다”며 “(스웨덴의 경우) 2020년 신규 일자리 100개 중 지방정부가 90개를 만들었다. 교육과 보건, 복지, 간호, 보건 등 민생과 관련된 일자리였다. 공공부분에서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체 취업자 중 공무원은 30%에 가깝고 OECD 평균 18%에 달하지만 한국은 7%대에 그치고 있다”고도 했다.

계속해서 윤 교수는 고양이 7마리가 6개의 의자를 놓고 자리다툼을 하는 그림을 보여준 뒤 “1년 동안 여러분에게 헬스 트레이너를 통해 훈련을 하고 고구마와 닭 가슴살만 먹게 하더라도 모두가 앉을 순 없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가? (심지어 한국의 경우) 의자는 1개고 주변을 도는 사람은 9명”이라며 “그렇다면 국가의 역할은 의자를 늘려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열심히 노력한 여러분들이 그 의자에 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윤 교수는 “유럽 사람들에게 국가에 대해 물으면 ‘내가 쓰러져 있을 때 일으켜주고 등을 두드려주는 친구’라고 말한다”며 “국가는 그래야 한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 의자에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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