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치유의 길…불교 순례길7] 솔숲길 청신한 기운이
[충남 치유의 길…불교 순례길7] 솔숲길 청신한 기운이
태안 백화산성 솔바람 길
태안 가영헌 가옥~흥주사~백화산 정상~태을암~삭선리 6km 구간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1.10.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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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치유와 힐링이 되길 기대하며 충남도내 불교와 천주교 순례길 15구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태안 백화산 전경.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태안 백화산 전경.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충남 태안군에는 높이가 고작 284m 불과한 산이 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면 태안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서해바다를 품고 있어 여느 높은 산보다 더 아름답다. 백제의 수준 높은 불교 미술도 볼 수 있다. 바로 ‘백화산’이다.

백화산에는 가영헌 가옥에서 삭선리까지 약 6km를 잇는 ‘백화산성 솔바람길’이 조성돼 있다. 이 길을 지난 27일 걸었다.

태안 백화산 솔바람길 출발점인 가영현 가옥.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태안 백화산 솔바람길 출발점인 가영현 가옥.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출발점은 백화산 아래에 자리한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17호 ‘태안 상옥리 가영헌 가옥’이다.

상옥 1리 정미소에서 흥주사 방면과 도내리 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농로를 따라 약 600여m 정도 들어간 곳에 있다.

입구에는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거리고 있었다.

태안 백화산 솔바람길 출발점인 가영현 가옥.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태안 백화산 솔바람길 출발점인 가영현 가옥.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약 200여 년 전에 지어진 집으로, 1900년대 초 최씨가 소유하고 있던 집을 1930년대 가씨 집안이 인수, 1989년 옛 자재를 사용해 다시 초가집으로 복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옥은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를 갖춘 조선 시대의 전형적인 전통 가옥 형태로 초가집으로서는 규모가 큰 편이다.

가양헌 가옥에서 흥주사까지는 포장된 도로를 걸으면 된다. 길의 폭이 넓어 두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넉넉하다.

태안 백화산 솔바람길. 흥주사의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태안 백화산 솔바람길. 흥주사의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는 다른 사찰과 달리 일주문이 없다. 주차장과 경내를 이어주는 계단이 일주문 역할을 하는 듯했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은행나무느티나무가 양쪽으로 버티고 서 있다. 마치 천왕문의 사천왕을 대신하고 있는 듯 보인다. 높이가 각 22m, 18m에 달한다. 둘레는 8m 정도다. 모두 보호수다.

은행나무 아래로는 부처상이 히죽 웃으며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부처의 도를 품고 있는 듯 평화롭고 웅장한 느낌도 들었다.

흥주사의 은행나무 아래에 있는 부처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의 은행나무 아래에 있는 부처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900여 년 된 은행나무와 400여 년 된 느티나무가 고찰인 흥주사의 위엄을 보여준다. 문득 수채화에 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전통사찰 46호인 흥주사는 부처님 손길이 자손만대 전해지길 바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정확한 창건 연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신증동국여지승람’와 ‘여지도서’ 등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오랜 역사를 가진 사찰로 추측되고 있을 뿐이다.

흥주사 만세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 만세루.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에는 ‘만세루’와 ‘흥주사 삼층석탑’ 이렇게 2개의 충청남도 지정 문화재가 있다.

누각형 목조건물인 만세루를 지나 대웅전 앞에 다다르면 석탑이 보인다. 화려한 대웅전의 색감에 대비되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흥주사 대웅전.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 대웅전.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탑을 받쳐주는 기단은 2층을 이루고 있는데, 아래층 기단의 일부가 땅에 묻혀 온전한 형태를 알 수 없다.

탑이 세워진 시기는 절의 창건 시기와 비슷한 고려 시대로 보인다. 일부 파손된 부분을 복원해 놓았으나 조화를 이루지 못해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흥주사 삼층석탑.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 삼층석탑.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에서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에서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 경내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솔바람길을 걸어보자. 은행나무 옆으로 조용하고 한적한 길이 나타난다.

처음엔 완만한 계단길이다. 진한 솔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형형색색의 나무가 갈길 바쁜 나그네의 발목을 잡는다.

흥주사에서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에서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에서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에서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그러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일반적인 길을 걷는 것보다 두 배로 힘들고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울창한 나무가 그늘의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뜨거운 여름날에는 적잖이 고역스러울 것 같다.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차츰 속도와 보폭을 늘려주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 걷기 전에 충분한 준비운동을 해줘야 한다.

이 고비만 넘으면 길은 의외로 순해진다. 울창한 숲속 사이로 진한 솔향기가 사방에서 풍겨온다.

흥주사에서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에서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이 길의 즐거움은 은은한 숲의 향기다.

소나무 숲길은 걷기 좋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솔향도 계속 뿜어낸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하게 전해져 오는 솔향에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흥주사에서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흥주사에서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무엇보다 조용하고 한적해 사색하기에 그만이다.

곳곳에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도 있어 가을에 찾으면 그 풍경에 눈이 호사를 누릴 것 같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걸을 정도의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소나무의 청신한 기운을 한몸에 담으며 걷는 길은 한 없이 청아하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다 보면 쉼터가 나온다. 쉬어가라 손짓하며 발길을 붙잡는다. 땀을 훔치고 간식을 꺼내며 오순도순 먹기에 알맞은 장소다.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있는 쉼터.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있는 쉼터.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정상을 앞두고 전망대를 만난다. 주변 풍광이 일품이다. 저 멀리 가로림만도 보인다. 쉬어가기엔 이만한 곳이 없어 보인다. 바람 좋고 쾌적한 이 곳에서 느끼는 호사는 이 길의 선물이다.

순간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생각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전망대에서 정상까지는 편안한 흙길로 돼 있다.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정상에 오르면 서해의 리아스식 해안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태안읍 전경도 한눈에 보인다.

바다 끝 수평선 넘어 하늘과 맞닿은 모습이 어디가 하늘이고 바다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절경을 이룬다.

백화산 정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에서 바라 본 태안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에서 바라 본 태안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정상에 오르기까지 힘들었던 기분을 아름다움으로 보상받는 듯했다.

정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밝아 보였다.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운을 느끼는 거 같았다.

백화산 정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에서 바라 본 태안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에서 바라 본 봉수대와 태안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서해의 멋진 일몰을 보기에도 적격이다. 다음에는 일몰을 보러 와야겠다.

백화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정상석 앞에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212호로 지정된 ‘백화산성’이 둘러져 있다. 백화산성은 태안에 있는 성 중 가장 일찍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벽은 둘레 619m 높이 3.3m에 이른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무너진 상태다.

백화산성 성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성 성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산성 안에는 봉수대가 남아 있다. 최근 원형이 복원됐는데 그 형태가 마치 중간 크기 왕릉처럼 보인다. 봉화는 동쪽으로 서산 북주산, 남쪽으로 부석면 도비산과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백화산 정상에서 태을암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에서 태을암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에서 태을암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에서 태을암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에서 태을암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정상에서 태을암으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태을암까지 가는 길은 계단과 흙길로 돼 있다. 이 길을 따라 거슬러 내려가면 ‘태을동천(太乙洞天)’ 이라 새겨진 거대한 암벽이 반긴다.

태을동천이라 새겨진 거대한 암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태을동천이라 새겨진 거대한 암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태을암 망양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태을암 망양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서산에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이 있다면 태안에는 국보 307호인 ‘마애삼존불입상이 있다.

태을동천 암벽 좌측으로 마애불을 보호하고 있는 전각이 있다.

국보 307호인 ‘마애삼존불입상'이 있는 전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국보 307호인 ‘마애삼존불입상'이 있는 전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7세기 초 조성된 것으로 전해져오는 이 마애불은 암벽에 양각된 형태다.

마애불의 입가의 엷은 미소가 편안하고 인자하기 그지없다.

마애불은 가운데 보살입상, 좌우 여래입상이 자리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는 한국의 조각 중에서 희귀한 것으로 불교 교리 사상으로도 중요한 의미 있는 대표적인 유물이라고 한다.

국보 307호인 ‘마애삼존불입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국보 307호인 ‘마애삼존불입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다만 전체적으로는 보존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이목구비마저 뚜렷하지 않다. 아들을 낳기 위해 아녀자들이 몰래 코 부분을 떼어내 가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고 한다.

안내판을 따라 내려오니 태을암 대웅전이 눈에 들어왔다. 대웅전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한 뒤 종착지인 삭석리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화산 솔바람길 태을암 대웅전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백화산 솔바람길 태을암 대웅전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이 길을 조금 더 쉽게 걷고 싶다면 삭선리에서 출발해 태을암, 백화산 정상을 거쳐 흥주사로 가는 것도 좋을 듯싶다.

태을암에서 삭선리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태을암에서 삭선리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이 길을 걸으면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계절의 변화로 달라진 풍경은 물론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태안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는 백화산, 자연과 사람, 역사와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백화산 솔바람길에서 진한 감동을 경험해보자.

태을암에서 삭선리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태을암에서 삭선리로 가는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 [충남 치유의 길]은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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