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천안=이종현 기자] 충남교육청이 학교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나선다.
26일 오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 컨벤션홀에서 ‘학교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학교문화운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지철 교육감을 비롯해 독립기념관 관계자와 교원, 학부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우리 사회의 일제 잔재' ▲'교육 용어의 일본어 잔재 청산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 후 ▲'도내 학교 일제 잔재 현황 조사결과' ▲'타 시‧도 청산 사례' ▲'학생의 눈으로 본 일제 잔재'에 대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우리 사회의 일제 잔재’에 대해 발제에 나선 김형목 연구위원은 “일제 병영문화가 학교교육의 본질을 훼손했다”며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학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규 이극로연구소장은 우리 말의 일제 잔재에 대해 설명한 뒤 “진정한 독립은 말과 글의 독립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제 나라말을 제 나라글로 써야 독립국가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전병철 공주 정산고 교사는 도내 각급학교의 일제 잔재 실태를 발표했다.
교육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도내 713개교를 대상으로 교명과 교훈, 교가, 교표, 일본인 학교장 사진 전시, 학생 징계 규정 등을 전수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초등학교 23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5교 등 총 29곳에서 중앙현관이나 계단벽면 등에 일본인 학교장 사진을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친일 경력이 있는 작곡가 4명(김성태ㆍ이흥렬ㆍ김동진ㆍ현제명)이 만든 교가를 사용 중인 학교는 23곳에 달했다.
김완수ㆍ김흥식ㆍ이명구ㆍ이원수ㆍ이종린ㆍ이진호ㆍ이헌구 같은 친일 행적이 있는 작사가 7명이 8개교 교가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학생생활규정 가운데 일제강점기 학생운동 탄압을 위해 사용하던 ‘백지동맹’과 ‘동맹휴학’를 쓰는 곳은 중학교 41곳, 고등학교 36곳 등 총 76곳으로 집계됐다.
전 교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과거를 기억하자는 것이지 과거에 머무르자는 것이 아니다. 칼을 차고 있는 일본인 교장 사진을 우러러 볼 정도로 높은 곳에 걸어 놓는 것은 교육적인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과거를 대상으로 하지만 과거의 학문이 아니다”면서 “시대에 걸맞은 교육,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타 시‧도의 일제 잔재 청산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방 실장은 “2006년 아산에서는 지역 출신의 작곡가 조명암을 기념하기 위한 가요제를 개최하려 했다”면서 “그러나 친일 작곡가를 기념하는 가요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아산가요제로 이름이 변경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채은 예산여고 학생은 “아직까지 교육현장에 일제 잔재가 남아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면서 “일제 강점기 시대 교장 사진을 게시한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교육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여고의 교훈 ‘협동ㆍ근면ㆍ정숙’을 거론한 뒤 “그동안은 교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교육감은 인사말을 통해 “광복된 지 74년이 지났다. 우리의 당면한 과제는 교육 현장의 일제 잔재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라며 “부끄럽고 속상하지만 그 현실을 인정하고 오늘이 일제 잔재를 찾아내는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선학교에 걸려있는 일본인 교장 사진을 보면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일제 잔재를 어떻게 하면 민주적인 방식으로 청산할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자. 충남교육의 부끄러운 역사를 함께 고쳐나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