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내포=이종현 기자] 일제가 식민지 지배정책에 순종하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성실‧근면‧합동'이라는 덕목을 강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교훈으로 사용 중인 충남지역 학교가 713개교 중 208곳(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주 정산고 전병철 교사는 26일 충남교육청 주최로 열린 학교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학교문화운동 토론회(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실제로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도내 713개교 중 208곳(29%)이 교훈에 성실‧근면‧협동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초등학교는 409개교 49곳(12%), 중학교 187개교 중 95곳(51%), 고등학교 117개교 중 64곳(55%) 등이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비율이 높다.
또한 해방 이전 설립된 235개교 중 44곳(19%)이 성실‧근면‧협동을 교훈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학교가 9개교 중 8곳(89%)으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도 각각 13%(212개교 중 27개교)와 64%(14개교 중 9개교)를 차지했다.
성실‧근면‧협동을 교훈으로 정한 비율이 해방 이후보다 이전에 개교한 학교가 더 높은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제가 식민지 지배에 순종하도록 만들기 위해 강조했던 덕목을 여전히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전 교사는 전날 토론회에서 "성실‧근면‧협동은 좋은 덕목이다. 문제는 방향성 없이 강조될 경우 나쁜 세력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며 "일제가 호랑이 모양의 한반도를 조선인이 토끼처럼 순종하길 바라듯 바꿨다. 덕목 역시 이용당할 수 있겠다는 측면에서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전 교사는 또 “일제가 식민지 지배정책에 순종하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방향성을 잃은 성실, 근면, 협동의 덕목을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일제 잔재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일제 식민정책에 이용당한 덕목이었던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해방 이전 세워진 학교라면 일제가 순종하는 사람 키우기 위해 성실‧근면‧협동과 같은 덕목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 교사는 특히 “성실과 협동은 해방 후 경제 성장기에 근면과 함께 널리 사용된 덕목”이라면서 “하지만 독재 정권에 이용당한 면도 부정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덕목 중심의 교훈을 되돌아보고 학생 성장이 중심이 되는 미래지향적 교훈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도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교명 ▲교훈 ▲교가 ▲교표 ▲일본인 학교장 사진 전시 ▲학생 징계 규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김지철 교육감은 지난 20일 그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논의를 거쳐 학생 중심, 성장 중심의 미래 지향적 교훈을 제정하도록 권고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