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에 '성실‧근면‧협동' 많은 진짜 이유
교훈에 '성실‧근면‧협동' 많은 진짜 이유
충남지역 208개교가 교훈으로 사용…전병철 교사 "식민지배 순종하는 사람 키우기 위해 덕목 강조"
  • 이종현 기자
  • 승인 2019.02.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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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근면‧협동은 교육적으로 권장할만한 덕목이자 긍정적 의미도 강하다. 반면 방향성을 갖지 못할 경우 부정적으로 이용당하기 쉬운 덕목이기도 하다.
일제가 식민지 지배정책에 순종하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성실‧근면‧합동'이라는 덕목을 강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교훈으로 사용 중인 충남지역 학교가 713개교 중 208곳(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굿모닝충청 내포=이종현 기자] 일제가 식민지 지배정책에 순종하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성실‧근면‧합동'이라는 덕목을 강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교훈으로 사용 중인 충남지역 학교가 713개교 중 208곳(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주 정산고 전병철 교사는 26일 충남교육청 주최로 열린 학교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학교문화운동 토론회(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실제로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도내 713개교 중 208곳(29%)이 교훈에 성실‧근면‧협동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초등학교는 409개교 49곳(12%), 중학교 187개교 중 95곳(51%), 고등학교 117개교 중 64곳(55%) 등이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비율이 높다.

또한 해방 이전 설립된 235개교 중 44곳(19%)이 성실‧근면‧협동을 교훈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가 식민지 지배에 순종하도록 만들기 위해 강조했던 덕목을 여전히 학생들에게 교훈으로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자료사진, 공주 A중학교와 B중학교 교훈)
일제가 식민지 지배에 순종하도록 만들기 위해 강조했던 덕목을 여전히 학생들에게 교훈으로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자료사진, 공주 A중학교와 B중학교 교훈)

중학교가 9개교 중 8곳(89%)으로 가장 많았고,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도 각각 13%(212개교 중 27개교)와 64%(14개교 중 9개교)를 차지했다.

성실‧근면‧협동을 교훈으로 정한 비율이 해방 이후보다 이전에 개교한 학교가 더 높은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제가 식민지 지배에 순종하도록 만들기 위해 강조했던 덕목을 여전히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전 교사는 전날 토론회에서 "성실‧근면‧협동은 좋은 덕목이다. 문제는 방향성 없이 강조될 경우 나쁜 세력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며 "일제가 호랑이 모양의 한반도를 조선인이 토끼처럼 순종하길 바라듯 바꿨다. 덕목 역시 이용당할 수 있겠다는 측면에서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전 교사는 또 “일제가 식민지 지배정책에 순종하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방향성을 잃은 성실, 근면, 협동의 덕목을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일제 잔재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일제 식민정책에 이용당한 덕목이었던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해방 이전 세워진 학교라면 일제가 순종하는 사람 키우기 위해 성실‧근면‧협동과 같은 덕목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공주 정산고 전병철 교사는 전날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일본이 식민지 지배정책에 순종하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방향성을 잃은 성실, 근면, 협동의 덕목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공주 정산고 전병철 교사는 전날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일본이 식민지 지배정책에 순종하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방향성을 잃은 성실, 근면, 협동의 덕목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전 교사는 특히 “성실과 협동은 해방 후 경제 성장기에 근면과 함께 널리 사용된 덕목”이라면서 “하지만 독재 정권에 이용당한 면도 부정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덕목 중심의 교훈을 되돌아보고 학생 성장이 중심이 되는 미래지향적 교훈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도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교명 ▲교훈 ▲교가 ▲교표 ▲일본인 학교장 사진 전시 ▲학생 징계 규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김지철 교육감은 지난 20일 그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논의를 거쳐 학생 중심, 성장 중심의 미래 지향적 교훈을 제정하도록 권고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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