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양승조 충남지사와 이춘희 세종시장이 4일 오후 내포신도시 도청에서 만나 덕담을 나눴다.
이웃한 광역정부 수장 간 회동인데다 원래는 한 뿌리인 충남과 세종이라는 점에서 별다를 게 없을 듯 하지만 2010년 2월 4일 국회에서 있었던 상황을 떠올린다면 이날 만남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시 민주당 천안갑 국회의원이었던 양 지사는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반발하며 21일 간 삭발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양 지사는 특히 2월 4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서 정운찬 국무총리를 상대로 세종시 수정안의 문제점을 꼼꼼히 짚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휠체어에 의지해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쓰던 양 지사의 모습은 충청인은 물론 국가균형발전을 염원하는 많은 지방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것이 원동력이 돼 당시 여당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완패했고, 세종시 수정안은 폐기물로 사라졌다.
양 지사가 이날 이 시장과 만난 것도 이런 사실을 기념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대화의 주제는 세종시 건설 상황과 국가균형발전, 코로나19 등으로 모아졌다.
양 지사는 먼저 “세종과 충남은 한 뿌리”라며 “세종시 원안 사수 당시 충남도민들이 집회와 시위를 엄청 많이 했다”며 “세종시가 나날이 성장하는 것에 대해 도민들은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최고로 성장하고 발전하길 기원한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세종시민들이 저보다 양 지사님을 훨씬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한껏 치켜세운 뒤 “세종시를 위한 일을 예전부터 지금까지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충북과는 달리) 충남과는 부딪치는 일도 거의 없다”고 웃음을 지었다.
양 지사는 “이 시장님은 세종시의 산 증인이자 역사다. 본부장과 건설청장을 하시고, 시장으로서 세종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계시다”며 “충청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세종시(신행정수도)가 처음 나온 것이 2002년 9월 30일 노무현 대통령 공약부터다. 그 때 생각해 보면 ‘과연 이게 되겠는가’라고 했었다. 굉장히 막연했다”며 “그런데 막상 지금 와서 보면 도시가 만들어졌고 국회 세종의사당까지 올 예정이다. 그런 것을 보면 사람의 의지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느낀다. 계속 뜻을 같이 하고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큰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 지사는 “공약이 나왔을 때만 해도 충청인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지만 식자층들은 우려했다. 자칫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고 했었다”며 “그러나 대통령 공약은 대한민국 역사의 줄기를 바꾸는 큰 역할을 했다. 천도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가? 국회가 이전되고 나아가 청와대까지 옮기는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노무현 대통령이셨다. 또한 그걸 설계하고 건축하신 분이 이 시장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계속해서 산발적 집단감염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어려움과 우려 등을 교환한 양 지사와 이 시장은 “빨리 상황이 나아졌으면 한다”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회동에는 충남도 김용찬 행정부지사와 이우성 문화체육부지사도 배석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날 만남이 양 지사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참여 행보와 무관치 않을 거란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앞서 양 지사는 대전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에 이어, 충남 최다인 3선의 박완주 국회의원(천안을)을 만나는 등 충청권 내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양 지사 주변에서는 4월 재‧보궐선거 직후 본격적인 대선 경선 행보가 시작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양 지사의 움직임은 당분간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양 지사는 이날 이 시장과 배석자 없이 만찬회동을 가질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양 지사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최소한 세종시에 대한 정치적 지분(?)이 자신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셈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