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치유의 길…천주교 순례길4] 한국 천주교의 싹
[충남 치유의 길…천주교 순례길4] 한국 천주교의 싹
당진 합덕성당~신리성지~예산 여사울성지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1.07.2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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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치유와 힐링이 되길 기대하며 충남도내 불교와 천주교 순례길 15구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당진 신리성지 예수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신리성지 예수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한국 천주교는 내포에서 싹을 틔웠다. 충청도 내포 지역은 한국 천주교 역사에 있어 ‘신앙의 못자리’로 평가받는다.

신자들은 온갖 박해를 당하면서도 전국으로 흩어져 복음을 전파했다.

이들은 목숨까지 내놓으며 신앙을 지켰고, 그 송구한 희생은 오늘날 성지의 토대가 됐다.

평년보다 짧았던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일 당진시와 예산군에 있는 신리성지와 여사울성지로 향했다.

당진 합덕성당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합덕성당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연꽃 향기가 은은”…100년 역사의 ‘합덕성당’

신리성지에 가기 전 합덕읍 남쪽 끄트머리 낮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합덕성당을 찾았다.

아산 공세리 성당과 함께 1922년 충청도에 처음 세워진 성당이다. 초기 천주교회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일반인도 많이 찾는 곳이다.

당진 합덕성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합덕성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성당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소나무가 그늘이 돼 따가운 햇볕을 막아줬다.

성당 건물은 벽돌과 목재를 이용한 천주교회 특유의 중후한 멋이 돋보였다.

당진 합덕성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합덕성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합덕성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합덕성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3개 출입구와 창이 모두 무지개 모양인 점, 바로 옆의 위치한 기와지붕의 역사관도 이채롭다.

성당 뒤편으로 십자가의 길과 야외 미사장, 성직자묘지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합덕제와 예당평야가 드넓게 펼쳐진다. 연잎이 무성한 합덕제에서는 연꽃 향기가 짙게 퍼지고 있었다.

당진 합덕제 연꽃.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합덕제 연꽃.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초록빛 초원 위 자리 잡은 ‘신리성지’

합덕성당에서 길을 나서 시골길 3km 정도 걷다 보면 신리성지에 도달한다. 신리성지는 ‘당진 신리 다블뤼 주교 유적지’로도 불린다.

이국적 풍경을 선보이는 당진의 대표 명소다.

당진 신리성지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신리성지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울린 멋진 조형물이 있어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이곳은 성지다. 경건한 마음을 갖고 한걸음씩 내디뎠다.

신리성지는 평야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밀물 때 배가 드나들었던 곳이라고 한다.

과거 천주교 탄압 때 조선에서 가장 큰 천주교 교우마을이자 선교자들의 비밀 입국처였다.

당진 신리성지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신리성지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그래서인지 한국의 천주교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한 탓에 ‘조선의 카타콤바’(비밀교회)라는 별칭도 붙었다.

5대 조선교구장인 바블뤼 주교는 1845년 10월 김대건 신부와 입국해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하기 전까지 천주교 서적을 저술하며 21년간 지내왔다.

천주교에 대한 배척과 탄압에 순교자들이 숨어서 종교활동을 한 흔적이 있어서 그런지 고요함과 함께 알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당진 신리성지 종탑.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신리성지 종탑.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신리성지 성당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신리성지 성당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성지의 한쪽 넓은 광장 같은 공간에는 멋지고 성스러운 입체 동판 부조가 보였다.

예수님이 하늘 아래 온 세상을 품어주는 듯하다. 마음이 경건해지고 평화로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사진을 남기고 싶은 공간이 아닐까 싶다.

안쪽에는 초가집이 있다. 손자선 토마스의 생가이자 다블뤼 주교의 비밀성당 겸 주교관이었다고 한다.

당진 신리성지 다블뤼 주교 유적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신리성지 다블뤼 주교 유적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다블뤼 주교가 순교하면서 이 집도 주인을 잃었는데, 지역 교우들이 1927년 모금을 통해 이 집을 매수했고, 2004년 현재의 형태로 복원됐다고 한다.

다시 잔디밭으로 갔다. 다블리 주교와 오매트로 신부, 성 황석두 루카, 손자선 토마스, 위앵 신부 등 다섯 성인의 야외 경당을 설치돼 있어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었다.

국내 유일의 순교미술관도 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내부를 구경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당진 신리성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신리성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으면 죽음에 이르러서도 신념을 꺾지 않았던 다블뤼 주교를 비롯한 천주교 순교자들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다.

신리성지를 한 바퀴 천천히 돌면 20분 정도 걸린다.

넓게 펼쳐진 초원이 시원하게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늘이 있는 공간이 없어 땀이 소나기처럼 흘렸다. 가을에는 뭉게구름이 햇살을 가려주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햇볕이 정말 따깝다. 양산은 필수다.

그러나 넓은 초원처럼 마음은 편해지는 곳이 바로 신리성지다.

예산 여사울 성지 야외 제대 공간.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예산 여사울 성지 야외 제대 공간.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내포의 사도 이존창의 활동무대 ‘여사울 성지’

신리성지에서 예산군 신암면에 있는 여사울 성지까지는 걸어서 약 30분 이상 걸린다.

여사울 성지는 내포지역에 처음으로 천주교 복음을 전한 초기 순교자 이존창 루도비코의 생가에 있는 성지다.

내포 천주교회의 심장이자 신앙의 고향으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예산 여사울 성지 십자가의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예산 여사울 성지 십자가의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또한 한국 천주교의 요람으로, 신유·기해·병오·병인 등 100여 년에 걸친 4대 박해를 견디면서도 이 지역 신자들은 전국에 흩어져 복음을 전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존창 루도비코 외에도 김광옥 안드레아와 김희성 프란치스코 같은 순교자도 있다. 부자가 모두 순교의 길을 걸었는데, 2014년 교황이 한국에 왔을 때 이들을 복자품에 올렸다.

가장 먼저 야외제대가 보인다. 깨끗이 다듬어진 잔디가 파란 하늘 아래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야외제대를 지나 14처의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예산 여사울 성지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예산 여사울 성지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고 고난의 길을 걸으며 기력이 떨어져 넘어졌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생길에서 고난과 역경의 세월을 견디며 때로는 넘어지기도 한다.

이 길을 걸으며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 묵묵히 걸어가는 힘을 얻어보자.

십자가에 메달린 예수의 모습.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십자가에 메달린 예수의 모습.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십자가의 길을 돌아 산책로를 걸어 나오면 이존창 로두비코의 송덕비가 보인다.

송덕비 뒤편에는 ‘내포 천주교 복음 첫 터 여사울’이라고 적힌 커다란 표지석과 돌제대가 마련돼 있다. 제대 위로는 십자가에 메달린 예수상이 있고 오른쪽에는 성모상이 있다.

잠시 소나무 그늘을 벗 삼아 지친 마음을 내려봤다. 한편으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산 여사울 성지 본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예산 여사울 성지 본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건너편에는 고딕풍의 아담한 기념 성당이 순례자들을 맞이한다. 마치 유럽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인근에는 여사울 성당도 있다. 부드러운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성당 내부에는 순례객들이 조용히 기도와 묵상을 할 수 있다.

예산 여사울 성당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예산 여사울 성당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예산 여사울 성당 내부 모습.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예산 여사울 성당 내부 모습.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오늘도 간절히 올리는 신자들의 기도가 이곳을 순례하는 모든 사람에게 강복으로 되돌아가기를 소망한다.

지친 육신과 마음을 다잡을 곳이 필요하다면 합덕성당과 신리성지, 여사울 성지를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황금 들판으로 익어갈 때 이 길을 다시 걸어야겠다.

※ [충남 치유의 길]은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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