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을 열며] 지방이 흩어지면 모두 죽는다
    [노트북을 열며] 지방이 흩어지면 모두 죽는다
    혁신도시 관련 대구·경북 반발, 적극 설득해야…수도권 집중 해소 큰 틀 대응을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0.01.2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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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심정이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자유한국당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발 기류 말이다. (자료사진: 시도지사 총회/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심정이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자유한국당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발 기류 말이다. (자료사진: 시도지사 총회/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심정이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자유한국당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발 기류 말이다. 영남권 한 언론사의 문제 제기가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를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파이의 감소’에 대한 우려 역시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는 지방의 분열이다.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고 겪고 있는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각 시‧도의 사투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돌이켜보면 행정중심복합도시, 즉 세종시는 지방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행정수도로 시작됐지만 위헌 판결을 거치면서 일부 계획이 축소됐는데 수도권(또는 기득권)과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더 이상 수도권 공화국은 안 된다”는 지방의 동의와 공감대가 있었기에 세종시가 전국 17번째 광역단체로 출범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수백, 수 천 년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지방의 일치된 문제의식이자 강력한 저항이었던 것이다.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 관계자들이 경부선과 호남선 열차를 타며 홍보전에 나섰을 때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냈었다는 사실은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보수 언론들은 그동안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증거라며 부정적인 기류를 점차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사진: 내포신도시 전경)
    보수 언론들은 그동안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증거라며 부정적인 기류를 점차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사진: 내포신도시 전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1극 집중은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의 인구 절반 이상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놓고 보수 언론들은 그동안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증거라며 부정적인 기류를 점차 확산시키고 있다.

    타 시‧도가 보기에는 대전‧충남이 세종시로 인해 큰 선물을 받았다고 여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충남도의 경우 세종시 출범으로 인해 연기군 전체와 공주시 일부 행정구역의 편입으로 9만6000명의 인구를 세종시에 내줬다. 2012년 이후에도 공주시 1만5421명, 천안시 8676명 등 4만1000여 명이 세종시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합치면 약 13만7000명이 충남을 떠나 세종시민이 됐다는 얘기다. 홍성군과 청양군이 하루아침에 증발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대전시 역시 2014년 153만 명이던 인구가 148만 명으로 급감하며 이른바 빨대 효과의 대표적인 피해자가 된 지 오래다. 충남도는 또 437.6㎢의 면적과 함께 25.2조원의 경제적 손실(2012년~2017년, 연 4.2조원)까지 입었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문전옥답을 내어준 것 치고는 너무나 큰 역차별을 겪고 있는 것이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혁신도시 지정은 충남이 뭘 더 가지겠다는 것이 아닌, 역차별을 해소하고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도시 시즌 2’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의 반발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우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당론 채택이 우선이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우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당론 채택이 우선이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당론 채택이 우선이다. 민주당이 혁신도시 지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20대 국회에서 이를 마무리 짓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이번 사태 해결의 첫 단추다.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는 길이다.

    민주당의 당론 채택이 시급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황교안 대표는 최근 충남도당 주최 신년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도 “자유한국당이 앞장서서 혁신도시 지정을 이끌겠다”는 약속을 하지는 않았다.

    민주당이 당론 채택을 했음에도 자유한국당이 이를 외면한다면 4.15 총선에서 충청인의 심판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충청권 국회의원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홍문표 국회의원(홍성‧예산)이 주호영 국회의원(대구수성을) 등과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하는데 이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충남도당 위원장인 김태흠 국회의원(보령·서천) 등이 적극 설득에 나서, 더 이상의 반발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은 이럴 때 일하라고 있는 것이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 역시 영남권은 물론 호남권 시‧도지사들과 만나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전‧충남의 고립(?)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특정 정당이나 지역과 전면전을 벌일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자유한국당 충남도당 위원장인 김태흠 국회의원(보령·서천) 등이 적극 설득에 나서, 더 이상의 반발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충남도당 위원장인 김태흠 국회의원(보령·서천) 등이 적극 설득에 나서, 더 이상의 반발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자료사진)

    그 과정에서 좀 더 큰 틀의 접근이 있었으면 한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득이 빠져선 안 되겠지만, 수도권 집중에 대한 지방의 연대방안과 더욱 강력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우선적으로 논의되길 바란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3기 신도시의 경우 지방의 고사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수도권에서는 더 이상 살 수가 없다”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만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들이 제2의 인생을 어느 지역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시‧도지사들이 할 일이다. 지방을 떠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일자리와 교육, 의료서비스에 대한 확충과 보완 문제도 시‧도지사들이 공동 대응해야 할 일이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의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2월이 다가오고 있다. 정파를 떠나 충청인 모두 하나가 될 때만이 이룰 수 있는 중차대한 과제다. 이를 21대 국회로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총선에 이용하려는 정치세력이 있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흐트러짐 없는 충청인의 염원과 의지다. 그러면서도 아주 면밀하고 치밀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의 공조 회복이 유일한 해결책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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