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전의 흔적’ 무슨 얘기를 듣고, 무엇을 기록할까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전의 흔적’ 무슨 얘기를 듣고, 무엇을 기록할까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50) 문화예술인 휴먼라이브러리 구축을 위한 사전조사에 들어가며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기자
  • 승인 2017.02.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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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 대전역에서 도청방향
70년초 중앙로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기자] 원도심과 문화예술인의 삶을 기록하다.
대전문화재단은 2017년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정기공모 심의결과를 지난 17일 발표했다. 이 사업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단체들의 창작활동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으며, 많은 작가들이 이를 통해 전시회와 공연을 열고 작품집을 발간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이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 가운데 문화예술연구 및 평론지원은 모두 6건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하나가 현재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를 연재하고 있는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의 조사 연구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프로젝트 이름은 “대전 문화예술인 휴먼 라이브러리 구축을 위한 조사연구”이다.

이 사업은 대전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예술창작활동 과정과 경험을 담아서 “ 대전문화예술인 휴먼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기초자료를 축적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의 사료적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은 지역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기록하면서 당시의 원도심 시대상과 도시의 성장과정 그리고 문화예술작업의 변화를 연대기적으로 정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휴먼 라이브러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민간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의 홈페이지에 가면 휴먼라이브러리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목척교 아래 스케이트 타기

“휴먼라이브러리는 일반 도서관과 거의 똑같이 운영된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독자가 방문해 정해진 시간 동안 책을 빌리고, 반납하고 또 다른 책을 빌리고 하는 과정이 거의 동일합니다. 단 한 가지 차이점은 휴먼라이브러리의 책은 사람이라서 독자와 ‘사람책’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죠. 물론 휴먼라이브러리는 각 나라별, 지역별로 운영형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일상대출 외에 일회성, 이벤트 형식으로도 많이 진행됩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조금 다르게 운영되고 있지만, 덴마크 휴먼라이브러리의 가이드북에 따르면, 휴먼라이브러리의 사람책은 우리가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가진 편견 및 고정관념과 맞닥뜨려 얘기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독자’가 될 수 있고 약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사람책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독자들의 질문도 받습니다. 또한 사람책이 독자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휴먼 라이브러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살아온 생애와 경험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생생한 육성으로 들으며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휴먼 라이브러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들은 주제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프로젝트에 따라서 달리 구성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는데, 대상자에 대한 꼼꼼한 사전 취재와 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술 기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술사 연구와 기록을 오랫동안 해온 윤택림 한국구술사연구소 소장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구술 기록의 중요성”을 다룬 글에서 구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200603 인장명장 류철규

“구술 기록은 학문적으로 구술사 연구의 토대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다양한 기록을 보존하여 과거사 진상 규명은 물론 역사와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다. 구술 기록은 문서 기록을 남길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의 경험을 인터뷰를 통하여 사료화하고, 그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구술사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현재 문헌 기록에서 소외된 20세기 삶의 경험에 대한 구술 채록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구술 기록 수집은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문화예술인들의 구술기록 또한 예술 생애사를 연구하거나 널리 알리는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구술 기록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오류의 기억을 사전에 막는 일이자, 무형의 가치를 문자로 남긴다는 측면에 매우 소중한 일이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기억의 왜곡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개인의 생애를 충실히 기록하는데 방해가 되고 때로는 중요한 당대의 사실을 변형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술기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20100817 목척교

원도심 예술의 흔적을 찾는 휴먼 라이브러리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휴먼라이브러리 운영이 아니라,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인물을 선정하는 지 여부도 중요한 문제이다. 원로를 중심으로 한 기록은 구술의 가치와 함께, 기억을 복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중견 예술인이나 잠재적 가능성이 높은 신진 문화예술인에 대한 녹취 작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당대를 느끼는 감성과 시대적 분위기는 각각의 삶에 따라 다르게 반영된다. 그 반영은 기억 속에서도 달리 내재된다. 예를 들어 2017년 2월 현재, 대전 원도심에 대한 기억을 담는다고 했을 때, 구술자의 연령에 따라 공간이나 시간에 대한 과거의 인상은 각각 다른 형태로 떠오를 것이다.

누군가는 두부두루치기에 소주 한잔을 마시던 ‘진로집’을 떠올릴 것이고, 생맥주와 음악이 곁들여진 지하공간 “컨템퍼터리”를 거론할지 모른다. 아니면 시대적 아픔을 공유하던 사람들이 드나들던 주점 “해방공간”, 노가리 몇 마리로 막걸리 통을 비우던 “서라벌”이나 연탄불을 가운데 놓고 안주를 먹던 “대중집”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원도심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기획물로 만났던 문화예술인들의 발언을 통해 원도심의 변화나 작업환경 등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인터뷰를 했던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컨트리 음악으로 생애를 함께 해온 이정명 씨는 원도심의 기억을 이렇게 기억했다.

“옛 충남도청 앞 삼성생명 건물이 서있는 자리에는 소달구지 지나가고, 비만 오면 대전천에 산 채로 돼지와 소가 떠내려가던 모습도 아련하다고 해요 지금의 팔로미노 자리 앞에는 개천이 지나갔는데 지금은 복개가 돼 냇물의 흔적은 추억 속에 남아있는 형편이죠”

“어머니가 남도창을 하시는 국악인이었는데 당시에 묘향 여관을 운영했었죠. 그때 예술하시는 분들이 여관에 많이 오셨죠. 연정 국악원으로 유명한 연정 선생님도 우리 집에 자주 오셨는데, 오시면 인사드리고 그랬죠. 묘향여관의 묘향은 어머니 호예요”,

“근데 어머니가 남도창 하시던 분이라 팝을 하겠다는 아들과 당연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처음엔 그냥 그러나보다 하다가 제가 본격적으로 컨추리를 하니까, 어느날 어머니가 컨추리 뮤직 잡지를 다 버렸어요. 어머니가 화를 내시던 건 지금 기억하죠.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자식이 직장도 안다니고 음악을 한다면 인정하기가 쉽겠어요”

200611 진로집-두부두루치기
200804 팔로미노

2013년 옛 충남도청 앞에서 만난 류철규 명장에 대한 기록도 함께 돌아보자. 당시에 인터뷰 했던 내용의 일부이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원도심이 상당한 침체기를 맞고 있지만 80~90년대, 성황을 이루었던 시절에는 돈을 많이 번 집들도 많았죠. 성호사만해도 저에게 인장을 맡기면 한 달씩 기다리는 일은 예사였습니다. 선화동은 관공서가 밀집해 있던 지역이었어요. 시청, 충남도청, 법원, 경찰청 등, 지금은 이전했거나 이전할 기관들이 모두 있었는데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죠”

“관의 일이라는 게 아무한테 막 맡기는 일이 아니지요. 관인이라는 것은 그 단체의 얼굴이기 때문에 더욱 함부로 새길 수 없는 거니까요. 도지사, 시장, 법원장, 정치인, 국회의장, 등 많은 사람들의 인장이 내 손에서 태어났습니다.”

컨트리 음악 인생 이정명 씨나 인장공예의 류철규 명장의 구술만 해도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해가 갈수록 구술의 기억은 하나 둘 잊혀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기억과 삶의 역사를 차근차근 기록하면 그들에 대한 연구 조사는 물론이고 지역의 문화향수를 자극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문화예술인 휴먼 라이브러리가 구축 운영이 되면, 예술을 지망하는 청춘 뿐만 아니라, 그들의 예술세계를 좋아하는 이들이 찾아와 작가와 독자,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는 더욱 깊어질 것이고, 그 예술적 전통과 다양성은 지역을 발전시키는 디딤돌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스토리밥이 추진하는 이러한 작업은 3월부터 시작돼 가을까지 이어질 것이다. 어떤 문화예술인들을 만나서 어떤 예술적 생애를 들을 수 있을지,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작가로서 그 기대감이 크다. 이 또한 대전의 원도심을 알리고 대전의 스토리를 풍부하게 하는 작은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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