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⑤ “승패는 단지 결과… 학교스포츠클럽은 과정의 열매”
[특별기획]⑤ “승패는 단지 결과… 학교스포츠클럽은 과정의 열매”
[굿모닝충청-대전시교육청]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프로젝트 “운동장도 교실이다”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7.09.10 17: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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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대회에 나가서 경기를 하다보면 이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연습 때보다 더 열심히 하기도 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즐기고, 그 속에서 기술과 실력을 키울 수 있어서 더 좋아요. 또 다른 학교 친구들과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친근감도 생기죠. 당연히 이기면 좋겠지만, 결과는 글쎄?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지난 8일 제13회 대전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넷볼대회에 참가한 대전구봉초등학교 6학년 이나영 학생의 말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일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 초등부 대회엔 교육장배 대회를 통과한 대전지역 7개 팀이 출전해 실력을 겨뤘다. 11월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 진출권을 놓고 치러지는 경기인 만큼 경기장은 수시로 작전지시가 이어지고 골이 터질 때마다 파이팅이 연호됐다. 어린 학생들의 경기지만 여느 프로선수들 못지않은 투지와 긴장감, 진지함까지 감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경기를 이끌어가는 팀이나, 지고 있는 팀이나 학생들 얼굴이 하나같이 즐거워 보인다는 것. 경기 전 팔을 머리 위로 올린 ‘하트’로 시작하더니, 끝난 뒤에는 뭐가 그리 궁금한지 서로 상대편 선수들과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도교사의 재촉이 몇 차례 이어지고 나서야 겨우겨우 경기장을 떠날 수 있었다.

대전구봉초 학생들이 학교스포츠클럽으로 넷볼을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평소엔 방과후수업으로 활동하지만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최근엔 수업 전 오전 8시 10분부터 9시까지, 점심시간 오후 1시부터 20분간 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6학년 5개 학급에서 15명이 참가하고 있는데, 대회도 대회지만 이구동성 “다른 반 친구들과도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이나영 학생은 “평소에 수업이 끝나면 영어·수학을 공부하고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수업도 듣느라 바쁘긴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 5학년 때는 축구, 지금은 넷볼을 하고 있다”며 “피곤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안 받고, 운동을 하면서 머리를 비울 수 있어 다른 공부에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넷볼은 7개 포지션 별로 구역이 정해져 있어 선수들 간 패스와 역할이 중요하다”며 “한 사람이 잘한다고 팀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서로 도와가며 협력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다”고 설명까지 해준다.

이날 대전구봉초와 맞붙은 대전판암초등학교 팀 이지혜 학생은 학교스포츠클럽을 하면서 학교적응에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경우다. 6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서 대덕구 대전대화초에서 동구 대전판암초로 전학을 왔는데, 같은 반 친구의 권유로 8월부터 넷볼을 시작했다.

“대화초에선 5학년 때부터 달리기, 피구, 점프운동 등 육상종목을 하면서 제가 운동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8월에 전학 와서 모든 것이 낯설고 친구도 없었는데, 운동하는 것을 보더니 민주라는 아이가 같이 하자고 해서 넷볼을 시작했어요.”

이지혜 학생은 특히 “운동을 하다 보니 다른 반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되고, 그 친구의 친구들까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며 “학교에 적응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즐거워했다.

덩달아 옆에 있던 학생들까지 “우리도 인터뷰 해주세요. 저는 송유나고 얘는 민지희예요”, 먼저 이름을 대며 몰려왔다. 운동을 해서 그럴까? 초등학생 치곤 엄청 적극적인 모습이다.

현장에 와보니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단순히 학생들의 체력과 운동능력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인성과 교우관계, 구성원들 간의 배려와 협력, 역할과 책임, 적극성과 도전의식 등 총체적 부분을 성장시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이러한 활동은 또 학생들의 진로와 진학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날 심판으로 활동한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1학년 이의정 학생이 이런 경우. 대전송촌중에서 2학년 때부터 넷볼을 시작한 이의정 학생은 충남여고에 진학해서도 2학년 때까지 선수로 활동했다. 물론 교육감배대회와 전국대회에서의 수상 실적도 좋았다.

이의정 학생은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넷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운동 자체에 대한 재미도 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고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경기에 이기고 지고 하는 결과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흘렸던 땀과 노력, 추억들이 더 소중하고 의미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즐기며 하다 보니 적성에도 맞고, 칭찬도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진학으로도 연결됐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넷볼과 관련된 분야에서 직업을 찾고, 선배 입장에서 그동안 배웠던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특히 후배들에게는 “이기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솔선하며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며 “꼭 넷볼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가꿔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동안 애써 찾아보지 않았던 모습들… 하지만 학교스포츠클럽과 함께 우리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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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2019-10-29 14:41:48
이의정 멋져요 ~

딸셋맘 2017-09-10 22:41:39
학생들의 학업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친구 함께하는 스포츠를 통화 풀수 있다는게 교우관계에도 좋을것같고 정신건강에도 유익할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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