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충남 천안을 중심으로 폰지게임(금융피라미드 사기)을 일삼은 총책 일당에 대해 검찰이 모두 징역형을 구형했다.
특히 이 사건의 우두머리격인 AB&I 대표에겐 징역 25년이라는 중형이 구형됐다.
검찰은 20일 오후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원용일)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특경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보험대리점 AB&I 대표 이모(40·여)씨에게 이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씨 남동생 이모(38·이사), 모친 박모(59·여), 외삼촌 박모(45·본부장)씨에게 각각 징역 5년, 10년, 5년 6개월을 구형했다.
형량이 구형되자 방청석 한쪽에서는 울음소리가 한쪽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총책 일당은 미리 써온 반성하는 내용의 편지지 3~4장 분량을 읽고 재판부에 제출했다.
피해자 A씨는 “일가족이 사기 친 돈으로 배불리 먹고 최고급 수입 외제차에 명품 옷을 걸쳤다. 왜 형량의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외삼촌 박씨는 한 일에 비해 형량이 높게 나온 반면 남동생 이씨의 형량이 가장 적다는게 의문이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검찰에서 피해자를 일부 누락시킨 건 아닌지”라며 “이사를 고소한 피해자가 있는데 법정에서는 ‘모집책이었던 피해자들만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C씨는 재판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총책 일당의 가족과 모집책(FC)들이 처벌불원서를 써내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의 진짜 피해자들은 생계가 막막해 재판에 참석도 못하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며 “악어의 눈물로 엄벌을 피해가려는 총책의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고 분노했다.
검찰은 앞선 지난달 16일 중간책 등의 결심공판에서 총책을 포함한 모든 피고들에게 “조금이라도 돈을 더 모아보려고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절박한 마음을 악용해 무려 수천억원이 넘는 돈을 편취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공판을 담당한 원모 검사는 “표현이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생명이다. 생활비가 없어 일가족이 연탄가스를 피워놓고 자살한 경우도 있고 학비를 내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고 꿈과 희망을 접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칼로 사람을 찔러 살해하는 것만 살인이 아니라 이렇게 경제적으로 피해를 주는 것, 즉 사기범행을 저지르는 것도 경제적 살인행위”라며 “실제로 신문기사에는 피해자 중에는 피고인 범행에 의해 빚 독촉을 당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범죄로 인해 피해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일부 변제를 했다면서 ‘사기는 아니다’라는 취지로 계속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는 점에서 많은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원 검사는 “피해변제보다는 피고인들 본인의 호화로운 삶, 고급 외제차를 타고있고 하고싶은 일을 하고다니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선고는 오는 29일 오후 2시로 잡혔다.
한편, 검찰 등에 따르면 총책 일당은 지인이나 모집책 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들로부터 총 3093억 9865만원을 송금 받았다.
검찰 공소장에 명시된 피해자 수는 대략 1000여명을 넘겼다.
피해자 중 가장 큰 액수의 경우, 73억여원에 달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에 본점을, 천안·경주 등 5개의 본부와 30개 지점을 두고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피해자들에게 “돈을 투자하면 원금 이자로 월 2~3%를 주고 원금 보장, 특별한 계약기간 없이 원할 때 원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불법투자 모집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고액의 수익을 지속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수익 사업 없이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