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예술 에너지를 찾아 떠도는 방랑자 퍼포먼스 아티스트 허은선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예술 에너지를 찾아 떠도는 방랑자 퍼포먼스 아티스트 허은선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9.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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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18)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은 개인 창작을 극대화 시켜나갈 수 있으며, 신진 예술가들은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문화예술 인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모두 24명을 선정했으며 이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세계를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들이 취재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작가 허은선 씨는 인터넷의 한 페이지에서 스스로를 다장르 퍼포먼스 아티스트를 추구한다고 소개했지만 명함에는 단순하게 ‘artist’라는 수식어 하나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기존의 틀에 담기 어렵고 또 새로운 예술적 형식을 추구하는 일 자체가 예술가의 일이라면 그는 어떤 틀로 규정할 수 없는 예술가 그 자체이다.

한 예술가가 세상을 마주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공감하기 위해서 그가 살아온 시간을 따라가 보는 일은 유효하다. 작가 허 씨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는 해까지 그곳에 생활했다. 그리고 2013년, 산호여인숙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일을 계기로 대전과 인연을 맺으면서 대흥동에 허다한 살롱 스튜디오를 만들어 예술적 베이스캠프로 삼게 됐다.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를 오가며 전시, 페스티벌 등에 참가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고 그 사이 대전은 그 유랑의 중심이 되었다.

“저는 어릴 적부터 꿈이 하나밖에 없었어요. 어릴 때에는 단순히 화가가 꿈이었지만 지금은 좀 더 넓은 범위의 예술 안에서 저만의 예술을 찾아 가는 과정을 즐기고, 다양한 실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가장 좋아했고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허 작가는 자연스럽게 미대에 진학했지만, 그리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답답함이 그의 마음에 늘 자리했다.
 

그래서인지 학창시절도 학교 안에서 생활보다는 외부활동이 점점 늘어났다. 예술가 축제를 기획하는 일에 참여하거나 대안 공간을 빌려 직접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 예술로 즐겁게 노는 일을 기획하고 만들었다. 캔버스 안의 그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움직이면서 사람들과 함께 하고, 공감하고, 이야기하고, 사진 찍고, 영상을 만드는 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관계와 소통을 위한 퍼포먼스

작가 허 씨의 예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둘 있다. 먼저 여행이다. 혼자서 배낭 하나를 메고 태국이나 인도에서 반년 정도 살기도 하고 유럽 등지를 떠돌면서 자유롭게 작품을 펼치고 하고 싶은 일을 밀어붙이는 강단을 키워나갔다. 

“여행이 제게 사고의 전환을 하게 해준 가장 큰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몸이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가야 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닌, 익숙한 곳을 낯선 곳으로 보게 하는 눈을 가지게 해준 거죠. 마치 처음 보는 풍경처럼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마주하는 것.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처럼 늘 만나는 사람에게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관계와 소통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했고, 그것을 제 작업으로 연결시키게 되었어요.”

그의 예술에 바탕이 되는 두 번째 요소는 어머니와의 관계이다. 성장과정에서 아버지는 친구처럼 편하게 지냈지만 어머니와는 소통에 어려움을 느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배경은 다른 사람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예술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시작했던 작업인 ‘대나무 숲 프로젝트’를 들여다보면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외침은 사람 안에 맺힌 응어리를 쏟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 허 씨는 많은 사람이 지나는 곳에 대나무 숲을 형상화한 작은 반투명 텐트를 설치했다. 사람들이 들어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던져놓은 것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대나무 말고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울었어요. 비밀도 많이 털어놓았죠. 저는 이 영상과 소리를 쪼개고 편집해 설치작업으로 만들었어요. 억눌려있는 감정을 토해내면서 나를 풀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도 같이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나도 사회의 도움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사회에 환원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립니다.’라는 작업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예술가는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팻말을 들고 서서 다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깨를 두드리고 껴안으며 공감하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떠나고 확인하면 그의 귀는 완전히 막혀있는 것이다. 권력자가 사회의 요구와 많은 사람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는 상황을 풍자한 퍼포먼스였다. 

소통과 치유의 장을 열다

2015년 가을에 대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차세대 아티스타에 지원한 아티스트 허은선 씨는 큰 무리 없이 선정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그간에 과정에서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제출했던 참신한 기획의 힘이 더 컸을 것이다. 기획의 제목은 ‘이주예술가 프로젝트’였다.

“아티스타 1년차는 예술적인 역량강화에 중점을 두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초점을 맞췄죠.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멀리 떠난 사람을 이주노동자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예술을 위해 멀리 떠도는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을 ‘이주예술자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거죠. 한마디로 해외에서 진행되는 여러 페스티벌과 워크숍 등에 참가하는 방법을 찾은 겁니다.”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많은 예술 행사들이 체류를 책임지는 대신 비행기값 등 이동에 드는 경비는 본인이 부담해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운 예술가들은 참가가 어려워진다. 허 씨는 이런 문제를 차세대 아티스타로 해결한 것이다.

“2016년에만 3개의 해외 예술축제에 다녀왔어요. 먼저 유서 깊은 대만의 대안공간에서는 제 작품을 전시했고 베를린에서는 퍼포먼스를 공연했어요. 해외의 사운드 아티스트와 함께 미술을 바탕으로 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움직임 워크숍 등 예술에 깊이를 더하고 왔어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토피아’ 페스티벌은 방콕아트센터에 전 세계 100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미술을 기반으로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그것에 관한 컨퍼런스가 이어지는 행사였어요.”

아티스타 2년차인 올해는 전시가 기획되어 있다. 개인전이라고 해서 그간 했던 것을 쭉 나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더 고민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렇게 잡은 제목이 ‘떠다니는 맛’이다.

“제목을 정하기 전에, 나를 강에 던져놓는다고 상상했어요. 강의 흐름에 따라 떠다니다 보면 늘 좋은 날만 계속 되지는 않겠지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번개가 치면 번개도 맞고, 햇살이 좋은 날에는 여유롭게 떠가면서 하늘을 만끽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지은 제목이에요. 그리고 제가 여러 곳을 떠돌면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실제로 물을 좋아하기도 해서 여러 가지 의미를 중의적으로 형상화시켜보는 작업으로 기획했어요.”

10월 17일, 동구 정동(36-11)에 오래된 교회를 대안공간으로 가다듬은 ‘구석으로부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네 개의 작품이 소통과 치유라는 맥락으로 엮여 자리 잡을 예정이다.

먼저 양파를 핑계로 울며 모든 것을 쏟아내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 전시되고 다음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받은 고통을 지워가는 작업이다. 그리고 완전히 내려놓고 놀면서 풀어내는 마당은 오래된 목욕탕에서 놀면서 청소하는 일로 형상화된다. 마지막으로 둥둥 떠다니는 맛을 보는 것으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모든 전시는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옮겨 보여주는 형식을 가지면서 이들의 배경에는 허 씨의 드로잉과 설치작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20일에는 에너지가 넘치는 자리도 준비하고 있다. 퍼포먼스 아티스트 4명이 모여서 라이브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이다. 이들은 허 작가와 인연이 있는 예술가들로 대만을 비롯해 전국에서 모여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허 작가가 지난해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타인의 시선에서 홀가분해지는 연습’이라는 제목의 움직임 워크숍이 11월 25일 허다한 살롱 스튜디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는 개인전에 집중하기 위해서 대전에 쭉 머물렀지만, 아마도 내년에는 해외 레지던시나 프로젝트 전시에 지원하고 참여하면서 다시 떠돌아다닐 것 같아요. 그리고 구제척인 계획은 세우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사람을 건드려서 더 많은 사람이 치유되는 예술, 그 이상의 계획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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