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충청인 여러분 싸울 준비 됐슈?
[노트북을 열며] 충청인 여러분 싸울 준비 됐슈?
세종시 건설로 '배부른 충청도'란 인식 강해…혁신도시 지정 위해 투쟁해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9.09.22 18: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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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개봉한 코믹·액션물 ‘거북이 달린다’(감독 이연우)를 3번 이상은 봤을 것이다. (영화 포스터)
2009년 개봉한 코믹·액션물 ‘거북이 달린다’(감독 이연우)를 3번 이상은 봤을 것이다. (영화 포스터)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2009년 개봉한 코믹·액션물 ‘거북이 달린다’(감독 이연우)를 3번 이상은 봤을 것이다. 시골 형사 조필성(김윤석)이 천신만고 끝에 탈옥수 송기태(정경호)를 검거한다는 내용이 큰 줄거리다.

충남 예산군이 배경인데, 몇몇 인물을 제외하곤 시종일관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사용해 친근감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TV 드라마 속 가정부들이 쓰던 어설픈 충청도 사투리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예산 출신 백종원 씨가 “○○○ 했쥬?”라는 표현을 유행시킨 것도 실제로는 ‘거북이 달린다’ 덕분 아닐까 싶다.

이 영화에 더욱 주목한 것은 충청도의 정서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다. 조직 내부에서 그다지 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조필성은 가정 내에서, 특히 아내에게는 천덕꾸러기 남편으로 통한다.

영화 ‘거북이 달린다’ 충청도의 정서 엿보여…잘 못 읽은 정치권은 ‘낭패’

이 영화의 백미(白眉)는 그 잘난(?) 서울 형사들의 기세에 맞서 충청인의 기질인 ‘은근과 끈기’를 발휘하며 ‘모래판 혈투’ 끝에 송기태를 잡아들이는 장면이다.

왠지 모르게 나약해 보이고, 때로는 억울한 느낌도 없지 않았는데 이 대목에서 만큼은 통쾌함을 넘어 10년 묵은 채증이 싹 사라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연우 감독 역시 우리 지역 출신이라고 하니 충청도의 정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충청도의 정서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돌이켜 보면 충청도의 정서를 잘못 읽는 바람에 낭패를 본 일이 정치권에서도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 자행된 ‘세종시 수정안’이다.

2010년 1월, <세계일보>와 <한겨레>는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충청권 민심을 ‘몰락한 양반’에 비유한 보고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보고서의 내용은 “가진 것 없어도 자존심과 명분을 중요시하는 몰락한 양반처럼, 충청도민들도 기업과 학교를 중심으로 한 세종시 수정안에 마음이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세종시 원안을 선뜻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특히 “손님이 가져온 선물 보따리를 ‘방에 두고 가라’고 하지도 못하고, 도로 가져가겠다고 할 때 달려 나가 붙잡지도 못하는 게 충청의 민심 상태”라는 여권 관계자의 말을 덧붙였다. 청와대는 부인했지만 파문은 컸다.

‘은근과 끈기’만으로는 충청권의 이익을 지켜낼 수 없다. 들불처럼 타오르는 분노와 결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 투쟁해야 할 때다. (자료사진: 충남도 홈페이지/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은근과 끈기’만으로는 충청권의 이익을 지켜낼 수 없다. 들불처럼 타오르는 분노와 결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 투쟁해야 할 때다. (자료사진: 충남도 홈페이지/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이에 대해 충북 청주 출신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현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정권은 충청도민을 표리부동한 사람들로 모욕했다. 충청도민을 짓밟는 말이 아닐 수 없다”며 “언제 충청도민이 대기업을 달라고 했나, 특혜를 달라고 했나. 국가균형발전이 시급하다기에 조상 묘까지 이전하며 행복도시를 수용한 대가가 이것인가?”라고 항변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몰락한 양반’ 보고서 논란…'이중적 속물근성'으로 곡해

당시의 여권이 충청 민심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대의와 명분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자존심 하나로 버티면서도 당하고는 못 사는 충청인의 기질을 ‘이중적 속물근성’으로 곡해한 것이다.

그에 따른 후폭풍은 집권여당에게 2010년 6.2 지방선거 충청권 참패를 안겼다. 결과적으로 “됐슈”에 담긴 참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현 시점을 놓고 보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대한 충청권의 민심도 여야 모두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혁신도시를 마구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거나 “세종시도 결국 충청권 아니냐?”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만 봐도 알 수 있다.

세종시 건설로 인한 대전‧충남의 상대적 박탈감과 역차별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대전시와 충남도 그리고 양 지역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간헐적인 노력이 있을 뿐이다.

세종시 건설로 인해 ‘배부른 충청도’라는 인식이 워낙 강하다보니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충청인 스스로 ‘투쟁의 길’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세종시 원안 사수 투쟁 당시를 떠올려 보자. 연인원 수십만의 충청인이 뜨거운 여름 달궈진 아스팔트로 나섰고, 추운 겨울에는 삭발‧천막농성을 해야 했다.

지금은 충남도지사가 된 양승조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은 21일 간의 단식투쟁 벌였다. 양 지사가 2010년 2월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휠체어에 앉아 정운찬 국무총리를 상대로 세종시 수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모습이 뚜렷하다.

국회의원회관에서 본청까지 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자에게 했던 말도 잊을 수 없다.

“저의 단식은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저지하기 위함이고, 안으로는 민주당 의원들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위해 충청인 투쟁해야…“싸울 준비 됐슈?”

당시까지만 해도 충남지역 유일의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과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의 변심(?)을 막지 못할 경우 세종시 수정안을 저지할 순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양 지사에게 또다시 단식농성을 벌여야 한다고 할 순 없겠지만, 누군가는 이에 못지않은 투쟁에 나서야 할 시점임에는 분명하다.

생각 같아선 뜻 있는 사람들과 내포신도시가 한 눈에 보이는 용봉산 정상에 올라 “혁신도시 지정!”이라도 외치고 싶다. (자료사진)
생각 같아선 뜻 있는 사람들과 내포신도시가 한 눈에 보이는 용봉산 정상에 올라 “혁신도시 지정!”이라도 외치고 싶다. (자료사진)

감히 밝힌다. <굿모닝충청>이 이번 투쟁의 선봉에 서고자 한다. 10월 한 달 동안 ‘충청인의 힘으로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캠페인을 통해 지역의 염원을 충실히 대변하고 투쟁의 거점이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 릴레이 챌린지 ▲ 한 줄 의견 광고 ▲ 기획‧특집기사 보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생각 같아선 뜻 있는 사람들과 내포신도시가 한 눈에 보이는 용봉산 정상에 올라 “혁신도시 지정!”이라도 외치고 싶다. 아예 삭발 투쟁을 시작할 의지도 있다.

누군가는 “망국적 지역주의 조장‧선동”이라고 비판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충청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만약 충청인이 투쟁의 길에 나설 생각이 없다면 혁신도시 지정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은근과 끈기’만으로는 충청권의 이익을 지켜낼 수 없다. 들불처럼 타오르는 분노와 결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 그 때다. 그 누구도 충청인의 입에 공짜 밥을 넣어 주지 않는다.

진지하게 묻고 싶다.

“충청인 여러분, 싸울 준비 됐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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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수친구 2019-09-22 19:41:49
투쟁하는건 좋은데, 왜 지금해야하는지? 어떻게 싸워야하는지... 혁신도시가 왜 근본적으로 필요한지도 함께 이야기 하는게 좋겠습니다. 기자님은 경계하고 있지만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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