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설화(雪花) ⑨
[연재소설] 설화(雪花) ⑨
  • 유석
  • 승인 2015.04.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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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유석 김종보]

질식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금희를 찾아가자 결국 노모인 조금례까지 알게 되었다. 이야기의 전말을 듣고 난 금례 역시 아들이 잘못된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내친김에 금희를 앞세워 미란의 가족을 만나 사생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지금까지 아들이 그 지경이 되도록 어느 형제 하나 지수를 도와주지도 못했지만 모든 걸 떠나 가문의 자존심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무작정 3년이 넘도록 내 버려둔 것에 대한 죄책감에 들자 앞 뒤 볼 것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찾아갔지만 미란은 여전히 뻔뻔했다. 금희가 지금까지의 과정을 늘어놓으며 비난을 퍼부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수 가족들의 책임이 더 크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과거 설화에 대한 전 후 사정은 자신이 알바 아니라며 끝까지 버텼다. 그것은 억지였다. 지수는 그녀를 만나기 시작한 후 모든 걸 고백했었다.

미란의 뻔뻔한 변명은 일말에 상대할 가치가 없는 말들이었다. 궁지에 몰린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지만 기대했던 자신의 미래가 물거품이 되었다는 현실에 궁색한 모함을 동반한 거짓과 변명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미란은 그랬다. 돈이라는 것은 살아가는데 있어 일종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라며 지수를 안심 시켰었다. 서로 노력하면 다 극복할 수 있다는 말까지 해가며 남자를 제 손아귀에 통째로 움켜쥐었다. 갈 데까지 가보다 안 되면 거리에 나가 호떡장사라도 해먹고 살아갈 용기가 있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늘어놓았던 여자였다.

그렇게 ‘감언이설’로 남자를 정복했다. 당시 순진했던 지수는 그녀의 마음을 알 턱이 없었다. 원초적 판도라 상자 안에 숨겨진 상습적인 그녀의 가증스런 음모를 눈치 채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인생의 겨울을 만나도 혹독한 겨울을 만난 지수로서는 여전히 진퇴양난이었다.

금희는 속이 타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모두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지수만 들볶아대는 미란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앞뒤 보지 않고 직장이 좋은 남자라는 것에 대한 욕심 하나로 섣불리 선택한 그녀의 잘못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인생을 바꿔보려다 실패하자 뒤늦게 오리발 내미는 미란의 행동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었다. 사랑을 돈으로 바꿔보려 하다 실패하게 되었다는 것이 드러나자 모면하기에도 바쁜 시간이었다.

당시 지수는 상처받은 지난날의 인생을 치유하며 보상받고 싶은 심정에 그녀를 택했을 뿐 그녀의 이중적인 음모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뒤늦게 그것이 큰 화가 되어 닥쳐 올 줄은 예상도 못한 일이었다.

천추의 한으로 남을 자신의 잘못을 그 어떤 변명으로도 모면할 수 없다보니 하루빨리 그 어떤 구세주 같은 희망의 소식이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은당연한 일이었다. 대리만족보다는 질식되어가는 현실에서의 도피처를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가정을 포기할 수 도 없었다. 아이도 있고 하다 보니 악착같이 가정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라도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문제는 여전히 미란의 의도를 꿰뚫어 보기란 바늘로 웅덩이속에 숨어있는 미꾸라지를 잡아내는 것 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갈등 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달리 현실이 의지를 꺽어놓을때는 그 어떤 배신감보다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반감에 일렁이는 증오의 갈대를 꺽어 뉘이고 의지와 현실사이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자신의 무능력하고 결단력 없는 것이 확실하다보니 패배한 낙오자가 찾아 갈 곳은 오로지 한 군데 밖에 없었다.

둘이 벌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마구잡이로 먹고 입고 쓰고 보자는 악처의 행동을 막아낼 수는 없는 것도 문제지만, 순수한 척 하면서도 가증스런 행동을 일삼는 그녀의 지략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금희는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또 다시 퍼부어 댔다. 당시 미란은 남자가 빚이 있긴 해도 그 정도는 충분히 헤쳐나가리라는 각오 하에 선택했었다.

후에 자신도 씀씀이 헤 푼 것을 알면서도 개의치 않고 무작정 모든 것을 채우려고 하는 이기적인 습성을 스스로도 억제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쓰잘데없는 객기를 부려대는 것이었다.

언감 생시 야무진 생각이 그녀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 되었고, 현실마저 녹녹하게 먹혀들어가지 않자 쌍욕을 동반한 횡포와 협박으로 남편을 들볶아댔던 것이었다. 그에 따라 자신의 인생마저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전혀 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남자의 무능력만 탓하며 물고 늘어지는 것은 여전했다.

지수는 악처의 씀씀이와 두 아이의 양육비 대기에도 헐떡거릴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독선적 행동에 지수는 빚을 갚아나가기는커녕, 그 와중에도 카드와 은행 빚에 더 허덕이며 가정을 이끌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그녀는 여전히 남의 일인 양 마음대로 흔들며 쓰고 다녔다. 금희가 지금까지 참아왔던 지난 일들을 따지며 묻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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