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에서 장장 6년 7개월을 끌었던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의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 1심 재판 선고가 나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사법부는 '유죄'를 인정한다면서도 기소된 자유한국당 의원들 모두에게 의원직 유지가 가능한 솜방망이 형량을 선고했다.
이같은 솜방망이 형량이 선고되자 국민의힘은 마치 자당 의원들이 '무죄' 선고라도 받은 양 의기양양하게 최보윤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오늘의 판결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저항'이었음을 분명히 확인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하며 "2019년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국회 운영의 기본 원칙이 짓밟히고 절차와 합의의 정신이 무너졌다는 점을 법원이 외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당사자인 나경원 의원 또한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지만, 오늘 판결은 민주당의 일당독재·다수결독재에 대한 경종이었다. 의회민주주의의 최후의 저지선은 지켜낸 판결이다"며 잔뜩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12.3 내란 사태 이후로 사법부의 신뢰도는 급속도로 깎이기 시작했다. 우선 내란 당일엔 경황이 없어서 잠시 넘어갔으나 최근 여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의 맹활약으로 조희대 대법원의 내란 부역 행태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사실상 '대선 개입'으로 의심되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상고심 졸속 선고 논란 역시 대법원의 내란 부역 행태 중 일환이었을 가능성도 한 층 더 높아지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내란 수괴 윤석열의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부장판사 지귀연은 형사소송법 조문을 왜곡 해석하며 윤석열의 구속취소를 결정했고 지금도 진지한 태도로 재판에 임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내란 우두머리 재판 중계 영상을 보면 지귀연이 판사인지 예능 프로그램 MC인지 헛갈릴 정도다.
또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부장판사 4인방(남세진, 박정호, 이정재, 정재욱) 등은 번갈아가면서 내란 관련 주요 인사들의 구속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해 특검 수사를 방해하는 듯한 모습도 서슴지 않고 보여줬다. 이렇게 사법부를 향한 국민적 신뢰가 하나둘씩 무너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빠루 사건' 솜방망이 선고가 있었다. 이제 어떻게 더 믿어달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해당 사건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갖은 방법으로 수사를 지연시켰고 거기에 이미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반기를 들고 있던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이 이끄는 검찰이 호응하며 사이좋게 수사를 '막장'으로 이끌어갔다. 특히 나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 취소를 청탁한 사실까지 알려지기도 했다.
통상 형사 사건에서 1심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6.6개월인데 이번 '빠루 사건'의 1심 판결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6년 7개월이나 걸렸고 검찰 기소를 기준으로 해도 5년 10개월이나 걸렸다. 검찰과 사법부가 이렇게 태만을 저지르고 있는데 무슨 염치로 국민들에게 믿어달라고 한단 말인가?
국회선진화법 위반의 경우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돼야 의원직이 박탈되는데 모두 그 미만으로 일괄 선고한 것은 법원이 범죄의 무게가 아닌 정치적 무게로 판단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즉, 사법부 스스로가 '사법기관'이 아닌 '정치기관' 행세를 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된 후 첫 번째로 이 법을 위반해 재판에 오른 사건이었다. 따라서 무엇보다 일벌백계(一罰百戒)가 가장 중요하게 적용돼야 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윤석열이 탄핵된 전후로 수시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떠들고 혐중 시위를 주도하는 친윤 극우 유튜버들과 유착해 있는 것은 물론 걸핏하면 이들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불러들여 대여(對與) 장외투쟁을 벌이는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빠루 사건'의 주동자인 나경원 의원은 오는 12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릴 극우 성향 유튜버 연합단체 ‘대한민국자유유튜브총연합회’(대자유총) 출범식을 위해 해당 장소를 대관해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과연 제2, 제3의 빠루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이미 국민의힘이 뒤를 봐주다시피 한 극우 세력들은 윤석열의 구속영장 발부에 격분해 서울서부지법을 부수는 폭동을 일으킨 바 있다. 그것은 불과 10개월 전에 있었던 일이다. 또한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국회의사당을 습격했던 일이 있다.
지금도 윤석열 지지자들은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질 때마다 '부정선거' 타령하며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데 법원이 이런 솜방망이 처벌을 했으니 23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또 져서 사상 최초 '총선 4연패'를 당한다면 미국의 트럼프 지지자들처럼 또 '부정선거' 타령하며 국회를 습격하려 들지 않을지 걱정될 정도다.
사법부도 문제지만 사실상 윤석열의 사병(私兵)으로 전락해 대놓고 부실수사를 했던 검찰 역시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당시 검찰의 수사가 막장이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소위 조국사태 당시 검찰이 요란하게 벌집 쑤시듯 수사했던 것과 비교하면 당시 '빠루 사건' 관련 수사는 너무도 미온적이었다.
최근 일부 친윤 정치 검찰이 대장동 사건에서 구형보다 더 많은 형량이 선고됐음에도 항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집단 항명 사태를 일으켰던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1심 판결은 구형보다 턱없이 모자란 결과가 나왔다. 그들 논리대로라면 검찰은 적극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항소를 해야 한다. 과연 그 때 검란(檢亂)을 일으켰던 강백신 등 친윤 정치 검사들 중 누가 목소리를 내는지 지켜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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