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최근 들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일부 '시끄러운 소수' 정치자영업자들이 연일 민주당사 앞에서 정청래 대표 퇴진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일부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대의원제 축소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 일부 '극명' 정치자영업자들의 선동
민주당은 지난 19일과 20일 양일에 걸쳐 당헌당규 개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당헌당규 개정의 목적은 정청래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공약했던 대로 '당원주권시대'를 여는 것에 있다. 그를 위해 그간 '과대대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의원제를 폐지 수준으로 축소하며 광역, 기초자치단체 비례대표 의원들도 100% 권리당원 투표로 후보를 선출하는 등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 계획이 나오기가 무섭게 일부 자칭 친명 유튜브 채널에서 '당원투표반대' 해시태그를 붙이며 당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에 불참하도록 선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대다수는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부터 노골적으로 정청래 대표를 향해 마타도어에 가까운 주장을 하며 박찬대 후보 지지를 했던 사람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정청래 대표가 승리한 이후에도 그들은 전당대회 결과에 불복하며 지금까지도 정 대표를 향한 마타도어를 서슴지 않고 있으며 잊을 만하면 민주당사 앞에 몰려가 정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 정청래 대표가 추진하고자 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투표해서 '반대표'를 행사함으로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이 '정치자영업자'들은 투표 자체를 반대하며 투표의 정당성을 무력화시키려 들었고 결과가 자신들의 의도와 반대로 나타나자 참여율을 문제 삼으며 시비를 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공개적으로 대표 흔들기 나선 한준호, 이언주
그런 와중에 나온 것이 한준호, 이언주 두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1인 1표제로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 심지어 한준호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오마이뉴스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난데없이 다음 주 중으로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최고위원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소식이 들어왔다.
한 최고위원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돌았던 것도 아니었고 그가 설령 출마한다고 한들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지방선거를 출마한다는 미명 하에 최고위원에서 사퇴하겠다는 것은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즉,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최고위원에서 사퇴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위원에서 사퇴하기 위해 지방선거 출마란 명분을 갖다붙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방선거 출마설이 도는 최고위원이 최소 3명~최대 6명인데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최고위원회 구성원 9명 가운데 과반인 5명이 물러나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 혹 이것을 노리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 1인 1표제는 이미 3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된 사안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1인 1표제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붙인 명분도 옹색하다는 것이다. 2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은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지역에 대한 전략적 문제, 과소대표 되고 있는 취약지역에 대한 우려 등을 들며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또 그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당내에는 당원들조차도 대의원제의 사실상 폐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이런 분들이 있는 상황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고 이렇게 빨리 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더구나 불과 1개월 가입 당원의 참여, 권리당원의 16.8%밖에 참여하지 않은 여론조사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정해졌으니 따라오라는 식의 방식은 민주적 절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1인 1표제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3년 전부터 당 안팎에서 꾸준히 논의되었고 이재명 대통령도 당대표 시절 1인 1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원외 지역위원장, 권리당원, 다양한 현장의 모임에서 수차례 공식·비공식 요구가 이루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20 : 1로 축소하는 것에 그친 것은 이번과 같이 당 내에서의 극심한 반대 때문에 한 수 접은 결과물이었다.
따라서 1인 1표제 논의는 '졸속 강행'이 아닌 오랫동안 미뤄져 온 당내 민주주의 과제를 정상적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또 지금 9회 지선까지 불과 7개월도 채 남지 않았고 내년 초부터 사실상 선거 국면에 돌입하게 된다. 아직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들어서지 않은 지금 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또 언제 처리하자는 것인지에 대한 대안 제시도 없다.
■ 참여율, 취약지역 우려 등에 관한 문제
참여율을 트집잡는 것 역시 전당대회 투표 정족수 규정을 끌어와 본질을 흐리는 프레임에 불과하다. 우선 이번 조사는 당원의 의사를 확인하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절차이지, 법적 효력을 따지는 전당대회 투표가 아니다. 따라서 30만 명의 당원이 참여해 1인 1표제에 무려 86.81%나 찬성했다면 이는 당연히 당원이 지도부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명령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게 1인 1표제가 문제가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반대표를 행사하면 될 일이었다. 투표에 아예 참여하지도 않아놓고선 투표 자체를 문제 삼고 트집 잡는 것은 온당한 일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취약지역 우려 역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자신을 '허수아비 평당원'이라고 소개한 인물이 쓴 <존경하는 당 지도부ㆍ당무위원ㆍ중앙위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에선 그같은 논리에 대해 "대의원 중심 구조에서 가장 실제 당심이 왜곡된 지역은 오히려 영남·TK였다. 1인 1표제가 시행되면 '대의원 수'가 아니라 '그 지역 당원의 실제 의사'가 반영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반대 논리의 뿌리는 ‘대의원 숫자’를 지역 조직력과 권력으로 활용하던 관성을 유지하려는 심리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즉, 대의원 기득권 약화 우려가 실질적인 1인 1표제 반대 이유이고 절차나 참여율, 전략, 영남 대표성 등은 자신들의 실제 의도를 감추기 위해 든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뜬금없는 '한준호의 지선 출마'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애초에 경기도지사 후보군 하마평에도 오른 적이 없으며 6선의 추미애, 조정식 의원과 군 장성 출신의 김병주 의원 등 쟁쟁한 후보군에 비해 경쟁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한 최고위원이 갑작스럽게 지선 출마를 위해 최고위원을 사퇴하겠다는 것은 실제론 최고위원 사퇴를 위해 지선 출마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수 밖에 없다.
■ 이번 사태의 근원은 8월 전당대회
이번 사태의 근원을 찾아보면 결국 8월 전당대회로 볼 수 있다. 당시 원내 현역 의원 중 정청래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인물은 양문석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별로 없다. 반면에 박찬대 후보의 경우 157명 이상이나 되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을 정도로 당내 세력의 수장 역할을 할 만큼 세력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의 의석 수를 고려하면 사실상 몇 명 정도를 빼면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박찬대 후보 쪽으로 몰려간 셈이다.
당시 두 후보가 현재 첨예하게 대립 중인 대의원제와 관련해 내놓은 공약을 비교해 보면 왜 저런 차이가 발생했으며 이번 혼란이 빚어진 이유가 무엇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정청래 후보는 대의원제 전면 폐지를 공약한 반면 박찬대 후보는 '단계적·절차적 접근'을 강조했다.
어차피 당시 전당대회는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공석이 된 것에 대한 보궐선거였기에 주어진 임기는 1년이었다. 박찬대 후보가 '단계적·절차적 접근'을 강조했지만 1년 안에 단계적 축소를 거쳐 1 : 1 수준으로 연착륙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볼 때 절대 무리다. 또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이유로 아예 안 할 수도 있다. 즉, 사실상 대의원제를 존치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반면 정청래 후보는 대의원제를 철폐하겠다고 한 입장이었다. 당시 현역 의원들 대다수가 박찬대 후보에게 우르르 몰려간 것과 이번 전당원 여론조사에서 대의원제 부분을 놓고 일부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들이받은 것이 결코 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즉, 현역 의원들의 이권이 걸린 대의원제에 대해 박찬대 후보는 사실상 '존치' 입장을 밝혔고 정청래 후보는 아예 없애겠다고 했으니 정청래 후보가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11월 들어 정 대표가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으니 당시 박찬대 후보를 지지했던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여기에 호응할 리가 없다.
물론 정 대표의 소통이 다소 부족했던 점은 있지만 이런 당 내 환경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부 언론들은 '친명의 분열' 운운하고 있지만 본질은 친명이니 반명이니가 아니라 당 내 기득권을 내려놓느냐 안 내려놓느냐는 것에 있다. 여기에 계파 운운하는 것은 의도적인 기성 언론들의 '갈라치기'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 결론
현재 벌어지고 있는 '1인 1표제' 관련 민주당 내 갑론을박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순수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보기 어렵다. 그간 대의원제라는 '꿀'에 길들여져 있던 당 내 기득권 세력들은 당연히 '꿀'을 놓으려 하지 않으려 들고 이 때문에 8월 전당대회에서 '꿀'을 뺏으려는 정청래 후보가 아닌 '꿀'을 보장해주는 박찬대 후보에게 우르르 몰려갔다.
그리고 11월 들어 이제 정청래 대표가 당초 본인이 밝힌 대로 '꿀'을 빼앗으려 드니 갖가지 핑계를 들며 '꿀'을 지키려 드는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여기에 '친명'은 개혁가, '친문'은 '수박'이라는 단순무식한 이분법적 사고로 재단하며 처음부터 정청래 대표를 향해 온갖 마타도어를 했던 일부 정치자영업자들이 끼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친명'이라 해서 모두가 개혁가인 것도 아니고 '친문'이라 해서 모두가 수박인 것도 아니다. 세상은 그렇게 흑과 백으로 재단할 수 있을만큼 단순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들이 이렇게 선동을 계속할 수록 민주당 흔들기에 여념이 없는 보수 언론들에게 스스로 먹잇감을 던져줄 뿐이다. 현재 '정청래 흔들기'를 주도하고 있는 정치자영업자들 대다수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면 단번에 이해가 된다. 이들은 그저 '시끄러운 소수'일 뿐이다.
다만 정청래 대표의 액션도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1인 1표제를 시행하겠다고 했을 때 반발하는 측이 들이댈 만한 사유에 대해 충분히 반박할 논리를 갖추고 있어야 했는데 그런 측면에선 아쉬움이 많다. 또한 채찍에는 당근도 함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정 대표의 액션은 세련됐다고 보기 어렵다. 과연 정 대표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앞으로의 정치적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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