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설화(雪花) ⑬
[연재소설] 설화(雪花) ⑬
  • 유석
  • 승인 2015.05.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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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유석 김종보] 그것은 기나긴 겨울을 지나 두터운 얼음장벽을 깨고 일어나는 버들가지가 춤추고 있을 때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개구리가 답답해 기지개 펴며 봄날을 맞이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방금 솟아난 자유의 새싹이 세상밖에 펼쳐진 햇살 앞에 고개를 내미는 그러한 기분이었고 좁은 어항 속에서 괴롭혀대던 미꾸라지 한 마리가 밖으로 뛰쳐나가자 기다리던 금붕어가 그제야 조용한 봄날을 맞이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사랑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따라 다니며 행복과 불행을 함께 하는 존재라 했던가. 모처럼 맞이한 봄날 같은 분위기의 틈새를 비집고 갑자기 지난 흘러간 추억들이 고개를 내밀고 들어왔다.
그렇다고 평온함을 엿보고 찾아든 것은 아니었다.

모진 세월동안 상처받은 자리마다 아무는 그 소리를 듣고 지난 날 추억들을 불러내 위로와 힘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용기의 손짓이었다.
숨겨둔 반쪽짜리 ‘핫트’를 꺼내 들자 그동안 사랑의 동상에 걸린 시린 마음이 봄볕에 녹아내리면서 아지랑이 발자국 따라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토록 만나보고 싶었던 사랑을 다시 만나게 된 것처럼, 저 멀리 숲속 어귀에서 훈풍을 따라 터벅터벅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향해 건너오는 짝 잃은 한 마리 나비의 날개 짓처럼, 입가에 생기가 돋아나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것은 지난날 설화와의 달콤했던 사랑이 그 어떤 사랑과도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보석 같은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그동안 모진 고통 속에서도 잊지 못하는 사랑이 그를 지금까지 버티게 만들어 준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증오심을 그리움으로 변화시켜가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사랑이 보석 같은 사랑의 정체이기에, 몸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오매불망’ 서로의 운명이 두 사람을 갈라놓았을 때는 아마도 지난 날 못다 한 사랑을 그리움으로 다시 피워 올리라는 숙명임을 알았다.

결국 그가 쫓는 사랑은 운명이 거져 내 준 것이 아니라 가시밭길 같은 고통의 나날들에서도 옛 설화와 나누었던 잊지 못할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고통 속에서도 은근히 깨닫게 해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사랑이 자신 앞에 사라지지 않는 한 마음 든든한 지킴이로 여기며 버텨왔던 것이었다.
그가 위로를 받는 사랑은 흔히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비바람 없이 고요한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기지개 펴는 깃털 같은 그런 사랑이 아니라, 끊어진 동아줄에 푸른곰팡이가 피어올라 이 세상 모든 고통을 견뎌 낼 수 있는 ‘페니시린’ 면역체 같은 사랑으로서 그 금빛 사랑이 가슴 한켠에서 그를 버티게 해준 힘이었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다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는다. 어쩌다 미란에게 말 한마디 잘못해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때 마다 벌금 아니면 위로금, 또 아니면 화분을 사오는 것으로 응분의 댓가를 치러야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설화가 진빚을 갚아나가는 것을 반대하고 나서는 악처와 싸움을 벌이다 분노를 터트렸던 일들이 스쳐 지나가자 온 몸이 떨리기까지 했다.
어떤 때는 달리는 자동차를 멈추게 하고 멱살을 잡아 끌어내어 차들이 빠르게 내 달리는 도로위로 밀어 넣어 깔려 죽으라는 엄포에 그대로 길 바닥 한 가운데 눕는 바람에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려대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어 후에 벌금까지 물어야했던 일들이 떠오르자 어느새 눈가에 이슬까지 맺혔다.

그 날 그녀를 달래느라 보상으로 손에 쥐어준 돈을 생각하니 증오의 눈빛이 다시 독을 내 뿜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 돌아 설만 하면 또 다시 사단을 일으켜 쌍욕과 폭행을 일삼아 남자의 체면까지 차가운 얼음장위에 태질 시켜 놓았던 기억을 떠올리자 또 다시 깊은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느 가을 날 소요산 단풍놀이를 갔다가 풍악놀이에 넋이 빠져 자기를 찾지 않았다는 죄로 그 자리서 망신을 주고 핸드백을 휘둘러가며 폭행을 서슴치 않았던 그날을 기억하니 그 날 틀어박힌 악처의 독가시가 다시 튀어나와 마구 찔러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네년이 나보러 먼저 마누라가 진 빚 갚느라 내다 버린 이잣돈만 해도 얼마냐 고 그랬지만, 네년이 취미로 화분사고 싶은 것 사지 않고 처먹고 싶은 것 사처먹지 않고 입고 싶은 것 덜 사 입고 절약해가며 함께 허리띠만 동여맸어도 한쪽 빚은 다 갚았을 거다. 아! 그 생각만 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강물에 뛰어 들고만 싶어…

어쩌다 내가 저런 독한 년을 만나 내 인생을 생매장시켰는지 모르겠어.
그래, 너는 이제 자유부인이 되었지만, 나는 푸른 창공을 날아다니는 한 마리 청학이 되어 잃어버린 내 사랑을 찾아내 너 보다 더 행복한 자유의 남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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