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도청을 시인한 미국

가해자가 인정한 사실을 피해자가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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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미국의 대통령실 도청 및 감청 의혹 사건을 두고 11일(한국 시각)에 백악관에서 공식 발표가 나왔다. 백악관이 이들 문서가 유출된 기밀 문서임을 확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한국 시각)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도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가 문건의 유출 과정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유출자와 관련해 누가 해당 문건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모른다"면서도 "비밀 정보의 유출로 보이는 이번 사건의 배후 세력이나 인물에 대한 추측이나 짐작을 하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유출과 과거의 유출 사건을 볼 때 미국 정부가 미국의 비밀을 훔치려는 사람들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 같은 종류의 문서가 공개된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우리는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 필요가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번 유출된 문서가 진본임을 전제로 주고 받은 질문과 답변들인 셈이다. 커비 조정관은 다만 이번 문서가 일부 변경됐다며 그러나 문서가 변경된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문서의 일부가 변경됐다면 나머지는 진본(authentic)이라는 뜻이냐'는 기자 질문이 이어졌다.

커비 조정관은 이에 대해 "모든 문서, 변경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문서들의 진위여부(validity)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질문한 기자가 "일부는 진짜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하며 대답에 주의하라는 듯 환기시키기도 했다. 그러자 커비 조정관은 "그들 문서의 진실성(veracity)과 진위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이전 말을 삼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 다른 기자가 반박했다. '만약 그 문서들이 완전히 가짜라면, 그렇다고 이야기할 것이고, 따라서 그들 문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자 커비 조정관은 "그들 문서가 가짜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절충됐다(compromised)고 말했을 뿐"이라고 갈팡질팡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날 브리핑에서는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들도 이어졌다. 커비 조정관은 이번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변화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 일정의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런 백악관의 발표는 10일과 11일 오전에 대통령실이 밝힌 발표 내용과는 다소 상충된다. 10일에 대통령실은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왜곡해 동맹을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에게 저항을 받을 것”이라 으름장을 놓은 것을 시작으로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자료 대부분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내용인데, 미국에서는 자료 일부가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고 또 “특정 세력의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미국 측에서 발표한 내용은 전혀 다르다. 미국은 “이 같은 종류의 문서가 공개된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고 또 “우리는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즉, 기밀문서 유출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고 더 나아가 문서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맹국들을 상대로 도청 및 감청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가해자인 미국은 동맹국들을 상대로 도청 및 감청을 자행했다고 사실상 인정을 했는데 정작 피해자인 한국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면서 위에서 인용한 말을 하며 비판 세력들에 대해 으름장을 놓기 바쁘다. 이런 비정상적인 사태를 국민들이 어떻게 용납할 것이며 또 누가 진짜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렇게 되면 도대체 대통령실이 왜 미국도 인정한 사안을 먼저 나서서 미국의 대변인마냥 부인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통령실이 사안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음모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스스로 음모론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다.

김성한 전 외교안보실장이 “일부 보도가 과장됐다.”고 반응하는 것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에 보도된 그 내용이 정말로 사실이 아니라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펄펄 뛰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보도가 과장됐다.”고 했다. 그럼 일부 과장된 걸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이란 말이 아닌가?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한미정상회담에 목숨 걸지 말고 지금 이 사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설명하고 또 주권 국가로서 당당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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