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소설] 설화(雪花) ⑯
    [연재소설] 설화(雪花) ⑯
    • 유석
    • 승인 2015.06.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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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충청 유석 김종보] 모두가 빗나간 미란의 욕구불만 때문이었다. 재혼의 사랑을 키워 나가야 할 책임을 함께 졌음에도 불구하고 숭고한 사랑의 그릇에 독한 증오를 뿌린 그녀의 과오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었다.

    남편에게 실망을 안겨 준 댓가로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자 어떤 변명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조강지처를 버리면 천벌을 받는다 했지만 재혼녀가 남자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 반드시 만 벌을 받을 것이라는 증오를 갖게 한 것도 그때문이었다.

    황금에 눈이 멀어 처음 만날 때의 그 아련한 사랑을 키워내지 못하고 사정없이 길가에 내 팽개쳐 버린 그녀의 의도적 잘못은 천추의 한을 낳았다.

    처음에 잠깐 두 레일 위를 달리던 사랑의 열차가 흔들렸다 해서 애당초 잘못 놓여 진 것은 아니었다. 달리는 삶의 차창 가에 세상의 화려한 유혹들이 따라붙자 씀씀이 헤 푼 여자로서 악습을 절제하지 못한 고질적인 병이 불행을 자초했던 것이었다. 

    벌써 5년이 넘도록 통화조차 못하고 지내고 있는 우진이와 샛별이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 사무치도록 듣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내친김에 설화까지 한 번 만나 볼 욕심도 화산처럼 치밀어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란을 만나 살림하면서 한해 쯤 지나 자식들과 통화 했을 때였다. 네새끼들하고 통화 하려면 밖에 나가서 해! 갑자기 튀어나온 악담도 모자라 그 자리서 두 번째 휴대폰을 빼앗아 박살냈던 기억이 떠오르자 몸서리가 쳐졌다.

    제 새끼가 아니라 해서 전화 통화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던 당시의 분노가 솟아 오르다보니 반드시 보복하고픈 증오심만 시퍼렇게 독을 뿜어내고 있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슬러 안정을 찾아갈 무렵 결국 미란에게 우려했던 일이 감지되었다. 외박이었다. 그렇다고 곧바로 싸움거리를 만들 필요까지 없다는 생각이 그를 말렸다. 자칫 화를 불러들일 수 도 있기 때문이었다.

    며 칠 후 그 증거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이 엄마를 보채며 다가서자 그대로 넘어갈리 없었다. 그녀가 대뜸 화를 내며 뿌리치자 집안에는 또 다시 불안과 초조함이 엄습했다. 힘들면 나가지 마! 왜 아이들 가지고 그래. 더 이상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어 터트리자 그녀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운의 떡장 구름이 두텁게 쌓여갈 무렵 이를 눈치 챈 지수가 한 발짝 물러서며 가까스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 날은 조용히 넘어갔지만 불안의 고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후 또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또 다시 이유 없는 성질을 부려대자 순간 짚이는 것이 있었다.

    미란은 그 좋아하는 꽃들도 쳐다보지 않았고 먹거리는 나가서 실컷 먹고 다니다보니 찾지도 않았다. 의상은 직업이 그렇다보니 집에 있을 때 보다 더 화려했으며 담배는 여간에서 피우지 않았다. 입에서 골진내가 풍기는 것을 봐서 집에 들어오기 전에 너무 피워댔기 때문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남자의 고뇌는 가시방석위에 드러누운 기분이었다. 그녀가 일을 나간 후 마음이 홀가분했던 것도 한 순간이었다.

    충돌의 기미가 보일 듯 말 듯 베일에 쌓인 그녀의 행동들이 더 궁금해져가는  무렵이었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더니 형돈이 소중한 정보를 귀뜸해 주는 것이었다. 자네 마누라 거기 나가는 거 허락해서 나가는 거야…? 황당한 말에 어리둥절했다. 서로 비밀을 감추며 지내는 사이가 아니다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그의 앞에 진실은 스승이 되어주고 있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 나갔다 해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만고에 분명한 이치이니 섣불리 다가서지 말고 증거를 잡으라는 것이었다. 그곳에 친구들과 함께 갔다가 30대 후반쯤 돼 보이는 남자와 같이 나가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는 것이었다. 개의치 않았다. 미란이 이미 자유부인이 되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었다.

    끈을 놓아 주었으니 이상하게 볼 것도 아니었다. 일찍이 포기한 여자에게 되돌아서리라는 희망은 두지 않기로 했다.

    이때 무언가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바람난 여자의 자유란 사막의 여우가 달빛아래 먹거리 사냥을 하러 나가는 것이 주목적이듯 썩은 내가 폴폴 풍기는 사랑을 가지고 또 다른 어느 곳으든 가리지 않고 황금을 사냥하러 다니는 욕망을 막을 수 없었다.

    평소에도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를 찾아대던 그녀가 또 다른 굶주린 남자에게 다가가 상습적으로 낚시질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했다.

    결국 그 사랑도 죽도록 황금을 사랑한 만큼 그녀가 쫓던 사랑의 전신은 황금이 분명했다.

    지금까지 추구했던 삶도 육체를 팔아 황금 먹잇감으로 맞바꾸던 과정이 온 천하에 드러난 것을 봐서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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