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차 리투아니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만찬 자리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6월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있었던 2030 세계엑스포 유치 경쟁 프레젠테이션 당시 지각 논란이 벌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뒷북’ 아니냐는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만찬 자리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지도 적극적으로 당부했다고 한다. 김 여사도 같은 식탁에 앉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부산엑스포 지지 표명에 감사 뜻을 전하며 엑스포 키링(열쇠고리)을 전달했다고 한다. 야코브 밀라토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에게는 부산엑스포 유치 노력을 소개하며 지지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날 만찬장에서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나토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한국 등 나토 파트너국과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파트너국을 위한 건배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만찬 참석은 나토 동맹국 및 파트너국 정상들과 우의를 다지고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대통령으로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과연 때와 장소에 맞는 모습인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왜 자꾸 참석하는지부터가 의문이다. 나토는 ‘북대서양’조약기구로 대서양을 끼고 있지 않은 대한민국은 회원국이 아니다.
그리고 본래 이 나토는 냉전시대에 미국이 서유럽 국가들과 함께 소련과 동구권을 견제할 목적으로 결성한 군사협력기구였다. 이에 맞서 소련 또한 자국의 위성국가들인 동유럽 국가들과 연합해 바르샤바조약기구라는 걸 설립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세력과 바르샤바조약기구 세력 간 경계선이 바로 소위 말하는 ‘철의 장막’이다.
굳이 갈 필요가 없는 나토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은 왜 자꾸 기웃거리는 것인지부터 의문이다. 현재까지도 나토는 러시아의 세력 팽창을 견제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꾸 나토에 기웃거릴 경우 한러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 나토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여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또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이 서울의소리와 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미국이 나토를 중국 견제기구로 활용할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보다는 태평양 연안에 있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중국 견제에 유용하기에 이 나라들을 초청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중관계 악화도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를 할 만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상갓집에서 축제 홍보를 할 수는 없는 것이고 결혼식장에서 장송곡을 틀 수는 없는 것이다. 외교를 하려면 때와 장소에 맞게 움직이는 모습이 필요한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그런 인식이 없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더 문제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는 주류 언론들이다.
현재 부산 엑스포 유치에 있어서 부정적 전망으로 꼽히는 것이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 두 번째가 중국의 차이나머니, 세 번째가 북한의 훼방이다. 특히 중국이 중남미 국가 등 개발도상국에 압력을 넣어 한국 지지 철회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예전부터 보도된 바였다.
그런 와중에 나토에 참석해서 부산 엑스포 홍보를 하면 유치에 도움이 될까? 한중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그럼 중국이 더더욱 노골적으로 훼방을 놓을 것이 자명한데 말이다. 한 표, 한 표가 아쉬운 와중에 작전이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닌가? 이 점에 대한 주류 언론의 지적들은 없다시피 하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또한 서울의소리 〈유용화의 뉴스 코멘터리〉 전화 인터뷰에서 “부산 엑스포를 홍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매력 외교를 해야되는 것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환경에 관심이 많다. 그런 점을 어필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무기 팔고 원전 협력하고 하는 세일즈 외교에 치중하고 있다. 유럽 사람들이 세일즈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존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산 엑스포의 경쟁 상대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는 막대한 오일 머니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이탈리아 로마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과 같은 곳이다. 홍현익 전 원장의 말대로 리야드와 로마에 비해 부산이 어떤 점이 더 나은지를 알릴 매력 외교를 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에겐 그런 것이 없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나토에 가서도 북핵 도발 규탄 발언을 쏟아냈는데 이래놓고 부산 엑스포 홍보를 하면 과연 매력 어필이 될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렇게 불안한 나라에서 무슨 엑스포를 열려고 그러냐고 반응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름대로 부산 엑스포 유치를 성공시키겠다고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왜인지 모르게 유치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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