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소설] 설화(雪花) (24)
    [연재소설] 설화(雪花) (24)
    • 유석
    • 승인 2015.08.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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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충청 유석 김종보] 악처의 심술은 밤잠도 잊은 채 끝없이 이어져 틈만 나면 그 문제를 가지고 악담을 퍼부어가며 남자를 괴롭혀 댔다.

    분수조차 모른 채 사재기에 신들린 그녀는 유행 따라 가재도구를 바꿔버리는 바람에 지수의 끓어오르는 분통은 식을 날이 없었다.

    과거 설화 같았으면 남편이 잘못했어도 심하게 따지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빚 갚는걸 함께 도와 줄 여자였다. 유행 따라 사재기 하는 버릇은 근처도 가지 않던 여자였다. 반면에 설화에 비하면 지금의 미란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어느 쪽이든 부부가 현실에 처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함께 사는 부부라면 당연히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말을 스스로 했었다.

    문제를 문제 삼지 말고 오직 꿈꾸는 그곳을 향해 한곳을 바라보며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말을 거침없이 해댔던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지금 한 남자의 인생을 통째로 발가벗겨 거리에 내던졌다.

    지수는 그런 여자를 만난 지 얼마 안 돼 아이까지 낳았던 자신이 한 없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처음부터 미란의 계획된 의도 하에 꼼짝없이 당하면서 집안의 하리개 꼬리에 휘둘려 인생이 통째로 농락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선택한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그의 시련이 악처를 만나고부터 고통의 연속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안 해도 살아갈 수 있는 운명을 스스로 가혹한 시험대에 올려놓고 시련의 용광로 속으로 빨려 들어 갈 줄은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들도 예상 하지 못한 일이었다.

     

    지난 날 조강지처를 내친 대가는 생각보다 가혹했다. 날마다 생의 고해성사를 보는 가운데서 자신을 해방시킬 면죄부가 좀처럼 쉽게 만들어지지 않다보니 극단적인 생각이 강하게 솟아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미란이 언젠가 달리던 자동차를 세우고 멱살을 잡아 차창 밖으로 끌어내 도로위로 내 던져졌을 때의 수모는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이었다.

    그 후 빈번하게 일어나는 악처의 발작 증세를 견딜 수 없어 극단적 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결심 하에 그 날 이후 자동차 뒤 트렁크에 독극물과 유서, ‘커터칼’ 번개탄까지 숨겨놓고 다니게 되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더 이상 돌파구가 없자 극단적 행동까지 갈 수밖에 없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마다 아이를 생각해 마음을 돌려 세우곤 했었다.

    그와 동시에 마음 속 깊이 언젠가 자신의 운명을 갈라놓을 승부수로 두는 계기로 삼고자 했던 것도 그 때쯤이었다.

    자연 시련이 두렵다보니 더 이상 최악의 고통은 찾아오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 고통을 겪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에 도달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남은 인내심을 다시 한 번 시험하고자 하는 동기일 수도 있다.

    증오와 타협할 수 없는 난간에서 얻어진 최후 결과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운명의 부름이 될지도 모를 일이기에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 두기로 했던 것이다.

    그 결심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를 시험하기라도 한 듯 더 큰 단두대를 그의 앞에 들이대고 있었다.

    어느 날 또다시 시작된 싸움 끝에 칼이 목에 들어오자 그대로 가출하려다 갑자기 어린 딸이 눈에 밟혀 생각을 접어야 했던 일이 또 몇 번 지나갔다. 악처의 포악한 성격은 이미 습관화 되어 있었다. 그때마다 다희가 힘이 되어 주어 모면 하곤 했다.

    결국 끝까지 지고가야 할 멍에의 의미는 딸이었다. 그가 모진 운명과 화해하며 생을 욕질하며 살기로 했던 것도 이미 존재하는 그 이유가 되어 있었다.

    쉴 새 없이 감당할 수 없는 최악의 고통이 또 다른 모습으로 위장해 다가와도 스스로 당해보겠다는 대담한 모험 속에는 ‘와신상담’ 비장함까지 품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력이 붙은 것이 아니다. 이미 각오했듯 초월심에서 우러나온 어떤 본능적인 몸부림이었다.

    미국에 나가있는 종분 역시 지수와는 한 쪽 피만 나눈 형제이다 보니 생모 조복란이 분통해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금희가 미란의 생모와 부딪쳐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금희가 먼저 입을 열자 재란의 반격이 터져 나왔다. 하나부터 열까지 남자의 잘못이라며 싸잡아 내렸다. 예상 대로였다. 싸움이 크게 벌어질 기세였으나 의외로 결과는 짧고도 무의미하게 끝나고 말았다.

    준비된 돈도 없지만 미란이 원하는 돈을 해 줘도 금방 나갈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매번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매번 그런 식으로 나왔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 있다고 언성을 높여가며 늘어놓아도 할 짓은 다하고 다니는 여자이기에 알맹이 없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잘난 척 똑똑한 척은 다하는 그녀는 한 발짝도 뒤로 물러설 여자가 아니었다. 남자가 허덕거려도 강 건너 불구경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여자다보니 곧 바로 집 나갈 여자는 더더욱 아니었다. 한마디로 남자만 잡겠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밖에 나가 자신만도 못한 가정이 많다는 말을 스스로 했던 그녀의 가증스런 위선에 온전히 넘어 갈 남자는 아무도 없었다.

    애꿎은 남편만 화풀이 대상이었다. 악처의 생활비 대주느라 헐떡거리는 남자만 죽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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