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7일 공개된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으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는 더욱 나락으로 빠졌다. 다시 한 번 사건의 요지를 정리하면 이렇다. 2022년 12월 초 10.29 이태원 참사가 발발하고 약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에 윤 대통령과 김진표 전 의장이 함께 조찬 기도회에 참석했다.
그 때 김 전 의장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 "좀 더 일찍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는 조언을 건네자, 윤 대통령이 "말은 다 맞으나, 이태원 참사에 관해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의장이 결정을 못하겠다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럴 경우 이상민 장관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고 답했다는 게 김 전 의장의 기억이었다. 김 전 의장은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고 당시 심정을 적었다.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망언이 나오자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주요 야당들은 이구동성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진위 여부를 밝힐 것을 압박했다.
참사 유가족들 모임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8일 논평을 내고 "한 국가의 대통령이 유튜브 등에서 제기된 음모론 수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을 믿기 힘들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생존 피해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가 뜬금없이 유류품 마약검사부터 실시하고 부검을 권유했다든지 혹은 유가족들 간의 만남 요구를 외면했다든지 했던 석연찮은 행태를 보인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 때문이었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 밖에 국민의힘의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올리자 윤 대통령이 "어떤 새끼가 이런 걸 올렸어?"라고 질타했고 그 직후 여의도연구원장이 해임됐다는 진수희 전 장관의 폭로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들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 유튜브 채널만 바라보며 그들의 음모론을 신봉하는 수준 낮은 인물로 이미지가 더욱 나락으로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이 참으로 이상하다. 이는 유가족들도 지적한 사실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독대 중에 한 이야기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왜곡했다고 비난했지만 당시 윤 대통령이 정확히 뭐라고 말했는지 또 그 이야기가 어떻게 왜곡됐다는 것인지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김진표 전 의장이 왜곡했다는 주장 뿐이다.
도대체 윤석열 대통령은 그 당시 정확하게 김진표 전 의장에게 뭐라고 말했는가? 대통령실이 그 당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한 이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을 것이고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도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라 본다.
박홍근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김 전 의장에게 “동남아 식당이 조금 있는 이태원은 먹거리나 술집도 별로 없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혹은 “MBC와 KBS, JTBC 등 좌파언론들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이유도 의혹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윤 대통령은 “우발적 발생이 아닌 특정 세력이나 인사에 의한 범죄성 사건의 가능성을 의심으로 갖고 있다” 혹은 “사건의 의혹을 먼저 규명하지 않고 이상민 장관을 사퇴시키면 혹시 나중에 범죄 사실이 확인될 경우 좌파 주장에 말리는 꼴이니 정부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수사가 끝난 후에 지게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도 했다고 밝혔다.
그 밖에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김 전 의장과의 대화에서 한복을 입고 바닥에 오일을 뿌렸다는 ‘각시탈’과 “밀어”라고 외쳤다는 ‘토끼머리띠 남성들’, 정권 퇴진 행진 후 집결한 '민주노총 시위대'의 배후설 등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그대로 말하고 철석 같이 믿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도 전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신의한수 등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떠든 아무런 근거 없는 음모론이었고 이는 이미 김진표 전 의장과 함께 참석한 조찬 기도회가 열리기 전에 경찰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의 발표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극우 유튜브 채널의 음모론을 신봉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결론이 나온다.
지난 21대 총선이 끝난 직후 떠돌았던 사전투표 조작 음모론의 진원지는 바로 극우 유튜브 채널이었고 이 음모론은 지금까지도 끈질기게 숨을 쉬고 있다.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대패하자 다시 생명력을 얻고 있다.
이런 음모론이 싹트는 이유는 바로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른바 확증편향 때문이다. 10.29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 저런 음모론이 살포된 것도 "윤석열 정부는 이 참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책임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자들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한 대처가 사고의 원인이었고 결과였음이 드러났음에도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자신들은 굳게 믿고 있으니 엉뚱한 화풀이 대상을 찾게 되고 그렇게 찾은 화풀이 대상이 북한, 민주노총, 토끼머리띠 남성들 등이다.
지난 2015년 국민총궐기대회에서 숨진 농민 백남기 노인의 사인 역시 경찰의 진압 규정 위반에 있었다. 살수차를 동원할 때는 절대 사람에게 직사를 해선 안 되고 물의 수압도 규정되어 있는데 당시 경찰은 백남기 노인에게 직사를 했고 수압도 규정보다 더 높게 틀었다. 따라서 백남기 노인의 사망은 명백히 경찰들 책임이었고 그 때문에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강신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의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이 당시에도 극우 유튜브 채널들은 "경찰은 백남기 노인의 사망에 책임이 없다"는 자신들만의 믿음에 빠져 엉뚱한 화풀이 대상을 찾았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이른바 '빨간우의 가격설'이었다. 살수차 직사로 쓰러진 백남기 노인을 돕기 위해 다가온 빨간우의 남성 시위대가 백 노인을 구타해서 죽였다는 것이다. 역시 근거 없는 음모론이었다.
이렇듯 극우 유튜브 채널이 위험한 이유는 종교적이라할 정도로 맹목적인 자신의 믿음을 '진실'이라 굳게 믿고 자신들의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살포해 혹세무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채널을 대통령이 애청하며 그들의 말을 마치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는 대단히 위험하다.
대통령은 왕처럼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아 통치를 대행하는 공복일 뿐이다. 따라서 자신의 결과에 항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저런 극우 유튜브 채널들의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일 경우 자신의 책임을 항상 부정하게 되고 "나는 옳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된다.
지난 22대 총선 직후인 4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내놓은 발언을 되새겨보면 결국 “나는 옳았고 바른 길을 걷고 있는데 국민들이 못 알아듣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메시지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역시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떠드는 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될 수밖에 없다.
극우 유튜브 채널이 위험한 이유는 잘못된 정보를 살포해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볼 때 윤석열 대통령 또한 그런 극우 유튜브 채널의 습성에 물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거듭 말하지만 대통령은 왕처럼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하다 못해 전제군주국이었던 조선시대에서도 국왕이 폭정을 거듭하면 반정을 당해 폐위당했다. 하물며 공화국의 대통령은 더 말해 무엇할까?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이 있듯이 국가 원수의 자리에 올랐으면 그에 대한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