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는 아침] 벌초
[詩읽는 아침] 벌초
  • 김영수
  • 승인 2015.09.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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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 전홍준 作

고개 숙인 벼 태풍으로 물에 잠기던 날
먼 산 보며 담배연기 날리던
텁수룩한 아버지가 여기 누워 있다

예초기에 잘려나가는 머리카락과 수염
어이 시원해!

여치를 따라 봉분 위로 달음박질하는
손자놈의 통통 튀는 웃음

남색 가을하늘 한 폭 끊어
새 이부자리를 마련해 주면

초가을 볕 아래 하루가 참 맑다.
 

▲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굿모닝충청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지난 토요일에 고향 선산으로 벌초(伐草)하러 새벽 일찍 나섰습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비가 많이 올 것 같다는 것이고, 방송에 따르면 벌초행렬로 인하여 고속도로가 꽉 막힐 것이라는 정보에 서둘러 집을 나선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밥 식권을 구입하고도 10여분이나 걸려서야 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앉을 자리가 부족하여 같이 않게 된 칠순이 넘는 두 형제 어른들은 서울에서 세시 반에 내려왔다면서, 작년에 자식들이 남의 묘를 벌초를 했다고 하시면서 올해는 늙은 자기들이 애들과 같이 나섰다며 껄껄 웃으시기에, 진짜 벌초를 하였네요. 하고 따라 웃었습니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에 의하면 벌초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풍속 이었습니다. 물론 사전적 의미로는 벌초는 묘소를 정리하는 과정의 하나로, 조상의 묘를 가능한 한 단정하고 깨끗이 유지하기 위한 후손들의 정성의 표현이라 할 수 있는 데, 글자의 뜻은 무덤의 풀을 깎아 깨끗이 한다는 뜻입니다.

주로 봄, 가을에 하는데, 봄에는 한식(寒食)을 전후해서 하는데, 절기상 봄에 '금화벌초(禁火伐草)'라 하여 무덤에 불조심하고, 때맞추어 풀을 베어 잔디를 잘 가꾼다. 라는 의미로 ‘금초(禁草)’라고 줄여서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구태여 한식 벌초를 “금초”라고 구분들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절기상 무더움 여름이 기울기 시작하고 찬바람이 부는 처서(處暑)와 백로(白露), 특히 백로절기의 세시풍속에는 벌초가 들어있듯이 백중 후부터 추석 전까지 벌초를 하는 데, 이는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무덤의 풀을 베어 잔디를 잘 가꾸어 말끔히 단장을 하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자식들을 외지에 내보내고 예초기가 없던 시절이라 오랫동안 낫으로 각지에 흩어져 있는 조상들의 묘를 찾아 벌초하는 것도 크나큰 짐이었습니다.

자식들이 성장하여 산소(山所)로 합칠 때 까지, 지극정성으로 두 어른들은 성묘를 하였습니다. 성묘를 하러 올 때마다 석화광음(石火光陰)이라, 조상들 묘 앞에 서면 엊그제 같던 시절이 바로 어제처럼 떠오릅니다.

나도 언젠가는 아랫자리를 찾아오겠지만 지금 형제들과 조카들과 조상들과 교감을 나누며, 수족지애(手足之愛)를 다지고, 조카들에게 집안의 내력과 조상의 업적들을 전함으로써 자긍심을 키워주고 혈연을 다지게 합니다.

벌초를 할 때는 우리 속담에 있듯이 “의붓아비 묘 벌초하듯,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 외삼촌 산소에 벌초하듯” 등처럼 대충대충 해서도 안 되며, 정성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무덤들을 보면 후손들이 돌보지 않아 폐허가 되어 있기도 하는 데 이를 골총이라 합니다. 후손들의 무관심과 종교적 편견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 가족을 잃은 무덤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8월에 벌초하는 사람은 자식으로 치지 않는다.” 했는데 이는 음력 8월을 말합니다. 그리고 
“추석 전에 벌초를 하지 않으면 조상들이 덤불 쓰고 명절 먹으러 온다.”는 속담도 있고, 성묘를 하지 않으면 그 집안은 멸문지화(滅門之禍)까지 된다고 강조하기 까지 했던 우리 조상들의 유별난 효(孝)는 결코 낡은 것도, 우상(偶像)도 아닙니다.

조상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웃들과 평화스럽게 더불어 살 수가 있겠습니까? 뿌리 없는 자손들은 없습니다.

유명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명인 야고보의 유골이 안치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이르는 기독교 순례길을 말합니다.

그 길을 다녀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면서, 조상의 무덤으로 골총으로 만들고 있는, 어느 친지에게 깨달음이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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