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는 아침] 시월
[詩읽는 아침] 시월
  • 김영수
  • 승인 2015.10.1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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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목필균 作
 

파랗게 날 선 하늘에
삶아 빨은 이부자리 홑청
하얗게 펼쳐 널면

허물 많은 내 어깨
밤마다 덮어주던 온기가
눈부시다

다 비워진 저 넓은 가슴에
얼룩진 마음도
거울처럼 닦아보는
시월.

▲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굿모닝충청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추분(秋分)과 한가위가 지나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날씨가 달라졌습니다. 한가위명절 연휴에 매달려 겨우 남아 있던 것 같은 9월의 마지막도 보라는 듯이 10월에 바통 인계를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세월은 온갖 환경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제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엊그제 같던 그래도 꽃샘추위가 창문 열기를 주저하던 봄날, 창밖의 감나무에서 새싹이 쭈뼛쭈뼛 얼굴을 내 밀가 말가 망설이더니, 눈 깜작할 사이에 그 싱싱하고 푸르던 기세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한 여름에 솟아오르며 되돌아 갈수 없는 인생을 무색케 하더니만, 말복 지나고 서서히 기를 빼더니 이제 노랗게 감들이 주렁주렁 익어가자 가지를 늘어뜨리고 겨우살이를 하는 모습이 훤히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자태를 끝까지 뽐내는 것은 본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나 여름은 무척이나 뜨거웠습니다. 세계 기상통계로는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더운 여름이기라도 했지만, 우리의 삶은 더 지글지글 끓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작년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치유되지 못하고 있고, 서투른 처방 때문에 메르스 사태를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처럼 겪어야 했습니다.

인재(人災)를 아무리 갖은 말로 변명해도 그건 재해(災害)를 막지 못한 부끄러움이고 국가의 미숙함이었습니다. 툭하면 세계 몇 째 쯤 된다고 자랑들 하지만 부자는 더욱더 부자 되고 가난한 사람은 그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는 지경인 것을 알면서도 통계의 함정에 빠져 자만하는 모습들이 우리들 눈에 예쁘게 보일 리 없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어야 하는 필연의 의무가 있습니다. 지도자의 나라가 아니라 국민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헌데도 권력의 상층부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국민은 안전에도 없고 지도자에게 어떻게 하면 눈도장을 찍어 오래토록 자리보존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것 같아 아쉽고, “아니오”를 소신껏 말할 수 있는 대의정치의 지도자가 몇 사람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계속됩니다. 

곧 철새가 시베리아로부터 북한을 거쳐 내려 올 것입니다. 철새는 마음대로 오르내리는 데 정작 오고 가야 할 사람들은 가시철조망과 더 무서운 이데올로기 장벽을 넘을 수 없습니다. 선심 쓰듯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작품으로 오래토록 이어지지 못하고 끊겼다, 이었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들 말하면서도 적대의 칼날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 들이대고 있는가 하면, 원한에 사로잡혀 앙갚음을 하지 못해 안달인 것처럼 늘 시끌벅적합니다.

똑같이 UN에 가입해 놓고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 ‘괴뢰’로 몰아붙이니 형제가 아니고 원수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북쪽은 이웃들과 어울리지 못하니 벼랑 끝으로 내몰려 망나니 같은 짓들을 마구 해댑니다. 말 잘 안 듣는 형제를 위해 아량 있는 형이라면 참고 달래야 합니다. 참는 것도 한도가 있다고 들 하지만, 그래도 불쌍한 형제들을 위한다면 더 참고 달래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쩐 일인지 목청 큰 사람이 이기는 것처럼, 북에 관한한 여유가 없습니다. 더욱이 북쪽에 있다 전쟁으로 인하여 남으로 피난한 기독교 지도자들과 후손 들이 더 야단입니다. 기독교의 ‘사랑’보다는 ‘사탄에 대한 징벌’을 더 외칩니다. 덩달아 우리의 이웃들은 툭 하면 ‘빨갱이’에서 무늬만 바뀐 ‘종북’으로 똑같이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것이 애국인 냥 말입니다.

이번 10월엔 오랜만에 이산가족들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산가족들은 피보다 더 질긴 정치 이데올로기에 가슴 조리고 있습니다. 부디 만남보다 더 아픈 이별을 다시 하더라도 꼭 마주 보고 앉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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