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읽는 아침] 변고를 듣다(聞變三首:문변삼수)
[詩읽는 아침] 변고를 듣다(聞變三首:문변삼수)
  • 김영수
  • 승인 2015.12.0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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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고를 듣다(聞變三首:문변삼수)
 / 황현(黃玹) 作

洌水呑聲白岳嚬(렬수탄성백악경빈) 
열수(한강)도 소리 죽이고 백악산도 찡그리는데

紅塵依舊簇簪紳(홍진의구족잠신)   
티끌 세상에는 여전히 벼슬아치 우글우글             

請看歷代姦臣傳(청간역대간신전)   
역대의 간신전을 읽어나 보게  

賣國元無死國人(매국원무사국인)   
나라 팔지 나라위해 죽은 한 사람도 없으니

 

▲ 김영수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굿모닝충청 김영수 13-14 국제로타리 3680지구 사무총장] 구한말(舊韓末) 우국지사 이었던 매천 황현(梅泉 黃玹, l855-1910) 선생은 51세 때(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매국노를 규탄하는 ̒문변삼수(聞變三首)’를 지었는데, 선비로서 투철한 비판의식과 역사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시입니다. 물론 56세 때(1910년) 일제에 의해 끝내 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지식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절명시(絶命詩) 4수와 유서를 남긴 채 자결 순국하였습니다.

국정교과서로 사회공부를 하던 저의 학창시절에는 을사보호조약(乙巳保護條約)으로 배웠지만 사실 조약(條約)이란 서로 간에 합의에 이루어진 협상 끝에 만들어진 것을 말하므로, 당연히 일제가 제멋대로 강제로 맺은 것이기에 늦게나마 늑약(勒約)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사전(辭典)의 기록은 “11월 17일 경운궁 어전회의에서 조약체결이 5시간이 지나도록 안 되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하세가와 군사령관과 헌병대장을 대동하고 일본헌병 수십 명의 호위를 받으며 궐내로 들어가 노골적으로 위협과 공갈을 자행하였는데, 히로부미가 직접 메모용지에 연필을 들고 대신들에게 가부(可否)를 따져 물었다. 그때 갑자기 한규설 참정대신이 소리 높여 통곡하기 시작했던지라 별실로 데리고 갔는데, 이토 히로부미가 “너무 떼를 쓰거든 죽여 버리라”라고 고함을 쳤다. 참정대신 한규설, 탁지부대신 민영기, 법부대신 이하영만이 무조건 불가(不可)를 썼고,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대신 권중현은 책임을 황제에게 전가하면서 찬의를 표시하였는데 이 찬성한 다섯 명을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 한다. 이토 히로부미는 각료 8대신 가운데 5대신이 찬성하였으니 조약 안건은 가결되었다고 선언했다”고 돼있다.

매천(梅泉)선생은 시를 1015수나 남긴 시인이었고 ̒매천야록(梅泉野錄)’, ̒오하기문(梧下記聞)’, ̒동비기략(東匪紀略)’등을 쓴 역사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한 애국지사이었으며, 강직한 지성인이기도 했습니다. 선생은 ‘매천야록’에서 중국 고사 ‘國必自伐以後人伐之(국필자벌이후인벌지)’를 인용했는데 이는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친 후에 남이 친다”는 뜻입니다.  

조선시대 문신(文臣)이고 성리학자이며 정치가로, 또 유명한 신사임당(申師任堂)의 셋째 아들로, 13세 때 진사 초시에 장원 급제 하는 등  13세∼29세까지 생원시와 식년문과에 무려 9번 장원 급제하여 거리를 지나갈 때면 아이들까지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 지나간다고 우러러 보았을 정도로 유명한 율곡 이이(李珥, 1536~1584)가 선조(宣祖)가 구언(求言)의 교지를 내리자 목숨을 걸고 선조 7년(1574) 1월 직언하는 상소(上疏)를 올립니다.

“弊習謬規. 難以縷陳. 而不始于己卯. 必成于乙巳. 而今之議者. 擬以祖宗之法. 不敢開更張之論. 此所謂不知時宜者也.(퇴폐한 습관과 잘못된 법들을 낱낱이 아뢰기는 어려우나, 기묘사화 때 비롯된 것이 아니면 반드시 을사사화 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논자들은 선왕이 만든 법이라 여겨 감히 개혁의 논의를 펴보지도 못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이른바 시기의 적절함을 모르는 것입니다)

두고두고 위정자들이 곱씹어야할 말들 같습니다. 무엇 때문에 국론분열을 일으켜 가며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들려는 겁니까? 설마 을사늑약을 다시 보호조약으로 만들려고 하지는 않겠지요. 그렇다면 집필진들이 이름 석 자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지. 그리고 ‘매천’의 칼날이 두렵지는 않은지, ‘이이’의 직언상소가 폐부를 찌르지는 않는지 오늘 아침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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