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5일 새벽에 나온 뉴스토마토의 김건희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윤석열 정부를 뒤흔들 시한폭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김건희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던 것이었고 또 그를 둘러싼 논란은 잊을 만하면 툭툭 터졌다.
이번에 나온 김건희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 2명이 뉴스토마토 측에 공개하면서 알려진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국민의힘 5선 중진 김영선 의원에게 지역구를 기존의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김해시 갑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는 텔레그램 메시지가 바로 그 증거물이다.
물론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부랴부랴 해명을 내놓으며 사태 진화를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다. 왜 그들의 해명이 이상하다는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찬찬히 들어보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김 의원은 당초 컷오프 됐었고, 결과적으로도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란 말이냐"며 "공천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5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이 면담을 신청해서 '지역구를 옮기겠다, 재배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그랬다. 이후 최종 컷오프(공천 배제)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천관리위원을 맡았던 외부 인사도 "김 전 의원이 옮긴 건 본인이 알아서 옮긴 것"이라며 "신빙성이 하나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고 한다.
이들의 말을 복기해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의 진원지인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공천 개입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우선 진원지인 그 텔레그램 메시지부터 조작이라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주특기처럼 써먹는 '괴담'이란 단어를 써서라도 저 텔레그램 메시지의 신빙성부터 깎아내리려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안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왜일까? 텔레그램 메시지가 조작된 가짜였다면 더 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할 것이 아닌가?
또 그들의 해명 내용도 이상하다. 일단 대통령실의 해명을 들어보면 김영선 전 의원은 결국 컷오프됐고 공천이 안 됐으니까 '공천 개입'이 아니란 것인데 공천 과정에 개입했으니 '공천 개입'이라는 것인데 꼭 공천을 시켜야 '공천 개입'이 되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참고로 박근혜 씨는 20대 총선 당시 여론조사 2번 돌린 것을 두고 '당무 개입'이라 하여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의힘 측 해명 내용도 말이 안 되기는 매한가지다. 결국 김영선 전 의원이 면담을 신청해서 지역구 옮기겠다고 말했으니 공천 개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란 것인데 이는 선후가 뒤집힌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김영선 전 의원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박완수 전 의원의 경남지사 선거 출마로 인해 공석이 된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런데 지역구에 온지 겨우 2년도 채 되지 않아 돌연히 지역구를 김해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과연 이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냐 아니면 타의에 의한 것이냐가 의혹의 핵심이다. 창원과 김해는 지척이지만 정치 성향은 꽤 차이가 많이 나는 곳이다. 창원시 의창구는 3당 합당 이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단 1번도 없지만 김해시 갑은 현재도 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4선을 하고 있는 곳이며 이곳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있다.
아무리 김영선 전 의원이 표면적으로는 스스로 지역구 변경 의사를 밝혔다고 해도 이면에 저런 압력이 있었다면 그 역시 '공천 개입'이다. 특히 필자는 아직도 김영선 전 의원 보좌관과 했던 통화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필자는 올해 1월 세계일보 단독 보도로 알려진 김영선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수수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그걸 인용 보도했는데 그 기사 내용 문제로 보좌관과 전화를 받으며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럭저럭 그와 화해를 한 후에 은근슬쩍 그에게 김영선 전 의원이 그대로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출마하느냐고 물었다.
창원시 의창구는 필자의 고모를 비롯해 친척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기에 특히 관심이 가는 지역구여서 자세히 알고 싶기도 했다. 그 때 보좌관은 김 전 의원이 그대로 창원시 의창구에 출마할 예정이며 지금도 부지런히 지역구를 누비는 중이라고 필자에게 알렸다. 그 정도로 자기 지역구에 애착이 강했던 사람이 아무리 당을 위한 봉사라고 한들 나가면 죽을 수도 있는 사지에 섣불리 발을 디딜지 의문이다.
또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그 증거물을 지금도 갖고 있으며 공개 증언을 고심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뉴스토마토가 보도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지엽적인 부분에서만 반박한 것일 뿐 본질은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오히려 김건희 여사 엄호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성의한 대응으로 보인다.
박근혜 씨의 사례를 통해 보면 알 수 있듯이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 여사는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없다. 그 동안 여러 심증만 난무했지 물증은 없었던 김건희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에 이제 비로소 물증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의 양심 선언이다. 우선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를 봤다는 현역 의원들이 나서서 김건희 여사의 부당한 공천 개입 행태에 대해 알려야 한다. 이는 정파적 시각에 따라 대처할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이 걸린 문제다.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선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아울러 김영선 전 의원의 사례가 사실일 경우 지난 총선 당시 낙동강 벨트 지역에서 벌어진 이른바 '중진 돌려막기 공천'에 대해서도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서병수 전 의원과 조해진 전 의원 그리고 김태호 의원 등은 과연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혹은 당의 공식적인 요청에 따라 지역구를 옮긴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압력에 의해 옮긴 것인지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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