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국민의힘 충청권 시도당위원장들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지방 이전 추진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균형발전의 상징이었던 세종시와 대덕특구를 지키겠다는 주장 속에서 다른 지역과의 갈등을 자극하는 발언이 다수 포함되면서, ‘지방 대 지방’ 대립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이상민 대전시당위원장은 23일 대전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덕특구는 수십 년간 국가적 역량과 자원이 투입된 핵심 전략 자산”이라며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 등을 타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발상은 몰상식한 소지역주의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대덕특구는 단순히 기관이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융합과 협업이 전제된 집적지”라며 “이를 흩어놓는 것은 연구개발(R&D) 효율성을 저해하고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산으로의 해수부 이전 논의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위원장은 “수도권 초집중을 해소하고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세종시 설치의 본래 취지였다”며 “당초 계획에 어긋나는 부처 쪼개기는 정치적 인기영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해수부 장관 시절, 고향인 부산의 이전 요구를 설득으로 막아냈다”며 “민주당은 그 유산을 계승하기는커녕 오히려 백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민의힘 충청권 4개 시도당이 향후 공동 결의대회 및 국회 기자회견, 시·도의원 확산 캠페인을 추진해 전국 여론을 환기하겠다는 계획도 공유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내부의 지역 갈등 노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덕특구를 ‘지켜야 할 자산’으로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산·경남 등을 ‘탐욕적이고 저급한 소지역주의’로 규정한 점은, 균형발전을 위한 공적 담론을 감정적 정치 프레임으로 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상민 위원장은 이날 “60만 대도시에서 질질 흘리고 탐욕스럽게 자기 지역만 챙기겠다는 천박한 지역주의”라고 발언했으며, 민주당을 향해선 “아메바당”, “말 한마디 못하는 집단”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이날 <굿모닝충청>과의 통화에서 “정책적 설득과 논거가 중요한 시점에, 여야를 막론한 지역 이기주의나 거친 언사는 공적 논의의 품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도 “충청권 이익을 위한 발언이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언사가 과하면 타 지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분산 이전과 관련해 “공공기관 지방이전 2단계 계획 수립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구체적인 이전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