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우리병원 척추관절 비수술치료센터 진료부장 최지웅] 민족의 명절 추석은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안부를 살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특히 부모님이 자주 호소하는 증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다리 저림’인데, 흔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원인 질환으로는 퇴행성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하지불안증후군, 이상근 증후군 등이 있다. 이 네 가지 질환은 모두 다리가 저린 증상을 보이지만 발생 원인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밤마다 다리가 간질간질해 잠을 설치고 계속 움직이고 싶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반대로 걸을수록 다리가 저리다가 잠시 앉아 쉬면 증상이 호전된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엉덩이에서 시작해 허벅지 뒤와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저림이라면 이상근 증후군을, 허리 통증과 함께 한쪽 다리로 방사되는 통증이 동반된다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
문제는 부모님들이 흔히 “나이 들어서 원래 그렇다”고 말씀하시며 증상을 방치한다는 점이다. 물론 노화와 함께 척추나 혈관의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병적 상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다리 저림이 반드시 신경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정맥류나 동맥경화 같은 혈관 질환도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다리가 붓거나 차갑고 색이 변한다면 신경이 아닌 혈관 질환을 의심해야 하며, 이 경우에는 신경외과가 아닌 혈관 전문 진료과를 찾아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오래 앉아 있지 않기, 다리 꼬지 않기, 하루 10분 이상 가볍게 걷기나 스트레칭하기, 엉덩이와 고관절의 유연성 유지, 철분 및 영양 상태 점검 등이 도움이 된다. 특히 이상근 증후군이나 하지불안증후군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호전될 수 있다.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의 손과 어깨만 주무르지 말고, 다리 저림이나 걸을 때 통증이 없는지, 밤에 숙면을 취하시는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불편함 뒤에 숨어 있는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부모님의 건강한 노후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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