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혼밥하는 기자, 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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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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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유나 기자] '얼굴이 화끈했다' 혹은 '뜨끔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같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만든 '업무추진비 맛집지도'를 보고 든 감정이다. 대전의 기관장들이 기자간담회, 언론간담회를 위해 기자들과 시민 세금으로 한우집, 참지집 등을 오가며 인당 4만원이 넘는 고가의 식사를 한 내역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나 또한, 취재원들과 네트워킹 명목, 간담회 명목으로 고급 식당에 동행했던 같은 기자로서 부끄러웠다. 

물론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한도가 5만원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행태가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 서민들은 고물가로 만원짜리 외식에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 이 때문에 회사에 갈 때도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고 마당에 시민 세금으로 고가의 음식을 간담회라는 명목으로 먹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지방 기자인 나 또한 그런 비싼 음식을 '내돈내산'할 자신은 없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일부러 '혼밥'을 한다. 취재원과의 네트워킹은 차 한잔으로 마무리한다. 고급 정보는 취재원과의 술자리, 식사자리에서 나온다는 언론계에서 '혼밥하는 기자'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다. 그래도 꿋꿋이 혼밥하는 이유는 어떤 윤리의식이나 사명감보다는 찜찜한 건 못 참는 다소 고지식한 성향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는 이름처럼 '참 유난스럽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기자들이 주변에 있어 다행이다. 아는 선배도 같은 이유로 혼밥을 한다고 전했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쓴 '대한민국 지역 신문기자로 살아가기' 책에 따르면,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은 아예 저녁 식사 약속을 절대 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저녁 약속을 할 경우라도 2차는 절대 가지 않는다고 한다. 언론사 내부적으로 어떤 규율을 만든 것 같다.

채식은 여전히 마이너한 문화지만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얻어 먹지 않는' 혹은 '더치페이하는' 출입처와의 식사 문화도 언젠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한때는 언론계에 만연했다고 하는 '촌지 문화'가 이제는 자취를 감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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