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조강숙 시민기자]
매년 11월 19일, 우리는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이한다.
이 날은 단지 하나의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동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반성과 다짐의 날이다.
아동은 보호 대상이기 이전에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이에 따르면, 학대는 단순한 교육의 실패 또는 가정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인권침해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통계는 경종 그 자체다. 신고된 아동학대 사건이 연 48,000건을 넘었고,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동 스스로 경험했거나 방임·학대 받은 수치는 그보다 수백 배 많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아동학대가 대부분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자행된다는 현실이 우리를 마주하게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학대 가해자의 약 85%가 부모이며, 이는 아동이 가장 믿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구조적 위기다.
2024년 대전 보호 대상 아동 전년 대비 89.6% 급증

지역별로 보면 대전광역시는 특이한 지형을 보여준다. 2024년 보호대상아동이 182명으로 10년 전보다 82%가량 증가했다. 전국 보호대상 아동이 2015년 4,975명에서 2024년 2,836명으로 43.0%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 게다가 그 원인의 68.6%가 아동학대였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시설보호 비율이 81.8%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아 ‘가정보호 중심’이라기보다는 ‘시설 중심’으로 대응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족‧지역사회 배려 중심 정책의 필요성이 드러난다.

여기에 국제 기준이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보고 따른다. 협약은 비차별·아동 최선의 이익·생존과 발달·의견 존중이란 네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아동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여전히 뒤처짐이 있다. 신고되지 않고 은밀히 반복되는 학대, 지원 없이 떠밀리는 피해아동, 보호가 아니라 격리처럼 운영되는 시설, 이러한 현실은 아동권리협약이 제시한 ‘아동의 발달권·보호권·참여권’이 얼마나 실생활에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 먼저, 아동학대 예방은 단순히 ‘지켜보다’가 아니라 ‘미리 개입하고 바꾸는’ 과정이어야 한다. 가정 양육환경을 지원하고, 양육자를 교육하며, 지역사회가 아동과 부모의 상호작용을 건강하게 형성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둘째, 아동권리 인식이 실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아동의 의견을 듣는다’는 말이 장식에 머물 것이 아니라, 아동이 자신의 상황을 표현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실제 통로가 열려야 한다.
셋째, 지역‧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전시 사례처럼 증가하는 학대와 보호대상아동을 단순히 통계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가족‧커뮤니티 중심의 돌봄 모델을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아동학대는 숨겨져 있을수록 더 위험해진다. 이웃의 아동, 우리 아이들이 어디서 어떤 위기에 놓일지 모른다. 신고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역할이다.
따라서 오늘, 11월 19일은 기억해야 한다.
아동학대예방의 날이 단지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아동을 온전히 사람으로 인정하고, 권리의 주체로 세우는 그날이 되길 바란다.
아동은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의 존재이며, ‘지금’의 권리를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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