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머나 먼 양질의 일자리

분리된 복지체제 진입 장벽 더 높아져
대졸자들 취업현실에 불만족
노인들도 빈곤 때문에 일해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다른 기사 보기
  • 입력 2022.02.03 13:53
  • 수정 2022.02.0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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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6.25 이후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웠던 우리나라는 역경을 이겨내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유엔개발계획(UNDP) 등을 통해 기술, 인력, 기자재, 경험, 자금 등의 지원을 받았다. 1991년 UNDP 집행이사회는 한국을 지원받는 금액보다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더 많은 순 공여국으로 분류했다. 한국은행은 2021년 우리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3만500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는 이제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이다.

잘 살게 된 이면에는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 합계출산율, 노인 자살률 세계 1위, 술 소비량 세계 2위 등의 어두운 현상이 자리한다. 불평등과 빈부격차, 차별, 세대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압축적인 성장을 거두면서 다양하고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떠안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의 복지체제는 크게 세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수단도 다양하다. 코로나 같은 새로운 위험이 온다 해도 본인이 감내할 수 있다.

설혹 본인이 감당하기 어렵다 해도 가족과 지인, 그리고 사회적 관계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코로나 19 확진 자가 갑자기 학교에서 나와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해도 부모, 친지들의 헌신적인 보살핌이 가능하다.

이것이 어렵다면 믿을 만한 고액 도우미를 고용하는 것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주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전문직에 종사한다.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은 개인의 능력이 주가 된다. 여기에 공적인 사회보험이 보완적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 집단은 사회적 위험의 대부분을 공적인 사회보장 제도에 의존하는 사람들이다. 중소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공적 연금만으로는 노후가 불안하지만 사적인 지출을 통한 노후보장이나 보살핌에 대한 시장가격을 충족시키기에는 버겁다.

아파트 값 상승으로 전세 거주자들의 주거복지가 더욱 불안해졌다. 국민연금에 오로지 의존한다면 ‘인간다운 노후생활’은 힘들다. 은퇴 후 최저임금 일자리라도 보존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상존하며, 사회적 위험에 탄력적으로 적응하기 어렵다.

세 번째 집단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임금이 낮다. 임금이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다보니 자산을 축적할 수가 없다. 공적 사회보험의 대상에서도 배제된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등 아주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사회적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 긴급복지 지원, 의료보호 등 공공부조 뿐이다. 그렇지만 자산과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수혜자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에드가 드가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들(1876)' 압생트는 돈에 쪼들렸던 예술가나 노동자들이 즐겨 마시던 독한 술이다. 부르조아를 위해 존재했던 당시의 무희, 가수, 발레리나 들. 일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 지는 도시의 노동 자. 그림 속 남녀는 고독하고 노동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에드가 드가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들(1876)' 압생트는 돈에 쪼들렸던 예술가나 노동자들이 즐겨 마시던 독한 술이다. 부르조아를 위해 존재했던 당시의 무희, 가수, 발레리나 들. 일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 지는 도시의 노동 자. 그림 속 남녀는 고독하고 노동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문제는 이들 집단 간의 경계가 더 공고해지고 담장은 점점 높아만 간다는 점이다. 부의 편중과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집단 간의 경계를 허물고 건강한 중산층으로의 진입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하고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지난해 9월 한국경제연구원은 20대 청년 5백여 명을 상대로 청년 일자리 관련 조사를 벌였다. 청년들에게 “열심히 일을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었는데 70%가 “일을 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부정적인 대답을 했다. 좋은 일자리의 최소 연봉으로 3000만~4000만원이라 응답한 청년은 40%를 넘었다. 4000만~5000만 원 대는 21%였다. 그렇지만 고용노동부 임금직무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5~29세의 연간 평균 임금 추정금액은 3217만원이었다. 현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0%를 넘는다. 합당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해서 또는 생산기술의 변화로 특정한 기술을 갖춘 인력에 따른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기술과 시장변화에 따른 노동의 수급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은 산업과 학계 또 정부와 지자체의 공동노력이 있어야 한다.

연공서열 일변도에서 능력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융합적 임금체계의 구성도 필요하다. 노동시장 유연화, 고용기업 인센티브 확대, 창업 활성화,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 개선, 교육시스템 개편, 글로벌 기업 유치, 서비스업 육성 등은 우리청년들이 꼽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한 노력들이었다.

한국의 76세 이상 노인 인구 절반의 가구소득이 중위 소득 50%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층이다. 은퇴 후에도 일을 놓지 못하고 노동시장에 머무르는 고용률이 OECD 국가 중 1위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노후 준비가 부족했고, 빚이 많아서다. 노인들이 어렵게 구한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중장년 시절부터 괜찮은 일자리가 제공되었다면 어느 정도 노년의 고생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내가 중소기업에서 또 비정규직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노력한다면 능히 현재의 위치를 벗어나 중산층에 문제없이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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