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이동우 기자] 대통령실이 23일 여야가 합의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는 표현을 쓰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2일 여야 원내 대표가 예산안에 합의한지 하루 만에 나온 공식 반응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전날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민경제가 어렵고 대외신인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합의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국민을 섬겨 일자리를 더 만들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정을 투입하려 했으나 힘에 밀려 민생예산이 퇴색됐다”며 “이대로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우려되지만 윤석열 정부는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생예산의 상당 부분이 윤 정부 예산이 아니라 수적 우위인 야당의 예산으로 활용되는 면이 없지 않다”며 민주당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대통령실이 “힘에 밀려 민생예산이 퇴색했다”고 했지만 ‘힘의 논리’를 앞세운 건 정작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법인세 1% 인하와 행안부 경찰국 예산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의 예비비 지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여당에 전달하며 ‘예산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이 같은 입장 발표에 강하게 항의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저녁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이 여야의 협상으로 타결한 내년도 예산을 두고 ‘힘에 밀려 민생예산이 퇴색됐다’며 맹비난했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예산안 합의라고 해서 생떼를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대통령실의 발언은) 국회의 예산심사권을 부정하는 것이다”며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삼권분립의 헌법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황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법인세 인하 등 초부자 감세를 민생예산이라고 착각하는 것인지 의아하다”며 “힘에 밀렸다는 표현도 이해하기 어렵다. 여야 협상은 힘겨루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여야는 복잡한 경제위기 속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치열한 협상을 해왔다”며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그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예산안을 처리하게 되었다고 힘겨루기에서 졌다고 생각한다면 유치함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여야가 극적으로 예산안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대통령실이 이를 공개 비난하고 나서면서 향후 정국의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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