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없는 외교
실속 없는 외교
아랍에미리트 순방에서도 또 사고 친 대통령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1.17 09: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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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국가 연주 중에 혼자 경례를 한 尹
아랍에미리트 국가 연주 중에 혼자 경례를 한 尹

아랍에미리트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또 다시 외교 참사를 일으키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든다. 이 불안한 마음은 언제나 현실이 되었다. 그 시작은 15일에 있었던 아부다비의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궁에서였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이 주최한 환영 행사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애국가에 이어 UAE 국가가 흘러나올 때도 가슴에 손을 얹는 이른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이 자리에서 UAE 국가 연주 때 가슴에 손을 얹은 사람은 윤 대통령과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유일했다. 비슷한 일은 지난해 5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있었다. 당시 환영 만찬 자리에서 미국 국가가 흘러나올 때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경례를 했던 일이다. 당시 그 일이 좋지 않게 회자되고, 조롱성 반응들까지 나오자 대통령실은 기자들에게 문자 공지를 보내 상대 국가를 연주할 때 상대국에 대한 존중 표시로 의전상 결례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 때에 이어 8개월 만에 또 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다. 이러다 일본 정상과 회담을 할 때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나오면 거기에 또 경례를 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대통령실 입장대로 상대국에 대한 존중 표시로 예를 차리는 것이라면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이 국빈 방문했을 당시 환영식에서는 베트남 국가에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았다.

미국은 무섭고 베트남은 만만한 것인가? 심지어 UAE의 경우 국가 정상 환영 행사와 같은 국가적 의례에서 자국 대통령조차 국가 연주 때 경례를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경례가 상대국에 대한 존중 표시라는 기존 입장은 더욱 궁색해졌다. 이번 UAE 순방 환영식 영상을 보면 UAE 측에서는 군 의장대만 거수경례를 할 뿐 모하메드 대통령과 참모들은 경례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란을 향해 불필요한 발언을 하는 尹
이란을 향해 불필요한 발언을 하는 尹

이것만으로도 또 다시 외교 참사라 할 만한데 16일에 또 하나의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아랍에미리트로 파병을 가 있는 국군 아크부대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여기서 또 구설에 오를 발언을 했다. 그는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아랍에미리트의 적이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했다.

이게 과연 적절한 비유라고 들은 것인지 모르겠다. 저 말은 굉장히 오해의 소지가 큰 발언이다. 윤 대통령 본인의 의중과는 달리 이란도 우리의 적성 국가로 보고 있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은 이란과 적대관계일지 몰라도 우리는 이란과 그렇게 사이가 나쁘지 않다. 당장 몇 년 전에 박근혜 씨가 국빈 방문을 하기도 했던 나라가 이란이다. 또 우리는 이란으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엄청나게 많이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왜 저런 발언을 하여 이란을 자극하는 것인가?

더군다나 본인이 방문한 그 아크부대는 파병 이유부터가 굉장히 불분명한 부대다. 잠시 기억이 희미해졌을 것 같아서 되살려보고자 한다. 2018년 초에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이 아랍에미리트를 극비리에 방문한 사건이 있었다. 그 때 그 이유를 두고 온갖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함구령을 내렸기에 더더욱 그 내막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머지 않아 밝혀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수출을 할 당시 불순한 이면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그 이면 계약이란 아랍에미리트의 유사시에 국군이 자동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독소조항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태영의 실토로 밝혀진 사실이다. , 아크부대가 파병을 가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당장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남의 나라 전쟁 문제에 개입할 여력은 전혀 없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때에도 우리는 비전투 병력을 파병했다. 그 이유가 바로 북한 때문이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에 참전할 경우 군사력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이명박 정부는 원전 수출에 눈이 멀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덜컥 맺어 후임 정부에 짐덩어리를 안겨준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 대통령은 쓸데없이 이란을 자극할 발언을 한 것이다. 이전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왜 자꾸 본인이 흥에 도취하면 할 말 못할 말 구분 못하고 아무 말이나 막 내뱉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은 기성 언론들 기사에선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실속 없는 성과를 부풀리기에 급급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원자력·에너지·투자·방산 등 4대 핵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등 두 나라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랍에미리트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에 300억달러(3726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뭔가 꺼림칙하다. 두 정상은 이날 포괄적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을 통한 전략적 에너지 관계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 자발적 탄소시장 파트너십 양해각서 산업은행과 무바달라(아부다비 2위 국부펀드) 간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 양해각서 등을 체결했다. 대통령실은 양해각서는 두 정상 임석하에 체결한 것만 13건이고, 이번에 기업 간 맺은 것까지 합하면 40여개에 이른다고 전했다.

역시 MOU였다. 양해각서는 국민들에게 정말 사기치기 좋은 용어이다. 양해각서(MOU)는 정식 계약 체결 전 양해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작성하는 양식인데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다시 말해 확실하게 아랍에미리트 측에서 한국에 300억 달러 투자를 할지 안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면 법적 구속력이 생기기에 아랍에미리트 측에선 반드시 약속대로 300억 달러를 한국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MOU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투자하려고 했는데 우리 사정이 안 좋아서 안 하기로 했다고 해도 뭐라 따질 수가 없다.

한 마디로 양해각서란 쉽게 이야기하면 내가 우리 이렇게 하자.”고 제안했을 때 상대 측에서 , 생각해 볼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확실하게 한다 안 한다는 즉답을 하지 않고 그냥 생각해 본다는 식으로 말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국민들이 MOU의 개념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성과를 부풀리기가 매우 쉽다.

MOU로 사기를 친 대표적인 정부가 바로 이명박 정부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문제가 되었던 자원외교도 대부분이 MOU로 사기를 친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이 MOU의 개념을 잘 몰랐기에 이명박 씨가 정말 해외투자를 이끌어낸 줄 착각했다. 이제 독자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정식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해외투자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기사에 절대 현혹되어선 안 된다. MOU로 사기를 치는 수법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통령들은 해외 순방을 나가면 지지율이 상승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예외다. 늘 해외 순방을 나갈 때마다 오히려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그럴 조짐이 보인다. 문제는 기성 언론들이다. 사실은 사실대로 써야 한다. 플러스 알파도 안 되고 마이너스 알파도 안 되는 것이다. 필자는 외교 참사가 발생했으면 그걸 그대로 쓰고 비판해야 하는 것이 기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성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과 달리 윤석열 정부 시절엔 볼품 없는 성과들도 억지로 쥐어 짜내며 분칠하기에만 바쁘다. 하지만 못 생긴 얼굴에 아무리 분을 덕지덕지 처발라봤자 미인이 되지는 않는다. 잘한 건 잘한 것대로 못한 건 못한 것대로 써야하는 게 기자 아닌가? 실속 없는 뻥튀기 외교를 애써 포장하려 하지 말고 정확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주도록 해야할 것인데 왜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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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23-01-18 07:12:17
몇해전에 중국가서
식당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혼밥 처먹은거는

5longyears 2023-01-17 23:51:06
역시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 건 하셨네.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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