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이동우 기자]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은 한일 정부 간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외교문서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6일, 30년이 경과 돼 비밀이 해제된 외교문서 2361권, 36만여쪽 분량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외교문서는 1992년 한중 수교에 대한 대만과 중국의 반응, 한·베트남 수교 과정, 한국과 일본의 과장급 업무협의에서 오간 발언 등이 포함됐다.
특히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청와대 정무비서관이었던 민충식씨가 1991년 8월 3일 일본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발언한 내용도 공개됐다.
당시 민씨는 “1965년 소위 ‘청구권’ 협정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 간 및 국민 간 인식의 차가 크고 또한 개인의 청구권이 정부 간에 해결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라며 “당시 교섭 대표 간에도 동 협정은 정부 간 해결을 의미하며 개인의 권리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암묵적인 인식의 일치가 있었다. 시이나 에쓰사부로 일본 외무상도 동일한 견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국제법이 이제 바뀌고 있는바,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생각할 단계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개인 청구권에 대해 일본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민씨의 이 같은 발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국가 간 청구권은 물론 개인 청구권까지 모두 해결된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 차이가 있다.
민씨의 발언이 담긴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2018년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 옳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몰랐을리 없다”며 “다 알면서도 식민사관에 사로잡혀 국익을 포기하고 국민을 버린 것 아닌가. 무소불위의 공권력으로 국민의 권리를 빼앗은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정말로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면, 우리 국민의 청구권은 살아있다고 먼저 말했어야 한다”며 “이제라도 굴욕적인 제3자변제안을 철회하고 피해자분들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주어야 한다. 그 길만이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회복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30여 년 만에 공개된 외교부 비밀문서를 통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에서 국가 간 협정과 개인 청구권은 별개라는 데 양국 대표들이 인식을 같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2018년 우리 대법원의 판결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문서 말미에는 ‘정치적 해결이 아니라 명확한 법적 해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상황과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알고도 굴욕적 배상안을 강요한 것인가. 아니면 전후 사정을 파악하지도 않고 무작정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짓밟은 것인가”라며 “대통령은 1965년 일본의 지원금에 개인 청구권까지 포함됐다며 일본에 면죄부를 주고, 강제 동원 피해자들께 ‘제3자 배상안’을 강요하며 구상권조차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또 “윤 대통령은 무엇을 근거로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빼앗는 만행을 벌인 것인지 답하길 바란다. 누가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대법원판결과 피해자의 권리를 짓밟을 권한을 주었느냐”며 “굴욕적 ‘제3자 배상안’을 당장 철회하라.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과 강제징용 피해자의 요구가 문제 해결의 원칙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한국 외교문서가 공개됐지만 일본의 입장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비밀 외교문서 공개로 일본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한국 측이 작성한 문서에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삼가하고자 한다"며 "개인 청구권을 포함해 한일 간 재산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