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도청을 도청이라 말하지 못하는 정부와 언론

외신만 못한 국내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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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현재의 윤석열 정부와 대다수 한국 언론들은 모두 홍길동이 아닌가 모르겠다. 얼자로 태어났던 홍길동은 아버지 홍 판서를 ‘아버지’로 부를 수가 없었고 형인 홍인형을 ‘형’이라 부를 수가 없었다. 얼자란 천민 신분의 첩에서 나온 자식을 말하는데 이 경우 일천즉천제에 따라 비록 아버지가 양반일지라도 어머니의 신분이 천민이므로 역시 천민이 된다. 그래서 홍길동이 호부호형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와 대다수 한국 언론들도 저 홍길동처럼 미국으로부터 불법 도청을 당하고도 그걸 ‘도청’이라 말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언론에서 나온 기사들을 보면 ‘도청’이란 표현이 아닌 ‘감청’이란 표현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무슨 차이가 있는가? 둘 다 ‘엿듣다’는 뜻이 담겨 있지만 그 뜻은 전혀 다르다. ‘감청’은 합법적인 행위이고 ‘도청’은 불법적인 행위이다. 영장을 발부받아서 정식으로 집행하면 ‘감청’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 사사로이 몰래 진행하면 ‘도청’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최근 미국이 벌인 행위가 합법적으로 진행한 것인가?

필자 또한 사실 둘의 차이를 잘 몰랐는데 4월 13일에 나온 시민언론 더탐사의 방송을 보고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시민언론 민들레의 이명재 대표가 양자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한 국가 내에서는 감청이란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와 국가 간에 ‘감청’이란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러므로 미국이 이번에 저지른 짓은 명백히 ‘도청’이라고 해야 맞다.

용어를 잘못 사용한 것부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와 보수 언론들이 계속해서 문제가 없는 사안인 양 덮으려 애를 쓰는 것도 저 잘못된 용어 사용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더탐사 측의 지적이다. 심지어 미국을 어떻게든 감싸느라고 러시아 배후설을 들먹거리기까지 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향한 첩보 행위를 한 사실이 적힌 문건을 유출한 범인이 14일에 체포되었다. 범인은 매사추세츠 주 주방위군 소속 잭 테세이라라 한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향한 첩보 행위를 한 사실이 적힌 문건을 유출한 범인이 14일에 체포되었다. 범인은 매사추세츠 주 주방위군 소속 잭 테세이라라 한다.

하지만 14일(한국시각)에 문제의 문건을 유출한 범인이 체포되었다. 범인은 매사추세츠 주의 주방위군 소속 21세 남성인 잭 테세이라(Jack Teixeira)로 밝혀졌다. 이 문제를 가지고 도청된 사실이 없었느니 문건이 가짜라느니 혹은 러시아 측의 조작이라느니 하던 정부와 기성 언론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설마 잭 테세이라가 미국 주방위군에 잠입한 러시아 스파이라고 주장할 것인가?

이런 해괴하기 짝이 없는 한국 정부와 언론에 대해 외신들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뉴욕 타임즈 4월 11일 자 보도에 〈서울에서 유출된 문건과 미국의 스파이 혐의로 분노가 폭발하다(Leaked Documents and Accusations of U.S. Spying Spark Outrage in Seoul)>란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 기사를 들여다보면 과연 한국의 언론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부제에는 “한국의 문건 유출에 대한 반발은 아마도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에 벌인 명백한 첩보 행위로 인한 위험을 억누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 가장 강력할 것이다.(The reaction to the leak in South Korea is perhaps the strongest so far as the Biden administration scrambles to contain the damage from apparent spying on allies.)”고 적혀 있다.

본문을 들여다 보면 “윤석열 정부는 그 스캔들이 미국과의 동맹을 손상시키지 않을 것이며 손상시켜서도 안 된다고 고집했다.(Mr. Yoon’s administration has insisted that the scandal would not and should not damage his country’s alliance with the United States.​)” 등의 내용이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insist’라는 단어인데 이 단어는 ‘고집하다’, ‘주장하다’는 뜻이다. say나 tell이 아닌 일방적인 주장이란 뜻이 담긴 것이다. 이 단어가 시사하는 바는 꽤 크다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뉴욕 타임즈의 기사는 한국 정부가 유독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논조로 적혀 있다. 명백히 피해자이면서 가장 강력하게 항의하는 게 아니라, 가장 강력하게 피해를 부정한다고 말이다. 그들이 봐도 사건의 파장을 줄이려는 한국 정부와 언론의 태도는 이해불가일 것이다. 그만큼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지금의 윤석열 정부와 기성 언론들의 태도가 얼마나 비상식적인지 알 수 있다.

시민언론 더탐사에서는 이런 정부와 언론의 태도를 첫 번째 그림과 같이 정리했다. 한미동맹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흥분하지 말아야 하는 건 정말 어이없는 태도다. 국정원 인사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하여 아주 중요한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 동맹 세력이라는 게 적어도 첩보전에서는 동맹이라는 건 없습니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첩보전에선 동맹이란 없다는 명언을 남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그는 국정원 인사처장을 지냈던 인물이다.(출처 : 유튜브 채널 새날)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첩보전에선 동맹이란 없다는 명언을 남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그는 국정원 인사처장을 지냈던 인물이다.(출처 : 유튜브 채널 새날)

그 말이 맞다. 첩보전에선 공조란 것이 있을 뿐 동맹은 없다. 미국은 자국의 군사기밀을 적국이 아닌 ‘동맹국’에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도 엄연히 간첩죄로 처벌을 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적도 없고 우방도 없는 법인데 동맹국이라고 무조건 다 믿을 수 있는가? 그런데 이렇게 미국이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의 내부 기밀을 엿듣고 있는데 동맹이니까 참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하나같이 모두가 비정상적이다. 최소한 주권 국가라면 이런 일을 당했을 때 배짱이라도 내밀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윤석열 정부는 이렇게 저자세 굴욕 외교로 일관하는 것인가? 그것도 모든 나라를 상대로 그러면 모르겠는데 만만하고 약하다 싶은 나라에는 할 말 못할 말 아무 말이나 막 떠들고 좀 강하다 싶은 나라에는 한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런 강약약강의 모습은 길거리 건달들도  하지 않는 짓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14일에 미국의 도청 의혹에 대해 "미국의 눈치만 살필 때가 아니라 대등한 주권 국가로서 당당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미국(에) 공동조사 요구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비굴한 저자세로는 주권도 국익도 지킬 수 없다”며 “오죽하면 미국 언론에서 ‘한국 대통령이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겠느냐. 최소한의 자존심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초라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말들을 야당대표에게서나 들을 수 있다는 현실이 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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