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에 대한 신뢰도와 언론인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로는 언론사와 언론인들 본인의 자업자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소위 ‘억까(억지로 깐다는 뜻의 신조어)’ 기사를 남발하며 공격한 반면 윤석열 정부 시절엔 별 성과가 없는 것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뻥튀기하는 기사를 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럴 때에 지난 13일 시민언론 민들레에 올라온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이 최근 한국 저널리즘과 관련해 뼈 있는 칼럼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아주 좋은 글이고 언론인들에게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으로 한국의 저널리즘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태규 전 논설실장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한국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를 묻는 3개의 사건〉이란 제목의 칼럼을 올렸다. 그가 말한 3개의 사건이란 첫 번째로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이른바 계란말이, 김치찌개 만찬 사건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그리고 최근 빅 이슈가 된 포항 영일만 석유 매장 가능성 발표였다. 그는 이 3개의 사건을 “한국 저널리즘이 겪고 있는 신뢰의 위기를 날것으로 드러내는 사건들”이라고 평했다.
먼저 지난 5월 24일 있었던 ‘대통령의 저녁 초대’라는 이름으로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벌어진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 대해 그는 “그저 먹고 웃고 잡담하며 떠드는 ‘그들만의 잔치’”라고 혹평하며 “말만 간담회지 국정의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는 대화는 없었습니다”라고 질타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 자리에 200여 명의 기자들이 초대를 받아 참석했지만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화제에 오르지도 않았고 민생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고물가 사태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레시피’로 만들었다는 김치찌개를 더 달라고 애교 떠는 목소리, 윤 대통령이 하얀 목장갑을 끼고 말아주는 계란말이에 환호하는 모습만 돋보였습니다. 대통령과 함께 환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 기자들의 사진은 쳐다보기 민망했습니다”라고 질타했다.
또 오태규 전 논설실장은 이런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한심한 모습에 대해 “이 장면은 ’대한민국 1호기자‘를 자임하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권력 감시는커녕 권력과 한통속이라는 혐의에 확신을 더해줬습니다”고 소감을 밝히며 기자사회에는 ’취재원과 가까워서도 멀어서도 안 된다‘라는 ’불가근불가원‘이라는 금언이 있지만, 이제 그 말에서 ’불가근’을 삭제해야 할 판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만찬 이후에도 참석 기자 200여명 가운데 그날의 일에 관해 제대로 반성하고 성찰하는 글을 쓰는 기자를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하며 한국 저널리즘의 회생에 대한 기대를 ‘확인 사살’한 꼴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근 북한 오물풍선 살포와 관련해서도 오태규 전 논설실장은 주요 미디어의 관련 기사를 쭉 훑어 보면 북한의 오물풍선으로 인해 남한 주민의 불편을 겪는 일과 남한 정부의 보복 조치에 대한 기사는 무성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짚어보는 기사가 없었다는 지적을 남겼다.
그러면서 남북 관련 보도에서 대다수 남한의 언론들은 사건의 맥락과 원인을 따지지 않고 북한의 행위만 지목해 북한의 도발을 ‘일방적인 도발’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마치 ‘공식’처럼 굳어진지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처럼 상대의 행위가 없는 일방적인 도발은 없다고 지적했다.
오태규 전 논설실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뭔가 거친 행동을 할 때는, 한국 쪽에서 그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행위가 있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하며 “그래야 이른바 북한의 도발 배경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북한의 오물풍선 공세는 탈북자 박상학이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먼저 북쪽으로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내용이 담긴 풍선을 날린 데 대한 대항조치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 당국이 2일 중단을 선언했다가 9일 다시 풍선을 날린 것도, 그 사이 다시 민간단체가 북쪽으로 풍선을 재차 날린 데 대한 대응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남한의 대다수 언론들은 이러한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북쪽의 행위만 떼어내어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것은 진실 보도와 공정 보도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것은 ‘시민들이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필요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런 형태의 보도는 올바른 해결책을 끌어내기는커녕 국민의 감정만 자극해 대북 강경론에 불을 지피는 위험한 ‘선동 보도’이며 미디어와 기자들은 남북 관계가 좋지 않은 때일수록 더욱더 저널리즘의 원칙을 되새기며 신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포항 영일만 석유,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에 대해서도 오태규 전 논설실장은 아직 시추도 하지 않았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이 마치 최대 140억 배럴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하는 발언을 했는데 언론들은 이에 대한 지적은 하지 않고 그에 편승해 이를 마치 사실인 양 대서특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지적은 본지도 TK 지역 주요 언론사들의 보도와 일부 중앙지에서 나온 보도 기사를 통해 한 바 있다.
오태규 전 논설실장이 지적한 대로 윤 대통령이 ‘깜짝 발표’를 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이라고 적시한 미국의 Act-Geo가 어떤 회사인지 의문을 품고 추적한 곳은, 거대 주류 미디어가 아니라 뉴스버스를 비롯한 비주류 소규모 미디어와 개인들이었다.
이들이 나서 Act-Geo라는 회사가 대표의 가정집을 사무실로 쓰는 1인 기업이고, 프랜차이즈 세금도 체납해 법인 등록이 말소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들춰냈다. 영세한 인터넷 매체인 뉴스버스도 해낸 일을 왜 자본도 더 많고 구독자 숫자도 더 많고 기자 숫자도 더 많은 레거시 미디어들은 못 하는 것일까?
오태규 전 논설실장은 윤 대통령의 장밋빛 발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이와 관련한 보도를 중간 평가해 보면, ‘주류 미디어의 패배 – 비주류 미디어의 승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라고 뼈 있는 지적을 남겼다. 그러면서 “의문을 품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또 오 전 논설실장은 이번 포항 영일만 석유 사태는 대통령이 발표했다고 의문 없이 무턱대고 사실처럼 보도부터 하고 보는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 즉, ‘땡윤뉴스’ 시대 혹은 ‘대한늬우스’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걸 여실히 확인해 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 전 논설실장은 일본의 유명한 저널리스트였던 하라 도시오 전 <교도통신> 사장은, <저널리즘의 사상>이라는 책에서 “저널리즘의 적은 언론·보도를 탄압하는 자, 진실 보도’를 저해하는 자뿐”이라고 말한 사실을 알리며 언론인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하라 도시오는 저널리스트는 국적은 허구라고 생각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최근 벌어진 세 건의 사안을 대하고 보도하는 한국 저널리즘의 행태를 보면서, 하라 도시오의 말이 죽비소리처럼 다가왔다는 것이 오 전 논설실장의 말이다.
이번 그의 칼럼은 언론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인은 모름지기 워치독(Watchdog) 즉,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감시견이 되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다수 레거시 미디어들은 권력기관을 수호하는 경비견 즉, 가드독(Guarddog)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왜 그런 비판을 받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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