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전라북도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 온열질환자가 속출해 ‘생존 게임’ 소리가 나오고 있는 판인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까지 퍼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스카우트 대원들이 야영장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 대원 수십여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대회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회 개막 이후 전날까지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에서 코로나19 환자 28명이 발생했다.
또한 전날 하루 동안 1486명이 잼버리 영지 내 병원을 찾았는데, 이중 벌레 물림은 383명, 피부발진 250명, 온열질환 138명 등이었다. 이날 현재까지 2명의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가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퇴소 의사를 밝혔다. 조직위는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우려했던 단체 퇴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영장에 스카우트 대원을 보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퇴소 인원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열악한 영내 사정과 대회 내내 이어진 폭염 탓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야영 생활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당초 대회에는 4만 3,000여명이 참가하기로 했으나 이날 오전까지 집계된 참가자 수는 3만 9,304명에 그쳤다.
조직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 이후 실내에서도 마스크 없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야외 야영 생활에 큰 문제는 없을 보고 있다”면서 “참가 인원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는 집계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결국 야심차게 개최했던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나라 망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미 외신들 사이에선 이번 잼버리를 두고 ‘생존 게임’ 혹은 ‘현실판 오징어 게임’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잼버리 참가비는 굉장히 고액이었기에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주최 측이 받은 참가비는 1인당 약 900달러(약 117만원)로, 참가자 출신국의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이었다. 또 항공료는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실질적인 참가비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참가자들은 참가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 가족이 나서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에서 왔다는 한 대원은 최근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이 1년 내내 일을 해서 참가비에 돈을 보태줬다”며 이렇게 해서까지 대회에 온 것은 “아시아에 오는 것이 내 꿈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만금 일대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를 포함한 주최 측이 준비와 운영 부실을 드러내고, 참가자들 사이에선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대회에 자녀를 참가시킨 외국 학부모들 사이에선 “아이들이 기대한 행사가 ‘생존 게임’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 영국 등 외교당국이 자국민 안전을 위해 직접 나섰다. 미국은 평택 미군기지로 청소년들을 데려와 하룻밤 묵도록 했고, 가장 많은 청소년이 참여한 영국도 잼버리 현장에 영사 직원을 파견했다.
세계잼버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1일 입국한 미국 청소년 750명은 새만금 행사장이 아닌 평택의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첫날 밤을 묵었다. 주한미군은 간이침대와 전투식량을 미국 스카우트들에게 제공했다. 잼버리 조직위가 캠프장 정비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이 현장 도착 일정을 하루 늦춘 것이다.
주한 미 대사관은 “지난 수개월 간 잼버리 조직위 관계자들과 소통해 왔다”며 “행사장 및 적절한 서비스 제공에 관한 우려가 있음을 인지한 즉시, 대사관 측은 미국 보이스카우트연맹 지도부 및 주한미군과 조율해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도 정부 차원의 조치에 나섰다. 영국은 행사에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약 4,500명의 청소년을 파견했다. 주한 영국대사관은 "영사 담당 직원을 현장에 상주하도록 하고 대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영국 스카우트 그리고 관련 한국 정부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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