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전라북도 부안군에서 개최 중인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둘러싼 논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잼버리의 문제는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각종 우려와 지적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정작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특히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내부 경고가 지난해부터 묵살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잼버리를 공동 주관하고 있는 여성가족부가 7월 25일에 브리핑을 한 바 있었다. 당시 장마 직후라 텐트를 쳐야 하는 대회장에 물이 고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김현숙 장관은 “저희가 배수로를 만들었어요. 가보시면 가로세로 배수로가 다 있어서 물 빠짐이 잘 일어나고 있어요.”고 적극 반박했다.
그러나 김현숙 장관의 그 같은 말은 거짓말이었음이 불과 일주일 만에 밝혀지고 말았다. 폭우 이후 기존 배수로만으로 물이 빠지지 않자, 주최 측은 결국 임시방편으로 웅덩이까지 파야 했다. 고인 빗물을 모은 뒤, 양수기를 돌려 퍼 올리는 고육책을 쓴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폭염 대비책 역시 작년부터 꾸준히 우려가 제기됐지만, 여가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김현숙 장관은 “영내 그늘 시설 조성을 완료하였고 체온을 낮출 수 있도록 57개의 안개 분사 시설을 설치하였습니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개영 이후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대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 이르자, 정부는 부랴부랴 10만 명분의 얼음물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마저도 대회 조직위 내부에선 이미 작년부터 건의했던 사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최 측은 ‘돈이 없다’는 황당한 이유로 묵살했다. 그럼 그 동안의 지원금은 속된 말로 ‘떡 사먹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내부 제보자는 MBC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얼음 가격을) 지급을 해라라고 하니까 그런 예산이 없다는 거예요. 당신 아들이 만약에 지금 여기 온다면 당신 아들 보내겠나.”고 했다. 지금은 도보로 2시간이 걸리는 뗏목 체험장과 승마장을 비롯해, 주요 시설을 대회장 중심에 모아 참가자들의 동선을 줄여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말도 있었다.

이런데도 지난 3월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 추대식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이 잼버리를 대통령으로서 전폭 지지하기로 약속했습니다.”며 아낌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말과 행동이 철저히 달랐던 안일한 대회 운영 탓에 국격을 높일 기회였던 행사가 '나라 망신'의 빌미로 전락했다.
그러나 역시 단 한 번도 ‘내 탓이오’를 한 적 없는 윤석열 대통령답게 이번에도 대통령실은 전가의 보도처럼 또 ‘문재인 정부 탓’을 하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란 인물은 “준비기간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런 식으로 자꾸 전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면 과거 박지원 전 의원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했던 명언을 되돌려줄 수밖에 없다. 당시 박지원 전 의원은 “경복궁이 무너지면 흥선대원군 책임이냐?”고 책임을 회피하는 당시 정부와 여당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한편, 이번 잼버리에 무려 4,500여 명이라는 최대 인원을 파견한 영국은 결국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새만금 캠프에서 호텔로 철수시킨다고 BBC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날 미국이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주한미군의 험프리 캠프로 철수시켰는데 영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스카우트 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장의 전반적인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향후 이틀 동안”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호텔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스카우트 연맹은 “잼버리 현장에 있는 동안 영국 자원봉사팀은 청소년 단원들과 성인 자원봉사자들이 충분한 음식과 물, 비정상적으로 더운 날씨를 피할 수 있는 쉼터, 이 정도 규모의 행사에 적합한 화장실과 세면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주최 측과 함께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영국 스카우트 연맹은 애초 계획대로 잼버리 행사가 폐막한 다음날인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앞서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행사의 표준 관행을 준수해 사전 계획에 따라 대사관 영사 담당 직원들이 현장에 상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대인원을 보냈던 영국과 미국이 철수함에 따라 대회 중단 위기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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