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전라북도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최 측의 부실한 준비 및 운영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자가 계속 속출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는 퇴영을 결정해 대원들을 야영지에서 전부 철수시켰다. 세계스카우트 연맹 또한 조기 종료를 권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회 중지를 하지 않고 계속 강행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5일 전북 부안 잼버리 프레스룸에서 일일브리핑을 통해 "잼버리 운영 일정과 관련해 오늘 각국 대표단 회의를 열고 대회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브리핑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하기로 했으나 한 총리로 격상됐다. 이날 오전 각국 대표단 회의가 이번 잼버리 대회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회의인 데다, 전날 한 총리가 밝힌 중앙정부가 직접 잼버리를 관리 운영하겠다는 방침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는 브리핑에서 "제가 현장을 직접 돌며 불시에 점검한 결과 처음 지적한 것보다 상당히 개선된 걸 확인했다. 만나본 참가자들도 개선을 실감하고 있다 한다"면서도 "다만 아직도 충분하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참가자들이 완전히 만족할 때까지 더 노력하겠다"며 "민간도 다양한 지원을 해주셨다. 민간의 노력과 국민들의 응원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 한 총리는 브리핑에서 잼버리 현장 지원 현황을 공개했다. 한 총리에 따르면 국토부는 기존에 배치된 쿨링버스 130대 외에 104대를 추가로 배치했다. 국방부는 1124평의 그늘막과 캐노피 64동을 설치했다. 의료 인력으로는 의사 28명, 간호사 18명, 행정지원 인력 2명 등 총 60명이 추가 투입됐다. 특히 세브란스 병원 18명, 서울대병원 12명 등 민간 대형병원도 잼버리 현장에 의료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 총리는 밝혔다.
정부는 샤워시설 등 현장 시설 청결 유지를 위해 이날부터 700명 이상의 서비스 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민간의 지원으로는 현대중공업이 편의시설 보수· 증설 설비와 인력을 지원했고 20여 개의 기업과 기관이 생수, 이온음료, 양산 등 폭염 예방 물품을 후원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폭염을 고려해 새만금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정부는 교통을 포함한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께서 강조했 듯 한국의 산업, 문화, 역사를 잘 알수 있는 영외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해 참자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가 추가 지원을 약속하자 대다수 참가국들은 잔류해서 잔여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의 잔류 선언에도 불구하고, 조직위의 준비 부족과 미흡한 대처로 스카우트연맹의 중심축인 영국과 미국이 등을 돌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이런 와중에 다시 과거 영상 하나가 재발굴되었다.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회 운영의 위험성을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시․부안군)의 예측과 이와 반대로 시종일관 당당했던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모습이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작년 8월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원택 의원이 “배수 시설이나, 화장실, 급수대 등 시설들이 늦어지고 있다. 잘못하면 준비 상태가 상당히 문제 될 수 있다”고 질의했다. 이에 잼버리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장관은 너무도 당당하게 “(준비가) 늦어진 건 농식품부나 해수부, 새만금청과의 사용 허가 변경 절차인데 거의 완료됐다”고 대답했다.
현재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부안군은 이원택 의원의 지역구이기에 당초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대규모 행사를 두고 벌어질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지적에도 김 장관이 “아직 잼버리 현장을 못 가봤다”고 답변하자,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빨리 현장에 가보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잼버리 준비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지난해 10월 2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다시 질의에 나선 이 의원이 “세계 잼버리 개막이 열 달 남았는데 잘 진행될 것 같냐”고 묻자, 김 장관은 “물론이다. 저는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도 자신 있는 태도로 답변했다.
그러자 이 의원이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코로나19 감염 대책, 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영내 외 프로그램을 다 점검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서 바라보는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심지어 이 의원은 “두고 봐라. 나중에 역사가 장관님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그럼에도 김 장관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며 기존의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호언장담했던 김 장관의 말은 결국 망언으로 남게 되었다. 이번 잼버리 대회 부실 논란이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
잼버리 준비로 인해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는데 그 많은 지원금들은 도대체 누가 속된 말로 ‘슈킹’을 했는지 그리고 그 ‘슈킹’한 지원금들은 모두 어디에다 썼는지 면밀히 밝혀내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숙 장관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시종일관 호언장담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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