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8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시․태안군)이 본인 페이스북에 〈국방부는 BTS가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잼버리 대회에서 공연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마자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들이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성일종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소중한 손님들에게 새만금에서의 부족했던 일정들을 대한민국의 문화의 힘으로 채워줄 필요가 있습니다.”고 하며 국방부에 “11일 서울에서 있을 K-POP 콘서트에 현재 군인 신분인 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랍니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BTS와 함께 세계 청소년들이 담아가는 추억은 또 다른 대한민국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대한민국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국방부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주시길 바랍니다.”고 했다. 즉, BTS가 국격 추락을 만회하기 위해 K-POP 콘서트에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성일종 의원의 요청에 국방부는 즉답을 피했다. 국방부의 전하규 대변인은 “해당 연예인들의 소속사하고 같이 논의해야 될 사안으로 생각합니다.”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뮤직도 성일종 의원의 발언에 대해 곤혹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크게 분노를 표한 것은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들이었다.

아미들은 정부의 잘못을 왜 BTS가 수습해야 하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애당초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현재 군 복무를 수행 중이고 섭외 대상도 아니었다. 지난 7월 25일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아이브, 스테이시, 엔믹스... 최정상급 아이돌 11개 팀이 출연하여 케이팝의 진수를 선보일 것입니다.”고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군 복무 중인 방탄소년단을 마치 차출하듯이 거론한 것은 K-POP 콘서트 출연진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콘서트 일정이 갑자기 6일 새만금 야외무대에서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다시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면서 출연진들이 불참을 통보했다는 것.
이에 다급해진 주최 측이 다른 콘서트의 출연진을 가로채려다 항의를 받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이태동 2023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 연출자가 MBC와 한 인터뷰에 따르면 “급하니까 이제 이렇게 연락들을 한 것 같더라고요. 양해를 구하는데 저희 입장에선 그렇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잖아요.”고 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내일 열릴 예정이었던 FA컵 준결승 경기도 무대 설치 등의 이유로 미뤄졌다. 국가 행사가 더 급하니 가수들의 출연 의사는 제대로 묻지 않고 차출하는 이런 전체주의적 태도에 국민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가수들을 예술인이 아닌 국가가 고용한 광대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한편 BTS 차출 논란을 야기한 성일종 의원은 9일 오전 MBC의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아미들이 군대 보낼 때는 언제고 잼버리 대회 수습은 BTS가 하라는 거냐며 오해를 하는 것 같다"며 "사실 BTS의 병역면제 법안을 낸 의원이 바로 저"라고 주장했다.
즉,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병역면제 법안을 자신이 발의했다고 주장하며 아미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성 의원은 "이런 세계적인 행사에 또 대한민국을 찾은 스카우트 대원들에 대해서 혹시 가능한지를 검토해서 필요하면 내보냈으면 좋겠다, 이렇게 의견을 냈던 것"이라며 "물론 아티스트들이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완전체 되긴 좀 어렵겠지만, 그런 것들은 서로 함께 논의해 볼 필요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BTS의 잼버리 K-POP 공연 참여에 관해 실제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며 "제가 국방위원이기 때문에 의견을 내면 정부가 분석하고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의견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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