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육군사관학교 및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5인 흉상 철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했는데 그의 말이 더욱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결국 그의 말을 통해 얼마나 본인의 역사의식이 없는지 또 얼마나 사고방식이 냉전시대에서 정체되었는지 실감할 수 있게 했다.
머니투데이의 29일 단독 보도 기사 〈尹대통령 "무엇이 옳으냐"…'홍범도 논란' 직접 언급〉에 자세한 전말이 담겨 있다. 그 기사에 따르면 29일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은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비공개 시간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언급했다고 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전의 구체적인 결론 등을) 규정짓지는 않겠다"면서도 "한번 국무위원들도 생각해보자, 무엇이 옳은 것이냐"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에 대한 평가는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한-소 수교 이후에 많은 것이 드러나고 있지 않으냐며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활동 이력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명확한 대적관을 가지고 군 간부를 양성하는 곳(육사)이 아닌 독립기념관 등 다른 적재적소에 이전하는 게 왜 잘못됐다고 하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념이 중요하다"며 "국정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왜 굳이 육사에 홍범도 장군 흉상을 설치했는지도 생각해보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원칙, 즉 옳고 그름에 관한 문제인 만큼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돌파해야한다는 의지도 밝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정무적으로 내일 모레가 선거(내년 총선)고 시기적으로 역사논쟁으로 가는 게 맞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다. 차라리 얘기 안 꺼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한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정무적 판단으로는 (얘기 안 꺼내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것을 가만히 놔두는 것이 옳으냐.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면 (윤석열 정부에서) 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치 자신이 역사를 바로잡는 것처럼 말한 것이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대적관부터 잘못 됐다고 봐야 한다. 국군이 주적으로 설정한 대상은 북한 정권과 인민군이지 세계 모든 공산당들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북한은 주체사상(主體思想)에 의해 움직이는 종교 국가에 가깝지 진정한 의미에서 ‘공산주의’ 국가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주체사상은 공산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북한만의 변종 이념에 불과하다.
또한 홍범도 장군은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다고는 하나 자신의 기록에서 적극적으로 공산주의 사상을 설파하거나 주창한 적은 없었다. 또 소련으로 넘어가서 한국에 해가 되는 일을 한 적도 없으며 주로 집단농장에서나 근무하였다. 심지어 1937년에는 이오시프 스탈린 때문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까지 당했다. 공산당 가입 이력 하나만으로 폄훼하기에는 홍범도는 8.15 광복과 남북분단 이후 북한 김일성 정권에 부역했던 인물도 아니고 광복을 보지 못한 채 1943년에 사망한 인물이다.
심지어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던 시기는 미국이 소련에 막대한 군수물자를 지원해주던 시기다. 당시 연해주와 중국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은 소련이나 중국과 손잡는 경우가 매우 일반적이었다. 중국호로군과 함께 손 잡은 지청천, 중국혁명군과 손잡은 양세봉 장군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이를 두고 문제 삼는 경우는 없다.
게다가 이런 논리대로면 그 홍범도 장군과 연합하여 청산리 전투를 치른 김좌진, 이범석 장군 등도 하나같이 용공분자가 된다. 그러나 김좌진 장군은 반공 성향이 굉장히 강한 인물이었고 결국 고려공산당의 박상실에게 암살당했다. 이범석 장군 또한 해방 이후 전체주의 사상인 일민주의(一民主義) 보급회 명예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극우 성향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간도특설대 경력으로 인해 친일 부역 논란이 있는 백선엽의 흉상을 그 자리에 세우기 위한 계획이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신문은 군 소식통을 인용해 '육군사관학교에 백선엽 장군의 흉상 설치가 검토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이종섭 장관은 독립운동이 아닌 군사적 분야에 한해 흉상을 비치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기존에 설치된 흉상의 위치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철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그렇게 철거한다면서 해당 자리에 백선엽의 흉상이 세워진다면 본인들의 주장에 앞뒤가 안 맞는 모순에 빠진다.
결국 이런 일련의 하등 불필요한 논쟁은 윤석열 정부의 친일 반민족 행위를 덮기 위해 반공을 끌어왔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란 미명 하에 윤석열 정부는 일본을 상대로 온갖 저자세 굴욕 외교를 펼쳤다.
이런 친일 저자세 굴욕 외교에는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태효를 비롯해 윤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주범으로 꼽힌다. 이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은 식민사관을 전파하며 식민지 근대화론을 나팔 불고 독립운동을 폄훼하는데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윤석열 정부를 만나 득세하며 독립운동가들을 모욕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망동을 합리화하고자 끌고 온 것이 반공이다. 과거 친일반민족주의자들이 이승만 정부 시절에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앞서서 반공투사를 자처했던 것과 똑같다. 지금 윤석열 정부 또한 자신들의 친일, 반민족 행태를 합리화하기 위해 반공을 끌어들여 독립운동가들을 모욕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우일까?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